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빈이 죽었다. 몇일 전만 해도 내 앞에서 환하게 웃던 한빈이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한빈이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내앞에서. 〈1.사진> -와, 쌀쌀하다… 이제 겨울이 가까워 오나봐… -난 안 추운데. -뭐? 추위도 많이 타는게 무슨…
-너때문에 따뜻한데? -악, 오글거려. 하지마! 실실 웃으며 어깨위에 손을 올리는 한빈이의 행동에 나도 그저 한번 웃어주었다. 그래, 우리도 어느 연인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평범한, 그런 연인이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내 눈에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었고 모든게 예뻐보였다. 한빈이와 함께 있으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한빈아, 오늘 무슨날인지 알아? -그럼! 내 생일이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음… 그러니까 내 말은…… -알아요, 알아. 오늘 우리 3주년인거 알고있지! 한빈이는 나만큼이나 기념일을 잘 챙기는 아이였다. 가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날들에도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듯한 그런 귀여운 이벤트도 해주던, 그리고 그때마다 나를 꼭 안아주며 바보같이 웃던 그런 아이. 그 날은 한빈이의 생일이자 우리의 3주년인 10월 22일이었다. -뭐해? 어디 가려고? -응! -어디 가는데? -우리의 기념일을 기념하러! -문장이 뭔가 이상한것 같지 않아? -이상하던 말던, 알아 들었으면 된것 아닙니까? 나오세요, 000씨. 자꾸만 나가자고 보채는 한빈이에 결국은 끌려나오듯이 바깥으로 나왔다. 한빈이의 손에 막무가내로 끌려다니면서 본 낙엽이 떨어지는 도시는, 아름답다. 그 한마디로도 모자라서 할 말을 잃게 만들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영화도 보고 나오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우와, 오늘 한거 되게 많다. 그치? -그러게. 앞으로 1년동안은 못놀겠다. 아 맞다. 잠깐만! -어? 어디가! -케이크 사올게. 여기서 기다려! 케이크는 됐다고 말리려 했지만 이미 한빈이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곧이어 해맑은 얼굴로 한빈이가 나왔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빨리 뛰어와!
-알았어! 발을 동동 구르며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 사진을 찍으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었다. 한빈이는 신호가 바뀌자 마자 나에게로 뛰어왔고, 나는 그 해맑은 한빈이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한빈이는, -……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으로 추락했다. 한빈이 옆에 서 있는 대형 트럭. 차가운 길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빈이. 그런 한빈이를 괴물이라도 보듯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것들을 보고있는 나. 한빈이가 떠올랐고, 떨어졌다. 한빈이가…… 트럭에 치였다. 상황파악이 끝나자마자 난 한빈이에게로 달려갔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그 공간에는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한빈이와 나 뿐이었다. -……한빈아? 한빈이는 내가 몸을 흔드는 대로만 움직였고, 그 외의 움직임은 없었다. 숨도 쉬지 않았다. -..저 남자, 죽었나봐……!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 -여자는 애인인가… 한빈이, 죽어가잖아요… 그저 웅성대는 소리만 들릴 뿐, 한빈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한빈이는, 차가운 도로에서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갔다. 네가 찍힌 그 사진은 아직 따뜻한데, 넌 벌써부터 차갑다.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쳐다보지 않아. 내가 곁에 있어, 한빈아…… 나 한번만 더 봐주라. * 뭔가 한빈이에게 죄짓는 기분이네여...하핳 뭔지모르게 진지 돋지만 이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단편아닙니다! 반응봐서 연재해야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