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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ive Me Love    

 

http://inti.kr/name_gs/196980    

 

(2) Say Something    

 

http://inti.kr/name_gs/197366    

 

(3) Delicate    

 

http://inti.kr/name_gs/198221    

 

   

 

   

 

   

 

   

 

   

 

“환자가 만나기를 거부해요.”   

 

   

 

간호사가 철문 앞에 서서 그렇게 얘기했다. 다니엘과 줄리안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줄리안은 철문을 쥐어잡고 소리쳤다. 잠시 할 말이 있다고 전해주세요! 진짜 할 말이 있다고...! 줄리안이 철창을 흔드는 소리에 복도를 지나다니던 환자들이 제자리에 멈추며 멍한 표정으로 줄리안을 응시했고, 그에 간호사는 당황하며 작게 소리쳤다. 그만둬요! 여기는 병원이라구요! 그냥 병원도 아닌 정신병원!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예요.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간 얼마나 악화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죄송하지만 문안은 불가능해요.”   

 

   

 

간호사는 매정하게 말했다. 줄리안은 그 큰 목소리도 용케 줄여 간호사에게 다시 호소했다. 잠시만요, 아주 잠깐... 줄리안의 그런 애원에도 간호사는 단호히 철창문을 더 걸어 잠구었다. 다니엘은 30년 인생, 이런 느낌을 처음 느껴보았다. 아아, 감옥에 갇힌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저기로, 저기로 좀 만 더 가면 타일러 씨를 볼 수 있는데... 타일러 씨가 있는데.   

 

그런 다니엘의 눈에 거짓말처럼 타일러가 들어왔다. 복도에서 자신의 병실 쪽으로 걸어가는 타일러의 몸은, 며칠 새 많이 말라있었다. 바닥에 내딛는 두 발목이 너무 가늘어 아찔할 정도로 보였다. 다니엘의 눈과 타일러의 눈이 한 순간 마주쳤다.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철창문을 덥썩 잡아챘다.   

 

   

 

“타일러 씨...!”   

 

   

 

입술 밖으로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오지 못하고 입 안에서 머물렀다. 눈을 먼저 피해버린 건 타일러였다. 타일러는 빠른 걸음으로 다니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니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다니엘의 눈은 계속해서 타일러의 마지막 한 발자국까지 담고 있었다. 안되는데, 이리와요. 타일러 씨, 제발. 내가, 내가 당신을...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데...내가, 당신을 구해줄 수 있는데...   

 

   

 

“타일러...”   

 

“더 이상 소란 그만 피우고 가주세요. 환자들이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저기, 딱 한 번만 더...”   

 

   

 

다니엘의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듯 두 사람의 시끄러운 대화소리가 멀어져갔다. 마치 목에 걸린 듯 타일러의 이름이 다니엘의 입 안에서 웅웅 거리며 울렸다. 눈 앞에 보이지만 잡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다니엘이 기를 쓰고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면,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그를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니엘은 그러지 못했다. 그냥 그에게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너무 아팠다. 어째서인지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을 머리로 미친 듯 외쳤다. 타일러 씨, 겁 먹지 말아요. 포기하지마요. 내가 도와줄게요. 이번엔 정말 믿어도 돼요. 내가,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제발, 타일러 씨. 날 믿어줘요. 타일러 씨, 제발...   

 

내 손을 잡아요, 타일러.   

 

   

 

   

 

   

 

리닐러/독다일러        

 

(4) C`mon Through        

 

        

 

   

 

   

 

작고 여린 그의 몸. 그리고 다니엘 앞에서의 그는, 어떻게 보면 편하고 평범하게 앉아있는 듯 해보였지만 사실은 가장 불편하게 몸을 굳히며 앉아있었다. 그것은 보고 있는 다니엘은 물론 보는 다른 경찰들 또한 불편하게 만들었다. 긴장을 풀라고 쿠키나 커피같은 것을 내어주어도 그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언제나 계속 같은 자세로 앉아 그는 너덜거리는 손톱을 뜯으며 그렇게 있었다. 다니엘은 그렇게 있어야 하는 그가 많이 안쓰러웠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하게 다니엘은, 불쑥 다정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가 어떤 악마로 보여요?”   

