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교보문고에서 입구문을 돌아 들어가 만화 잡지 코너를 지나 디자인 예술코너에서 30분째 같은 페이지에 멈춰있습니다. 흐음... 일본 건축 디자이너 책인데 교회 벽에 십자모양으로 난 공간으로 태양이 뜨고 짐에 따라 시간별로 교회 내부에 비춰지는 십자가의 위치가 다른 디자인... 사실 이 페이지보다 더 큰 이유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도는 약한 기침 소리 에크 한껏 올라오는 기침 기운을 억누르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그 짤막한 저항의 소리 에크 수수한 듯한 오이향 향수 그리고 거품이 적고 향이 진한 해외 모 브랜드의 레몬향 샴푸 두 가지 향기에 짤막 짤막 들리는 에크 작은 발 사이즈에 힘줘서 걷는 또각 소리까지 작은 키에 늘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힘주어 걷는다던 그녀 안되겠다 싶어 고개를 듭니다. 결국 눈이 마주치고 쌀죽에 풀어진 계랸 흰자마냥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려봅니다. 방금 전까지 디자인 코너에 가득 차있던 손님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책장도 떠서 천장에 붙고 책장 속 책들은 모두 날아가 문을 가득 메우더니 이 큰 공간에 둘만 남고 말았습니다. 카운터에 가득한 손님을 대하던 4명의 점원분들도 보이질 않고 카운터 앞 간단한 문구용품도 모두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에크 에크 그녀가 입을 뗍니다. 지금... 혼자야?? 으..응 지금... 행복해?? 그럭저럭 요즘... 살만해?? 좀 나아졌어... 나... 생각했어?? ..... 그렇구나... .... 처음 만났었고 함께 웃었었고 같은 컵에 커피를 마셨고 그녀의 날숨이 나의 들숨이 되었고 아침이면 나의 와이셔츠가 그녀의 코트가 되고 한 욕조에서 같은 샴푸향 늘 내집에 두던 그녀의 칫솔 그리고 여분의 옷가지... 그렇게 그렇게 손을 놓은 날을 지나 몇 번의 고성... 몇 잔의 술잔과 길거리 바닥에 만든 피자들.... 그래도 너밖에 없다는 말에 용서를 빌고 다시 끌어안고 그리고 다시 고성.... 다시 재생하고 싶지 않은 영화 필름통 뚜껑이 어쩌다 열린 건지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니 문득 그런 걱정이 듭니다. 다시 녹아들 수 있을까.... 연애라는 그 따스한 장르에 다시 뛰어들 수 있을까 살랑거리는 따스한 봄바람이 다시 불고 벚꽃나무마다 연분홍 물결이 차오르고 봄의 기운으로 하나 둘 연인이 되어 갈텐데 그 사이 비집고 들어가 사랑에 빠지고 톡을 보내고 밤새 전화기 붙들고 한 마디 그리고 한 마디 더 들으려고 애타는.... 그 나날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문득 지나버린 1년의 세월 속에서 한없이 겁쟁이 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 그렇구나 ...하아....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