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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성찬
l조회 190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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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해욥! 저도 몰랐어요. 제가 이렇게 감을 빨리 오래 잃을 줄은...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개강이라 바쁘다는 핑계 좀 댈게요. 감사인사 꼭 시간내서 드리겠습니다.

      

               (저도 일말의 양심은 있으니 미리 적어두고 시작합니다. 다 잊어버리셨졍? ㅎㅎ 

       1반 : 에네스  카야 (부장선생님)   2반  : 알베르토 몬디 (담임 선생님)   3반 : 샘 오취리   4반 : 테라다 타쿠야

        5반 : 다니엘 린데만   6반 : 장위안   7반 : 기욤  패트리  8반 : 다니엘 스눅스)

 

 

  9반   _  장 6시간이라는 교무회의가 정해진 원래 시간에 맞춰 끝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몇 안 되는 경우의 이유는 전부 9반 선생님과 관련되어있는데 사실 별게 아니다.

             그냥 9반 선생님이 말을 많이 하면 된다. 이렇게 되니까.

                 

                 “ㄱ..각...주..ㄱ...구..거엄......”

                 “...”

                 “ㄱ....구...시...시...ㅂ..비...”

                 “...”

                 “ㅇ....어...부울...ㅅ...성...설...”

                 “...”

 

              교무회의의 연장으로 못해왔던 수업을 드디어 하게 되었지만 3반 선생님은 수업을 하실 마음이 없으시다.

              조금 전 9반 선생님한테 폭격 맞은 사자성어의 뜻을 알기 전까지는.

              3반 선생님이 이렇게 기억력을 쥐어짜고 있을 동안에는

              항상 6반 선생님과 10반 선생님이 교실 문 앞에 서 계시는데 이상 할 거 없다.

              검색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신 거다. 

              두 분도 못 알아 들으셨으니까.

 

                   “와, 대박.”

 

 

              3반 선생님이 검색을 마치셨다.

             그와 동시에 얌전히 대기하고 계시던 선생님 두 분이 노트북 앞으로 달려 나가셨다.

             세 분이서 모니터를 한 참 동안 들여다보시는데 낯빛이 어둡다.

 

 

 

                 “다 나쁜 말이었어...나는 그것도 모르고 웃기만 했어...”

                  10반 선생님은 울상이고

 

                 “왜 어려운 말만 써어어어어. 열 받아.”

                  6반 선생님은 화가 나셨고

 

                  “와, 대박.”

                  3반 선생님은 9반 선생님이 오늘도 대단하다.

 

 

 

               리 반은 오늘도 당일 조퇴 자 수를 경신했다.

             열아홉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축하해주고자 9반 아이들이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

             (1반 친구들은 이제 순응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들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반마다 조퇴하는 학생 수의 크게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선생님들의 가치관 차이를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꾀병도 귀엽단다.

              방금 전까지는 한 마리의 싸움닭으로 학교를 쏘다니던 학생이 교무실에 들어와 자기 얼굴만 보면 급하게 시무룩해져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꿍얼거리는 그 모습이.

              공부는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본인 의지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

              맞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아무 문제없다.

              단지 우리 반에 귀여운 학생이 19명이나 된다는 게 문제지.

 

               

              부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오후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교무실로 쪼르르 건너오는 모습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가장 불쌍해 보이는 얼굴로 표정관리 하고 들어오는 거 선생님이 아까 다 보셨다.

              그런데 그 학생무리가 자세히 보니 본인의 반 아이들이다? ‘죽을 라고, 지금.’

              회초리 한 자루가 책상 밑에서 튀어 나온다.

              바뀐 교육정책으로 인해 강제봉인 될 수밖에 없었던 그 대나무 회초리를 손에 쥔 채 경멸에 찬 얼굴로 다가간다.

              그 순간 이미 1반 얘들은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한다.

              교실로 돌아가 기쁜 마음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작 할 준비를.

 

                “뭐야, 니들. 미쳤어? 너는 안 되고 너도 안 되고 얘도 안 되고 쟤도 안 돼.”

                “...예.”

 

              저 회초리에 신체를 훼손하면서 까지 선생님을 설득시키고 싶지 않다. 괜한 오기다.

              빨리 인정한다. 내가 아프지 않음을. 그러다 보면 정말 아픈 얘들이 눈에 뛰기 마련이다.

 

                 “거기 뒤에, 걔는 보내. 진짜 아프니까.”

