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시작은 처음부터
"먼지 "라는 단어가 나에게 꼭 맞아떨어지게 된 시작점은 어디부터일까?
이 의문에 따라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소꿉놀이하던 유치원 시절이 떠오른다.
나의 기억의 처음이자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시작점이다.
아빠 손을 잡고 유치원에 들어가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얼마 안 있어 자기들끼리 소꿉놀이를 하러 갔다.
나는 아이들을 따라가 끼워달라고 하였다. 그러면 아이들은 나에게 이불 역할을 맡겼다.
나는 이불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서로 가족놀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필요할 때를 기다렸다.
엄마 역할을 맡은 아이가 다들 잘자요라는 말을 하면 나는 아이들의 발치 아래에서 엎드리면 되었고 그렇게 소꿉놀이가 끝났다.
아빠는 나와 아이들이 하교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으로 남기셨다.
그 사진에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명과 뒤로 조금 물러나 있는 먼지가 있다.
먼지의 시작은 처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