 

“네?”   

 

“아, 그러니까...내 말은, 악마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좀 더 안심하고 있어도 된다는 소리였어요.”   

 

   

 

다니엘은 남을 웃길 만한 센스가 없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의 핏줄을 통해 내려온 독일식 유머감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불쑥 내뱉은 유머에, 다니엘도 타일러도 웃지 않은 채 어색하게 침묵의 몇 분을 보냈었다. 타일러는 손톱을 뜯어대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눈동자로 살짝 다니엘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던 것 같다.   

 

   

 

“악마가 아니라 괴물이었어요.”   

 

“네?”   

 

“한 순간에 행복이 깨진 내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괴물.”   

 

   

 

다니엘은 마우스를 잡았던 손을 움찔했다. 어쩌면 또 자신이 그의 상처를 건들여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이 괴물이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천사같아요. 그리고 그들도 천사같았죠.”   

 

   

 

다니엘은 입술을 매만지며 턱을 굈다. 그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니엘은 살풋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안심하면 괴물들은 나타났어요.”   

 

“...알았어요, 타일러 씨. 그만...”   

 

“그래서 안심할 수 없어요. 내가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약속한 듯 나타났거든요.”   

 

“타일러 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그럼 적어도 내일은 버틸만 하겠지. 오늘은 끝이다, 안심하고 눈을 붙였을 때에... 억지로 다시 눈이 뜨이고 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들이 다시 눈 앞에 나타나서...”   

 

   

 

타일러가 그렇게 덤덤하게 다니엘 앞에서 자신의 아픔을 풀어낸 것은 벌써 일주일이 더 지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에 질린 듯 작으면서도 침착하고 차가운 타일러의 목소리는 다니엘의 귀에서 아직도 생생했다.   

 

다니엘은 그 생생한 기억에 머리를 다시 흔들며 팔에 얼굴을 묻었다. 언제인지 캔커피를 두 개 뽑아 온 줄리안이 다니엘에게 하나를 건네며 다니엘 옆 조수석에 탔다. 다니엘은 볼에 닿는 차가운 온도를 느끼고 줄리안에게 커피를 받은 뒤 기계적으로 그것을 따 꿀꺽꿀꺽 한 입에 삼겼다. 줄리안 역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놈의 비는 하여간 며칠 전 부터 그칠 생각을 하질 않네. 그리곤 줄리안은 비슷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오늘은 안 되는 거예요. 알고 있죠? 내일 다시와요.”   

 

   

 

그것은 줄리안이 어설프게나마 다니엘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했고, 어서 서둘러 서로 돌아가자는 말을 한 것이기도 했다. 다니엘은 말 없이 머리를 창에 눌렀다.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다가 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은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줄리안도 그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많이 아프죠? 그래도 몸은 험하게 대하지 말아요.   

 

내가 구해줄 수 있어요. 포기하면 안돼요.   

 

타일러 씨, 내가 도와줄게요. 제발 날 믿어주세요.   

 

다니엘은 그런 식으로 5통의 녹음을 더 남겼던 것 같다. 사실 다니엘이 그렇게 녹음 한 것도, 타일러가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부하면 어차피 전달 될 수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녹음본은 들어 주지않을까, 듣고 희망과 용기를 다시 가져주지 않을까 싶어서, 다니엘은 계속해서 녹음하고 녹음했던 것 같다. 그렇게 녹음을 보내고서도 3일 동안 그는 매번 병문안을 거절당했지만.   

 

다니엘은 빨간 펜으로 달력에 X자를 그렸다. 병문안을 거절당하면 그려두는 것이었다. 네 개째. 어제로 사흘 째 거절당한 거였다. 다니엘은 전혀 화가 난다거나, 조금이라도 짜증나지 않았다. 다만, 불안하고 무서웠던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손을 잡지 않는 것. 다니엘은 그것에 초조해 하고 두려워했다. 타일러 씨, 제발. 한 번이라도 보게 해줘요. 다니엘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책상에 엎드려 모니터만 작게 쓰다듬었다. 모니터 안의 타일러는 비록 현재의 타일러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다니엘이 간직할 타일러의 모습은 그 것 밖에 없었다.   