 

 

                9반 선생님은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지금은 오후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 이름 바 조퇴타임이다.

               우리 담임선생님 앞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아...이러면 안 돼요.’

               오늘도 어김없이 슈퍼패스를 남발하는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아...저러시면 안 되는데.’

               그러다가 우물쭈물 다가온 자기반 학생과 눈이 마주친다. 놀랐다. 눈이 엄청 똥그래지신다.

               9반 학생은 주섬주섬 본인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오늘 공부가 너무 안 되고, 피곤하고, 야자 하루만 빼주시면…’

               9반 선생님은 그 이야기에 안타까워한다. 진심이다.

               그리고 이것은 선생님의 더한 진심이다.

 

                  “선생님도 조퇴 너무 시켜주고 싶어. 그런데 이번 조퇴로 네가 얻게 될 4시간이

                   앞으로의 너의 학교생활에 과연 긍정적인 가변성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른 선생님들보다 체격이 왜소하시다 보니 9반 선생님이 교탁에 앞에 서 계실 때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좀 덜 드는 게 사실이다.

              그에 따라 수업분위기를 잡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9반 선생님은 어디서 구하셨는지

              아예 미니 단상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쫑쫑쫑-들고 다니는 모습이 뒤에서 보나 앞에서 보나 귀여우셨다)

              한 번은 그 단상을 교실에 둔 채 급하게 나가신 적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다음 시간이 4반 선생님 수업이었다.

              교탁 앞에 놓인 의문의 나무토막에 대한 설명을 들은 4반 선생님.

 

                      “아 이제 이런 것 까지 하시는 군요. 슬프네요.”

 

             9반 선생님에게 괜한 미안함을 느꼈던지 4반 선생님은 그 뒤로 단상 운반역할을 자처하셨다.

 

 

 

10반 & 11반 _   무식이 끝난 교무실로 교장선생님이 찾아오셨다고 한다. 4절지 도화지 몇 장을 둘둘 말고서.

                      새해도 밝았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 교장선생님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적어 달라 하셨다.

                      철저한 익명제이니 괜한 걱정은 접어두라는 말씀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대한민국에 단 한 분. 진정 살아있는 교육자’를 위한 황홀한 찬사를 적으며

                      익명이라는 형식 아래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을 때.

                      사직서를 써낸 두 사람이 있었다고 부장선생님은 회고한다.

 

                        ‘웃기려고 노력 하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이 웃기다 ㅎㅎㅎㅎㅎㅎㅎ 교장선생님 쥬뗌므♡ ’

 

 

 

       10반_     “기 2반 실장!”

                    “..네?”

                    “얼른 이리와 봐.”

 

                정수기에서 물 좀 마시고 교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솔직하게 말해 봐. 얘, 어때?”

                    “네?”

 

 

               11반 선생님의 부름에 응답하고자 다가간 곳에는 10반 선생님도 같이 계셨다.

               인사도 하기 전에 11반 선생님은 다짜고짜 나에게 묻는다.

               10반 선생님 어떠시냐고? 음…

 

                   “착하시죠, 착하시고…”

                   “거봐! 얘도 그러잖아. 넌 착한 거 말고는 뭐가 없어. 색깔이 없어!”

                    “...네?”

                   “진짜? 나는 그냥 착하기만 해? 히잉.”

                   “...아니...그게...”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무슨 말을 잘 못한 거 같다. 10반 선생님은 내 말에 거의 물에 젖은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나는 한참을 영문도 모른 채 서 있었다.

               그러다 어제 10반 선생님 수업시간에 벌어졌던 사건 하나가 생각이 났다.

               수업시간에 대놓고 핸드폰을 사용하던 학생 한 명을 저지시키는 중에 너무 뻔뻔한 그 학생의 태도로

               도리어 선생님만 마음이 상하신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대화가 그 사건의 연장선이었나 보다.

 

                   “얘들한테 너무 좋아요 좋아요만 하니까.”

                    “...”

                   “자기 의견도 강하게 이야기하고 그래야 돼.”

                    “...”

                   “알겠어?”

                   “...응.”

                   “해봐, 한 번. 강하게!”

                   “...재수 없어!”

                   “그거야! 잘했어. 완벽해. 한 번 더!”

                    “재쑤 없어!”

