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누나를 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뭘 해야될 지 모르겠다.
원룸인 우리집은 따로 앉아있을 곳도 없어서 누나는 그냥 저냥 침대에 앉아있고 나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괜히 욱하는 마음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우리집에 데려온 터라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뻘쭘하기 그지 없다.
아무런 말도 없이 10분이 넘게 정적이 이어졌다.
"저..기 준회야"
기나긴 정적 끝에 누나가 먼저 건넨 말 한마디.
"네"
"음.. 아니야"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마는 누나의 표정에서 내가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미안해졌다.
"누나,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웃어보이는 누나의 모습에 이기적인 걸 알지만 내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뭘?"
그냥 내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고 싶었다. 난 진짜 이기적인 놈이다.
"누나가 편의점에 처음 온 날엔 그냥 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알바 끝나고 봤을때는 귀여운데 좋은 사람 이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말을 시작하니 누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번째 온 날은 멀리서 걸어오는 누나가 보였을 때 귀여웠고 반가웠고, 그냥 그랬어요.
근데 그 다음날부터 누나가 왜 안오는지 신경쓰이고 보고싶고.
그렇게 일주일동안 안 오다가 일주일만에 누나가 편의점에 왔는데 힘없이 들어오는 누나 모습이 화나고 속상하고 그랬어요.
근데 얼굴 보니까 또 반갑고. 아,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요 지금 내가.
이게 뭔지 무슨 감정인지, 내가 왜 이러는지, 누나를 왜 여기 데려왔는지도 모르겠다구요."
속사포처럼 내 말을 다 마치고 누나를 보고있자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 이기적이고 바보같은 놈. 누나의 마음과 감정은 생각도 안했다.
왜 그 말을 꺼냈는지 뒤늦게 후회하며 누나를 부르려 입을 연 순간 누나가 앉아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가 서있던 쪽으로 다가와 우뚝 섰다.
"준회야"
"네 누나"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두근거리는 소리가 누나한테까지 들릴까 걱정이 되었다.
"준회야, 나도 말할게. 솔직하게"
"네"
아 아까 누나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당황스럽고 뭔진 모르겠지만 괜히 긴장도 되었다. 누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길게 말 안할게. 처음에 너 봤을 때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어. 편의점 알바하는 사람이 이렇게 무뚝뚝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쾌하기도 했고"
"미안해요, 그럴려고 그런건 아니예요"
"아니야, 알아 너 좋은 애라는거. 불쾌했었어.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는데 핑계였는지 뭐였는지 나이가 알고 싶었고 이름이 알고 싶었고,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팩도하고 옷도 골라놓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나고 신경쓰이고.
근데 너는 그냥 내가 손님이구나 싶어서 실망했고.. 또.."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마음이 뭔지 왜 복잡한건지 왜 속상한건지 다 알게 되었다.
내 앞에 올 때 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누나의 모습에서 조그마한 아기같은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귀여워서 내 앞에 있던 누나를 끌어당겨 안아버렸다.
내 가슴 정도까지 오는 누나의 머리도 좋았고 내 귀까지 들리는 나의 두근거리는 소리도 좋았고 그냥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