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무렵의 우리는 누군가에게 일정량의 슬픔을 배급받은 듯 그렇게 살았다. 다들 떠들썩하게 우울을 토로했고 누군지도 모르는 민중의 자유를 위해 이 한 몸을 바치자며 목소리를 불살랐고 공포탄 터지는 소리에 공포를 토해내며 귀를 막았다. 애써 귀를 막지 않아도, 애써 눈을 감지 않아도 당연히 발육되지 못하던 눈과 귀. 그 사이에서 우리는 속내를 털어놓으며 울었다. 함께 슬퍼했고 감정의 소모를 안타까워하며 말도 되지 않는 논변을 털어놓으며 술잔을 비워냈다. 그 술잔 속에 너의 타액도 섞여있었던가. 목적없는 운동권에서 자유와 탄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 결국, 나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옥을 자청했다. 흔들리던 내 청춘을 붙들기 위해 나는 옥에 갔다. 그때 말 없이 흔들리던 눈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가. 그 눈은 단지 술친구를 잃게 된 아쉬움인가, 아니면... 아니면... 내가 옥에 들어간다고 할때 너는 내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머뭇거리며 모자를 벗었다. 늘 벙거지 모자에 싸여있던 검다못해 푸르던 머리칼이 가로등에 비춰 붉어졌다. 그 머리칼처럼 너도 씩 웃었다. 너는 내 뒷목을 잡고 키스했다. 날카로운 통증이 훅, 내 혀를 잡고 늘어졌다. 그의 혀는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 혀에 베였고, 그의 손길은 탐미로웠지만 너무나도 폭력적이었다. 나는 자유와 탄압을 위해 싸웠으나 진정한 탄압은 그의 손이었으니, 나는 아무것도 진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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