 

줄리안은 타일러에게 오늘도 다시 한 번 가보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럴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그를 보는 것이 간절했지만, 그의 거절을 받을까봐 두려웠고, 그의 더 변해버린 모습을 볼까봐 또 두려웠다. 다니엘은 사실 속으로, 무의식적으로는 그만두고 싶었던 것 같다. 그를 만나고 나서, 그리고 그를 보내고 나서부터 사는 매일매일 가슴이 후벼파이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가면 갈 수록 견딜 수 없이 커져가며 더욱 길게 지속되고 있었다. 그냥 차라리 이대로 포기해서 조금 힘들더라도 잊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다니엘은 그 지경까지도 생각을 해보았다.   

 

다니엘은 멍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한 폴더에 커서를 눌렀다. ‘Tyler’. 정말 짧고 단순한 이름이지만 중요한 폴더. 달칵, 하는 소리가 타자소리만 가득한 경찰서 안에 짧게 퍼지더니 폴더를 열었다. 파일의 미리보기와 이름이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일 전의 날짜이름의 파일과 타일러가 그렸던 에로스 그림을 스캔한 사진이었다. 지칠대로 지쳤던 다니엘의 눈이 느리게 다시 뜨였다.   

 

   

 

‘정신과 전문의께서는 뭐라하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타일러 저 분,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되는데... 치료로도 힘들 것 같아요. 외로움도 많이 시달리고 있는데, 도와주기에는 깊은 상처도 너무 많이 지니고 있고.’   

 

   

 

다니엘의 귓가에 10일 전 타일러의 상태를 말해주던 심리상담치료사의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않는 그지만, 그의 말 만은 한 순간 잊고있던 다니엘에게 어렴풋하게 기억되어 꺼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 하고 혼자있으려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엄청나게 외치고 있는거죠 외롭다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지금 가끔씩 하는 이상행동이나 자학같은 경우에도 자신을 도와달라는 무언의 외침이에요. 차근차근 끈질기게 기다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일 거예요.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을 내민다면 사실 거부하지 않고 잡을거니까요. 하지만, 만약에..’   

 

   

 

다니엘은 뒤 늦게 벌떡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다니엘이 늘 타고 다니는 경찰차는 이미 줄리안이 몰고 간지 오래였다. 다니엘은 무작정 장위안의 키를 들고 서를 나오더니 장위안의 차에 올라타곤 시동을 걸었다. 서를 뛰쳐나오며 지금 뭐하냐고 소리치는 장위안을 뒤로한 채.   

 

   

 

‘만약 그가 내민 손을 정말로 거부하는 상태가 된다면, 그 때의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니엘은 그 순간 스스로를 어리석었다 생각했다. 그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수도, 먼저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도 없다. 그래, 그렇다면. 다니엘 자신이 먼저 그냥 그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놓아버렸으면 내가 먼저 잡아줘야지. 그래, 어떻게든 내가 그래야 하는건데.   

 

다니엘은 피가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엑셀을 밟았다. 빗물이 바퀴를 따라 길을 만들었다가 이내 스물스물 하수구에 스며들며 사라져갔다.   

 

   

 

   

 

   

 

* * *   

 

   

 

   

 

   

 

“다른 경찰 분도 왔다 가셨는데 아무리 그러셔도 안돼요. 저번에 말했잖아요. 환자 분이...”   

 

“문 열어요.”   

 

   

 