 

 

                11반 선생님 나름의 특훈이 있었던, 그 다음 날 부터 10반 선생님은 어떤 책 한권을 들고 다니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으셨는데 그때 살짝 본 책 제목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리 학교에서 몇 해 전부터 실시한 행사가 있다. 축제날 오전 시간에 이뤄지는 퍼레이드인데

             반 별로 의상 주제를 정하고 그 복장으로 운동장 한 바퀴를 도는 방식이다.

             이번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고 반 별로 의상을 정하느라 다들 요란법석들인데 그중에 예외는 있다.

             우리 반과 10반.

             우리는 담임선생님들의 극성에 한 마디로 질려버렸다.

             T 한 장이면 괜찮다는데 왜 애먼 두 분이서 난리이신 지 정말 모르겠다.

 

 

                   “옷이 되게 많네욥?”

                   “흥! 이거 완전 최고급 원단이에요.”

                   “뭐가 많이 있긴 있는데,”

                   “있긴 있는데?!”

                   “입을 건 하나도 없네욥.”

                   “하나도 없어?!”

                   “망했네욥. 딱 봐도.”

 

 

 

              오늘도 어김없이 두 분의 신경전은 계속 됐다.

              그런데 우리 담임선생님이 모르시는 사실이 있다.

              망한 건 우리다.

              어제 나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반T 40장을 구매했다.

              나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저런 거적대기를 입고 굳이 구경거리가 되어야하냐는 반 아이들의 한탄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색깔은 노란형광색으로 맞췄다. 우리는 그냥 커다란 형광물질이 되기로 했다.

 

 

              축제날, 퍼레이드는 잘 마무리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크게 삐지셨고, 10반 아이들은 우리를 대신해 구경거리가 되었다. 1등은 1반이 차지했다.

              상투를 튼 머리 위에 갓을 쓰고 새하얀 도포를 두른 40명이 족자를 든 채 교장선생님에게로 가 상소하는 퍼포먼스였는데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1반 행진 주제가 ‘유생, 그가 걸어온 길’이었지, 아마?

 

 

 

  11반     _ 숙이다, 부장선생님이랑. 교무회의가 길어지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보수적이고 깐깐하고 빡빡한 부장선생님에게 ‘조선시대 사람’ ‘유생’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사람도 11반 선생님이다.

                11반 선생님이 복도에서 부장선생님을 만나면 꼭 하는 인사가 있다.

                두 손바닥을 합쳐서 입가에 댄 후 머리를 조아리는 일종의 합장 같은 건데.

 

 

                    “아이고, 우리 선비님 유생님. 소인 문안인사 드리옵니다.”

 

 

                 뭐, 누가 봐도 약 오르라고 하는 것 같다.

                 ‘이런 건 부처 앞에서나 하란 말이야!’

                 부장 선생님의 불같은 반응에 재미를 붙였나 이제는 8반 선생님이랑 10반 선생님까지 합세하셨다.

 

 

                 고와 바바리맨. 이 두 사이에 상관관계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80년대 단발머리 여고생들의 경험담으로만 남을 것 같았던

                 바바리맨이라는 흉물을 아침마다 직접 목격하게 되자 우리학교 학생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출몰하는 이 바바리맨은 상의는 멀쩡하게 갖춰 입고 하의는 속옷 한 장 입지 않은

                 성 도착증 환자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빨간 모자를 매일 쓰고 다녀 우리끼리는 그냥 빨간 모자로 통했다.

                 급기야 오늘은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견딜 수 없는 버거움에 울음까지 터뜨렸다.

 

 

 

                  “와, 그 미친x 왜 발가벗고 다녀.”

                 “그래도 오늘은 팬티라도 입었던데.”

                 “뭐? 무슨 소리야. 그 또라x가 팬티를 왜 입겠냐.”

                 “....입었는데, 검정색.”

                 “야...그거 팬티 아니야.”

 

 

              ...털 복숭이 개 자식을 족쳐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우리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파출소에 신고하는 족족 빨간 모자는 귀신같이 사라졌고

              바바리맨의 중요부위를 쳐다보며 ‘애걔~ 작네.’라고 외치라는 이런 주워들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현실성이 떨어졌다.

              자신의 성기를 400명이나 되는 여고생에게 보여줘야 욕구가 해소되는 그 병적으로 미친 사람은

              이미 우리에게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반 친구의 울음이 커졌을 때 마침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대단히 놀라셨고, 나를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물으셨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면 했지 선생님들에게는 함구하고 싶었던 왠지 모를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빨간 모자 이야기를 굉장히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수업이 끝이 났고 조퇴 타임도 지나갔다. 한산해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별 일 없이석식을 먹으러 가려던 참에 교무실로 급히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교무실로 갔다.

