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
한낱 풀이었던 내게
네가 가진 모든것은 눈부실만큼 아름다웠고
뿌리마저도 적당히 영롱했다.
빗소리가 들려와도 한치의 흔들림없던 너를
달은 한밤중에도 기꺼이 비추었다.
내 옆에 아름다이 서있는 네가
나는 질투날새도 없이 자랑스러웠다.
이 꽃에게 다가가고싶었다.
기쁘게도
어설프게나마 너를 품고자하는 내가 신기했던지
너도 이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그런데 이 꽃은
어느날 갑자기 멀어졌다.
내게 가까이 있지만 멀었다.
일부러 가까이 갔지만 멀었다.
난 네가 절대로 밉지는 않았음에도
어쩔수없이 너에게서 감히 멀어졌다.
처음부터 너는 나와 가까이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너는 내 옆 모든것이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꽤 오랫동안 오랫동안
영혼없이 가까이 지내왔지만 마음만은 멀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꽃을 용서하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했을 네 옆에서
나 혼자 죄를 씌우고 나 혼자 용서하겠다.
다시는 너를 품을수없어도 좋다.
나를 피하는 저 꽃을 이제는 이해하겠다.
너에게 나는 그저 잡초였던것일까.
나와 빛을 나누지않으면
더욱 아름답게 자랄수있는 저 꽃 한송이를
나는 이제 한마리의 벌이 되어 바라보겠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찬란하게 빛나는 네 모습을 멀리서나마 바라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