다니엘의 앞을 간호사와 철창문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다니엘은 전과는 달리 간호사에게 단호히 말했다. 어딘가 급한 듯 철창 문을 잡고 흔드는 다니엘을 간호사가 저지했다. 뭐하는 거냐는 간호사 너머로 환자들이 멍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지만, 다니엘은 그들은 신경쓰이지 않았다. 다니엘의 눈에는 오로지, 환자들 사이로 보이는, 병실에서 나와 어디론가로 향하는 타일러만 담겨졌을 뿐이었다. 그는 전 처럼 혼자있고 싶어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외로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소란스러움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는, 정말로 완전히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전보다 훨씬 마르고 퀭해져 버린 그의 반쯤 흘러내린 병원복 소매 사이로, 다니엘은 무언가 반짝거리는 조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니엘은 자신이 그렇게 흥분할 수 있는지 처음 알게되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는 간호사에게 다짜고짜 공무집행 방해라며 소리쳤다. 그렇게 협박도 하고, 제발 열어달라고 애원도 하고 반복했다. 어쩌면 이 커다란 병원이 경찰서보다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는 그렇게 가로막힌 문 앞에서 미친 듯 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타일러는, 다니엘의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 져버린 간호사가 문을 열었다. 다니엘은 갑자기 붙은 속도에 넘어지려하는 몸을 무작정 일으켜세우고는 사라졌던 타일러의 뒤를 따라 쫓아갔다. 낡은 병원인 만큼 낡은 화장실. 그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다니엘의 눈에 담긴 화장실 안은, 복도에 넘치는 환자들의 수에 비해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타일러는 화장실에 누가 들어왔든 말았든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타일러는 마른 손을 들어 병원복이 젖을 정도로 세수를 했다. 평범한 세수가 아니었다. 뭔가를, 더러운 것을 억지로 씻어내리려는 듯한. 숨을 거칠게 헐떡거리며 벗겨내리려는 듯한 몸짓에 순간 타일러가 울고 있는 것인지 착각을 할 정도였다. 타일러는 거울 안에 비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을 마주했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거리며 알 수 없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곤, 자신의 가슴을 두 어번 퍽퍽 친 다음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곧 바로 자신에게 꽤 긴 길이인 소매를 위로 걷어내고는, 반짝거리고 날카로운 그 조각을 집어들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서 살이 찢겨지는 소리가 나면서 걷어낸 손목의 수많은 흉터와 상처 위로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타일러는 그 조각을 집은 손을 자신의 다른 손목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타일러의 손목을 덥썩 잡은 다니엘이 타일러의 손에서 화분 조각을 떨어뜨렸다. 피범벅이 되어 떨어진 조각은 화장실 바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타일러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며 신비로운 색의 눈동자가 다니엘을 한가득 담았다.   

 

   

 

“무슨...!”   

 

   

 

다니엘은 타일러의 멱살을 거의 잡다시피 하고는 화장실 칸을 열어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덜컹, 하고 닫히는 문에 타일러의 심장도 내려앉은 듯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다니엘은 타일러의 그새 말라버린 두 어깨를 세게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타일러의 급격히 흔들리는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못하고 여기저기로 흔들렸다.   

 

   

 

“뭐하는...이거, 노, 놔줘. 놔주...”   

 

   

 

타일러는 두 손으로 다니엘을 밀어내려 용을 썼으나, 이성을 반쯤 잃은 다니엘은 절대 밀리지 않았다. 타일러의 피에 애꿎은 경찰복만 젖어갈 뿐이었다. 타일러는 거친 숨을 쉬며 다니엘의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모자의 그림자에 가려져 눈을 볼 수 없는 모습에, 다시 떠오른 잊을 수 없은 공포는 구역질이 솟을 듯 타일러의 머리를 헤집기 시작했다. 타일러의 심장박동이 커지고 숨이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시야. 그리고 이성이 다시금 공포에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무언가가 턱 막힌 듯 했던 타일러의 목구멍에서, 역류하듯 무언가가 터져나오려 하던 참이었다.   

 

   

 

“내가 괴물로 보이죠?”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달리 다정한 듯한 다니엘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울렸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을 속였을 때, 그리고 지금. 내가, 괴물로 보이죠? 다시 한 번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타일러의 어깨를 잡은 다니엘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말해줘요. 내가 무슨 괴물로 보이는지 말해요.”   

 

   

 

도와줄테니까. 무서워도 지켜줄테니까. 그냥 기억나는대로, 보이는대로, 아는대로 말해요. 아플거 아는데, 무서울 거 아는데, 내가 다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줄테니까. 제발 포기하지 말고 말해줘요. 포기하지 마요. 그 하고 싶던 수많은 말 들 중에서, 다니엘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못했는지, 스스로는 알 수가 없었다.   

 

다니엘의 말을 듣고 있던 타일러의 입이 뻐끔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타일러의 만들어진 목소리와 말은 힘겹게 세상 밖으로 토해내지려, 굳은 목구멍 속에서 어떻게든 나오려, 스스로를 온 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윽고 타일러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사시나무마냥 떨리는 목소리는, 터져나오듯 다니엘의 귀에 도달했다.   

