"하아....."
도무지 나오지 않는 진실에 답답한 나머지 머리를 쥐어 뜯으며 한숨을 쉬는 찬열이었다.
그냥 친한 사이라는 세훈을 일단 귀가시키고, 천천히 편지내용을 몇번이고 읽어봐도 백현의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나 현장좀 다녀올게."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흠.. 핏자국은 다 지웠네.. .... 이건 뭐지?"
백현이 쓰러져 있었던 자리 옆 쓰레기통주변을 살펴보는데,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별모양의 팬던트였고, 찬열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처음 이곳을 조사했을 때에는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었는데 몇일이 지난 지금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팬던트가, 이곳에 떨어져 있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사건 현장에 있는 물건이라 일단 주워서 비닐팩에 넣었다.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잠시만요..! 쓰레기 버릴 때 뭘 잘못 넣은거 같아서 그래요!! 제발 한번만 들어가게 해주세요.."
찬열은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폴리스라인에 있던 동료와 실랑이를 하고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그쪽으로 간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얼굴.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조사대상에 없던 사람이지만, 백현과 같은 동아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사건 당일 본가에 있던 알리바이가 있어 조사대상에서 제외됬던 것이다.
찬열은 그를 한쪽으로 불러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조사했을 때 봤던터라 이름과 간단한 정보는 알고 있었던 터라, 본격적으로 질문을 했다.
"도경수씨, 여긴 왜 오신거죠?"
"얼마전에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는데, 하나를 잘못 버린거 같아서 여기 있나 찾아보려구요.."
"그게 혹시 이거입니까?"
찬열은 방금 전 주운 팬턴트를 경수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경수는 눈동자가 흔들리며 손을 떨며 팬던트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직감한 찬열은 팬던트를 자신의 뒤로 뺐다.
"형사님..."
"일단 서로 같이 가시죠."
경찰서로 온 경수는 책상에 놓인 팬던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죠?"
"사건 당일에 여기 없다고 했잖습니까.. 확인이 됬는데도 절 못믿으시는 건가요..?"
"도경수씨를 믿기때문에 정확히 알고 싶어서 이러는거에요. 변백현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백현이...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어요. 같은 과였지만 친하진 않았는데 우연히 같은 동아리에 들면서 가까워지게 되었어요.
하루는 백현이가 방을 얻었다면서 놀러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날 백현이집에 놀러갔어요.
평소 털털한 성격의 백현이라 별 기대는 안했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더라구요.
제가 사온 과자들을 같이 까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백현이가 화장실 간다고 집구경좀 하라고해서 일어나서 구경을 했죠.
한참 지났는데 백현이가 나올생각을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화장실 문을 두드리면서 괜찮냐고 물어봤죠. 백현이는 괜찮다면서 조금 있다가 나오더라구요.
좀 걱정이 됬지만, 별거 아니라는 백현이의 말에 그냥 넘겼어요. 그렇게 한참 놀다가 저는 집으로 갔고, 백현이한테 문자가 왔어요.
'경수야,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대학생활 너무 재밌었어. 사랑한다 내친구 도경수.'
이자식이 갑자기 낯간지럽게 왜이러는지는 몰라도 장난으로 웃어 넘겼죠.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본가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고, 그날 일이 일어났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경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백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얼마 안있다가 제가 화장실에 갔는데, 세면대에 바늘이 있더라구요. 바늘 옆에 무슨 가루가 있었어요. 물론 저는 개의치 않고 그냥 넘겼어요.
아, 백현이가 화장실에 있을때, 뭘 긁는 소리가 났긴 했는데.."
=백현시점=
평소 잘웃고 잘떠들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은 그였다.
하지만 성격탓이었을까. 워낙 좋은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판단한 그는 순간 이 사람들이 갑자기 곁을 떠날까봐 두려워졌다.
그래서 하루..이틀.. 주변사람들을 정리해 나갔다.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떠나는게 옳은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 친구 경수와 놀다가 화장실에 가서 가지고 있던 바늘로 손톱 하나하나에 글자를 새겼다. 얇은 바늘 탓에 삐뚤빼뚤이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 새겼다.
'내사람들 고마웠어요.'
경수가 문을 두드리며 찾는 바람에 글자를 새기는 도중에 나온 가루들과 바늘을 미처 치우지 못하고 나왔다.
경수를 배웅해준 뒤 집으로 들어온 백현은 칼을 들어 밖으로 나갔다. 힘들게 구한 집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사람이 안보이는 주차장 구석에 가서 눈을 질끈 감고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푹- 찔러 넣었다.
그순간 여태껏 지내온 지난날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수업에 늦어서 꾸중늘어놓던 교수님, 학교매점 아저씨, 집주인 아들 오세훈, 뒤늦게 만났지만 허물없이 지냈던 친구 도경수..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백현은 자신을 좋아해주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으로 말이 잘 안나오긴 했지만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미 주차장 바닥에는 그의 피가 흥건해졌고,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의식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했는데, 순간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부디 당신들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