           그렇게 도착한 교무실에는 부장선생님과 5반 선생님이 계셨다.

 

 

               “야, 너네 선생님 난리 났다.”

 

 

 

           부장선생님이 나를 보자 운을 떼셨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눈을 크게 뜨고 되묻자 뒤를 돌아보라고 손짓하신다.

           뒤를 돌아보니

           체육창고에 있을 법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바닥에 질질 끈 채 입맛을 다시며

           교무실로 들어서는 담임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선생님, 이게 뭐에요?”

 

 

 

           인자함이 사라진 선생님 얼굴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꾸 혀를 내밀어 입 주변을 핥아내는 행동도 무서웠다.

           그러나 선생님은 태연한 얼굴로 대꾸하신다.

 

 

             “그 자식 잡아야죱. 내가 잡아줄게.”

 

 

           지금 상황의 원인이 빨간 모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소연식으로 말한 이야기에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대응 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던 탓에.

           담임선생님이 말을 전한 건지 교무실에 계신 두 분의 선생님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빠따로 때려눕히게? 그러다가 선생님이 잡혀가.”

             “우리 반 얘 울었어욥. 죽여 버려야 돼.”

 

             “마음은 이해가지만, 그러지 마세요. 부장선생님이 이미 일처리 끝내셨대요.”

             “그래. 내가 적임자에게 맡겨놨어. 곧 올 거야. 기다려봐.”

 

 

            정말? 어떻게? 이게 이렇게 쉽게 끝날 일인가 싶었다.

            담임선생님은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이셨지만 부장선생님은 걱정 말라 큰소리셨다.

            적임자라니 대체 누가…

 

 

              “와, 진짜 개념 없다! 빨가벗고 다녀? 팬티도 안 입고?”

              “사실이래요. 우리가 잡아서 처단을 합시다.”

              “그럽시다. 의리! 의리!”

 

 

 

           교무실 밖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적임자가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소란스러움이 더 커지더니 교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3반 선생님과 11반 선생님이 의기양양하게 들어오셨다.

           부장선생님의 특별 지시로 잔뜩 흥이 난 얼굴들이셨다.

 

 

            “제에에에가 왔습니다. 부장쌤!”

            “아이고, 이런 몽둥이 쓸 필요도 없어요. 선생님. 이거면 돼요.”

 

 

 

           11반 선생님은 검정봉지 하나를 달랑거리며 들고 계셨다.

           '그건 뭐에요?'

           물음에 들려온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팬티. 한 7세용으로 사왔어.”

             “네? 팬티요?”

             “벗고 다닌다며, 이런 거 하나 입혀 줘야해. 흐흐흐흐.”

 

 

           11반 선생님은 지나치게 흥분 상태였다.

           입가에 침이 번들번들하게 묻어나는 게 이런 일이 적어도 적성에 맞아 보이기는 했다.

           3반 선생님은  ‘특별한 의자’ 사건으로 교장선생님에게 깎인 점수를 되찾겠다며

           눈에 불을 키시더니 이 사건을 기회로 여기신 모양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적임자들의 얼굴을 확인하시더니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셨다.

           야구 방망이가 필요 없어진 것은 다행인데 그래도 그렇지 3반 선생님과 11반 선생님의 조화라니.

           왠지 말려야 할 것만 같다.

 

 

             “아, 부장쌤. 저 그거 주쎄요.”

             “뭐”

             “그, 줄기!”

             “줄기? 뭐 이거? 안 돼!”

 

 

          11반 선생님은 팬티 3장을 곱게 펴보는 등 장비를 재정비 하고 있었고

          3반 선생님은 부장선생님에게 대나무 회초리 하나를 받아내려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 주쎄요! 저 좋은 일 하러 가는데. 그거 하나 못주씹니까?”

            “이게 얼마나 신성한 건데. 아이고...”

 

 

 

          결국 3반 선생님은 회초리 한 자루를 넘겨받았다.

          아니, 아동용 팬티 3장이랑 회초리 한 자루로 뭘 어쩌겠다는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5반 선생님 쪽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이라도 말려주세요 하는 심정으로.

 

 

             “3반 선생님, 좋은 일 많이 하신다고. 교장선생님께서 칭찬하시겠네요.”

             “하~그렇습니까? 맞습니다. 맞습니다.”