 

   

 

“나, 나한테 왜, 왜 이러는거예요...?”   

 

“......”   

 

“내가 뭔가를 잘못했어요? 주제 넘게 당신을 무시해서 그래요?”   

 

“.....”   

 

“내가, 내가 뭐든 잘못했으니까, 제발...”   

 

   

 

머리에 영원히 남을 정도로 계속 기억되고 기억되었었다. 잘못했다는 그 말.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그냥 살려달라는 의미로 무작정 내뱉었던 말. 다니엘은 다시 한 번 보았다. 그 말을 다니엘에게 처음 내뱉었던 때와 같은 그의 청록색 눈동자를. 그 때의 다니엘은 그 눈동자가 너무 아프고 안타까워, 그리고 무서워서, 그에게서 결국 도망쳤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습관처럼 도망치려 하는 자신을, 다니엘은 그 짧은 시간 몇 번이나 억누르고 억눌렀다.   

 

다니엘은 푹 눌러썼던 경모를 벗었다. 비와 땀에 젖어 축축해진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의 젖은 눈동자도, 그래, 아마 비와 땀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니엘은 아플정도로 어깨를 쥐어잡았던 손을 올려 타일러의 볼을 감쌌다. 움찔거리며 눈을 감는 타일러의 얼굴을 억지로 흔들며 다니엘은 자신을 보라고 소리쳤다.   

 

   

 

“뭘 잘못했는데요? 대체 타일러 씨가 뭘 잘못했어요?!”   

 

   

 

다니엘은 타일러의 얼굴을 더욱 세게 쥐고 타일러의 눈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서로의 눈에 투명한 서로가 비추어졌다.    

 

   

 

“왜 당신의 환상에게까지, 당신은 이유없이 용서를 빌며 지내야해요? 왜? 타일러 씨가 잘못한 건 없어요.”   

 

“제발,”   

 

“타일러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니엘은 힘이 세게 들어간 손아귀와는 다르게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떨리는 타일러의 볼을 쓰다듬었다. 타일러의 크게 뜨인 눈은 다니엘을 비추었고, 타일러의 귀는 다니엘의 목소리에 기울였다. 다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일러 씨가 혼자 괴로워 할 이유는 없어요.   

 

   

 

“타일러 씨의 잘못 아니라고 말해요.”   

 

“......”   

 

“타일러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유독 그 마지막 말이 더 크게 들렸던 것 같다. 타일러는 굳은 것 마냥 다니엘을 담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다른 것은, 어째서였는지 그냥 눈물이 나왔다. 타일러의 눈에서 한 방울 씩 떨어진 눈물이 다니엘의 손을 적셨다. 겁에 질려서나, 아파서가 아니었다. 타일러는 그냥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서, 타일러는 그냥 그렇게 울었다. 그 곳에서 그는 그냥 그렇게 울었다.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는 정들 항상 고마워ㅠㅠ    

 

그리고 10회 안 넘기려고 정신없이 빨리 진도빼다보니까 부자연스럽고 횡설수설... 미안하닥!!    

 

BGM : Lasse Lindh - C`mon Thr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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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10화까지 있나요ㅠㅠㅠㅠㅠ?(감격) 나 이썰 진짜 매일 기다리고있어!!!!!금손정 사랑해!
9년 전
독자2
사랑해 쓰니야! 난 매일 널 기다리고이써!!!!
9년 전
독자3
으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기다리고 있어 ㅠㅠㅠㅠ너 정의 글은 심리묘사 같은 게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에 그대로 녹아져 있는 것 같아서 더 집중하게 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ㅜㅠㅠ 이 썰 또 올라왔구나ㅜㅠ
타일러의 트라우마를 독다가 충격요법으로 치료해주려는건가... 많이 격해서 걱정이 되지만.. 괘..괜찮겠지??
늘 기다리고 있어. 빨리와!!

9년 전
독자5
와진짜쩔어ㅠㅠㅠㅠㅠ난너정이쓰는글이너무좋아진짜와진짜...빨리와기다릴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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