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매미가 울어댔다. 나뭇잎 사이에서 보이지도 않게 잘도 숨어 울었다. 그래, 너도 지금이 아니면 울 수가 없겠지. 다음엔 못 울게 될까봐 지금 이렇게 울어대는 거지? 매미가 숨었을 나뭇잎들을 한참 바라보니 그 사이로 옅은 하늘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쨍한 햇님이 뿜어대는 햇빛이 보였다. 두어 걸음 내딛으니 팔이 따뜻해지고 바로 뜨거워 졌다. 햇빛은 모양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빛을 뿜어 댔다. 참- 너도 피곤하게 사는 구나. 그렇게 빛을 뿜어 대면 나중에 뿜어 댈 빛이 다 없어지겠네. 적당히 좀 뿜어라. 덥다. 여전히 뜨거움을 발산하는 해를 애써 무시한 채 나는 걸음을 옮겼다. 걸으면 걸을 수록 내가 걷는 게 아니라 다리가 나를 끌어 당기는 거 같았다. 햇빛을 받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난 더욱 다리에 나를 떠 맡겼다. 나는 이제서야 자유로워 졌지만 태양은 내가 혼자 자유롭게 걷는 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나 이제 나를 바라 보게 됐는데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 그 놈의 정이 뭐라고.. 주변인들은 나를 바보라고 한다. 왜 거절을 안 했어? 너 아주 속박 됐구나- 또야? 아... 난 너만 보면 답답하다 진짜 그래 맘껏 말해. 나도 이제 한계야.. 그 말을 듣는 것도 이젠 지쳤다. 제발.. 한 명당 한 번씩의 질문이 나에게는 수 십번의 대답인 걸 모르고 하는 거니. 가끔 같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할 때 나도 같은 대답 뻔한 대답 하는 게 지쳐서 다른 말 할 때도 있어. 그럼 어느 정도 눈치는 채 주라. 나에게 할 말이 없으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난 얘깃거리를 강요하지 않아. 나무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걸? 너가 고개 숙여 잠시 다른 생각을 할 때면 나도 눈길을 돌려 다른 생각을 해. 그럴 땐 얼마나 편안하고 고요한 지 몰라.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려 할 때면 넌 역시... 우리 잠시 침묵을 즐기자. 침묵은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해줘. 같은 말이라도 작은 차이점을 느끼게 해주는 걸? 그러니 우리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렇게 있자. 부탁이야. 나에겐 그런 시간이 간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