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뽄뉘 전체글ll조회 709l
"우산 좀 제대로 써. 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고."  

자신의 우산 끝으로 너정 우산을 꾹꾹 누르는 에네스. 옆으로 한 연인이 작은 우산 하나를 꼭 붙어 쓰고선 마주쳐 지나갔지만 에네스는 잔소리와 물리적 공격을 강행할 뿐. 우산을 같이 쓰는 비효율적인 일은 절대 할 생각이 없어보여. 에네스 때문에 잘 쓰고 있던 우산마저 휘청이는 느낌. 건드리지를 말던가. 너정은 뚱한 얼굴로 우산을 약간 옆으로 하고 에네스를 올려다보며 말했어.  

"에네스, '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고' 앞에 뭔가 빠진 것 같아요."  

"....옛 말에-"  

"그렇지! 바로 그거예요!"  

옛 말에- 라는 말의 '옛'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지만 그 말이 안 들어가 있으면 안 들어간 대로 어색해. 옛말 중독인가. 그런 중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어쭈. 이젠 아주 날 갖고 놀아?"  

에네스가 틱틱대며 어이, 어이! 우산 공격을 펼쳤지만 너정은 무시하기로 했어. 우산에 구멍 내기만 해봐. 무지개 우산으로 다섯 개 사 내라고 할 거야. 추적추적 빗줄기는 일정하고 꾸준하게 내렸고, 축축한 느낌과 서늘한 기운은 사실 그리 좋지 못했어. 결국 너정은 불평을 터뜨렸지.  

"왜 꼭 비오는 날에 이렇게 멀고 구석진 골목에 있는 식당엘 간다는 거예요?"  

"선장이 바다에 나갈 때 늘 원하는 바람이 불지 않는 법이야."  

너정이 우뚝 멈춰 서서 에네스를 돌아봐.  

"중요한 수식어가 빠졌어요."  

"....옛 말에-"  

"맞아요! 아까부터 왜 자꾸 빼먹어요?"  

너정이 다시 종종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자 에네스는 기가찬 웃음을 터뜨렸어. 그가 웃건 말건, 너정은 볼멘소리로 투덜거려.  

"에네스가 그 중요한 수식어를 빼먹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없잖아요."  

"마음의 준비?"  

"네. 마음의 준비."  

"어허.... 마음의 준비라 함은 옛 선조들의 말씀을 새겨듣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준비는 개뿔 한쪽 귀로 흘리려고 준비하는거 내가 모를 줄 알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너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네스를 뒤돌아봤어. 능글맞은 듯 하면서 멋들어진 미소. 무게감 있는 듯 하면서 개구진 미소. 어휴, 어떻게 된 게 저렇게 잘생긴 터키인이 한국인인 나보다도 말을 잘해요. 말만 잘하고 끝이면 좀 좋아? 귀따가워 죽겠네, 증말. 고등학교 가고 나서는 부모님한테도 잔소리 잘 안 들었는데.... 너정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할 때, 다시 에네스가 끝나지 않는 잔소리를 이어서 늘어놓기 시작해.  

"북소리는 멀리서 듣기에 즐겁지만 바로 옆에서 겪으면 시끄럽다 라는 말처럼 내가 너한테 하는 말들이 듣기 짜증나거나 귀찮아도-"  

"어어! 잠깐, 에네스!"  

말을 끊자 에네스의 눈썹이 이상하게 굴곡졌지만 너정은 할말을 하지.  

"에네스의 잔소리는 멀리서 들어도 그렇게 즐겁지 못해요."  

"....하하하하하하!"  

제대로 빵터진 에네스가 호탕하게 웃어제끼고 너정은 여전히 그가 언제쯤이면 속담 잔소리를 줄일까 하는 생각을 해.  

"하하하! 정말 너는! 하하하하! 내가 정말 못 산다, 못 살아."  

터키인이 배잡고 웃으면서 못살겠다니. 내가 아주 못살겠다, 이 인간아!  

"뭐, 아무튼. 나중에 아이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도 있고, 신부 수업도 되잖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는데, 제대로 걷으려고 내가 지금 열심히 뿌리잖냐."  

에네스가 씩 웃어보이며 앞을 가리켜.  

"웃고 떠들다가 벌써 다 왔네. 저기야."  

"에네스-"  

너정이 급히 에네스의 팔을 잡아 세웠어. 에네스가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너정을 내려다봐.  

"그게....무슨 말이에요?"  

"응? 뭐가."  

"그....제대로 걷으려 한다니....뭘?"  

에네스의 물음표 표정이 아- 하며 부드럽게 풀려. 그리곤 아주 멋있게 미소를 지어 내보이지.  

"기름진 밭에서 좋은 작물이 나오고, 좋은 선생 밑에서 좋은 제자가 나오고, 좋은 신부수업 밑에선 좋은 신붓감이 나오겠지?"  

에네스는 그 멋있던 미소를 능글맞은 표정으로 바꾸곤 식당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모- 에네스 왔어요! 하고 소리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에네스, 너란 인간은 어떻게 싫어할 수가 없다.  

  

  

  

  

  

***  

  

  

  

  

1일 1에네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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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1등ㅇㅇ!
9년 전
독자2
세상ㅇ에 에네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ㄱ해 완전설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ㄴ썰글만 읽어도 너무 행복하다 ㅠㅠㅠㅠㅠㅠ앞ㅍ으로도 많이많이 써줘ㅠㅠㅠ아벨ㄹ라!
9년 전
뽄뉘
재밌게 읽어줘서 고맙다 너정ㅠㅁㅠ♥
9년 전
독자3
에네스글 좋다♥ 나 에네스같은 남자 짱 좋아해! 계속 꼭꼭 써줘! 자ㅈ읽으러 올게! 고마워 쓰니야♥
9년 전
뽄뉘
읽어줘서 고마워 정상아ㅜㅁㅜ 앞으로 열심히 할게! 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4
쓰니한테 에네스 영업당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아 설레 주금 투닥투닥하는 거 너무 좋아
9년 전
뽄뉘
영업!!! 당해랏!!! 내가 더 열심히할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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