 

 

 

           이게 무슨. 부추기는 의도가 명백했다.

           나는 아직도 부장선생님의 의중을 모르겠는데 5반 선생님은 거들기까지 하신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서 3반 선생님과 11반 선생님의 사기만 높아졌다.

           당장 내일 아침에 잠복을 해야겠다며, 자리를 보고오자는 대화 끝에 2인 잠복조는 요란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왜 안 말리셨어요.”

              “저, 땅콩수프 더 먹고 싶어서요. 그거 진짜 맛있어요.”

 

 

           그 당시(특별한 의자) 권고사직을 면한 3반 선생님이 자발적인 봉사로

           교장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바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봉사기간 동안에 급식 실에서 배식을 하는 일을 하셨는데

          그때 조리실에 남은 재료로 만든 땅콩 수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지금 그 ‘땅콩수프’를 말씀 하신 거다.

          5반 선생님 그렇게 안 보이셨는데 이런 계산적인 면모가 있었을 줄이야.

 

 

 

             “냅둬, 저러다 짤리겠지.”

              “...”

             “이야, 이제 나도 학교 좀 조용히 다닐 수 있는 건가.”

             “...”

             “기분 너무 좋아~”

             “...”

 

         부장선생님은 아무래도 이번 일을 1타 3피쯤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어쩌면 부장선생님이 잘 짜둔 판에 이 불쌍한 두 선생님이 걸려 든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흘렀고. 아침은 밝았다. 여전히 두렵고 껄끄러운 등굣길에 나서야 할 때도 왔다.

           두 분의 선생님이 하루 만에 빨간 모자를 잡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터득한 주위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걸어가기를 시전하며 교문에 가까워지고 있던 그 순간,

           뒤쪽의 학생무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보니.

           오 마이 갓.

           증오의 빨간 모자가 뭐에 쫓기는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는 경찰인가?

           아니다. 11반 선생님이다.

 

 

 

              “와~소시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시지!!! 이리와 내 팬티를 받아라!!!!”

 

 

 

           11반 선생님이 팬티 세장을 손에 휘두르고선 빨간 모자를 맹추격했다.

           여고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했을 그 노출증 환자는 생각지도 못한 등장인물에

           당황을 했는지 뛰어가는 발걸음이 자꾸만 꼬였다.

           그러더니 결국 운동장 한가운데서 고꾸라졌다.

           그러자 운동장 구석에서 잠복 중이던 3반 선생님이 일명 ‘줄기’를 휘두르며 나타나셨고

           볼품없이 구겨진 빨간 모자의 하체를 중점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아주 쩍쩍- 소리가 났다.

 

 

                “교장선쌩님 보고 있씁니까? 제에에에가 잡았습니다. 진짭니다!!!”

 

 

            빨간 모자가 안쓰럽게 느껴진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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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2
9반쌤은 로빈 10반쌤은 타일러 11반쌤이 줄리안이지?
9년 전
독자3
11반쌤 뭐야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4
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이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줄리안 약 빨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5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체 어떤 약을 해야 이런 캐릭터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핵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6
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정 글 늘 매력터져 캐릭터들 디테일하고 재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줄리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7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8
ㅋㅋㅋㄱㅋㄱㅋ4ㅋ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재밓엌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무토막올ㄴ겨준거갘ㅋㅋㅋㅋㅋㅋㅋㅂㅋㅋㅋㅋㅋㅋ형광무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시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0
ㅋㅋㄱㄱㅋㅇㄴㅋㄱㄱㄱㅋㄱ앜ㄱㄱㅋㄱㅋㄱㄱㄱㅋ
9년 전
독자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티라 못웃는데 완전웃걐ㅋㅋㅋㅋㅌㅌㅌㅌㅌㅋㅌㅋ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독자12
ㅋㅋㅋㅋㅋㅋ캐릭터하나하나가 다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 빨간모자가 정말 짠하네욬ㅋㅋㅋㅋㅋㅌ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독자13
그러게요 ㅎㅎ 줄리안이나 알베르토나 샘 선생님이였어야했는데 ㅎㅎ 많이 무셔우셨겠당
9년 전
독자14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ㅌㅌㅌㅌ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상하면서 읽으니까 더 재밌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6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줄기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7
ㅋㅋㅋㅋㅋㅋ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재밌여욬ㅋㅋㅋ
9년 전
독자18
뭐얔ㅋㅋㅋㅋㅋㅋ11반 쌤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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