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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시 파키슨 전체글ll조회 154l
여느 때와 다름 없던 오후, 그 날도 마찬가지로 마법의 역사 수업을 듣기 위해 크레이브, 고일, 드레이코와 한 줄로 무리지어 아무런 생각 없이 책들이 든 가방을 들고 지나던 중이었다. 귓가에 크리스마스 무도회 …, 파트너 ….  하는 단어들이 짤막하게 들려왔다. 잠깐, 무도회?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멈춰 서선 그 단어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는 말인가? 멍하니 서 있던 제 어깨를 무언가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니, 드레이코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멀리서도 빛나는 백금발, 회색 눈동자, 높은 코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아, 드레이코. 아무것도 아니야. 서둘러 변명하며 발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하며 생각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드레이코밖에 없는 것 같아. 
 
"  드레이코, 나와 함께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 
 
기숙사 안의 아이들이 전부 연회장으로 떠난 때를 틈타 이 때다 싶어 본래의 나답지 않게 하루 종일 생각해두었다 용기를 내어 꺼낸 말이었다. 그게, 지금이 아니면 네게 못 말할 것 같아서 말이야 …. 슬리데린 기숙사 안에는 잠깐 동안 정적이 고요하게 감돌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닥의 카펫을 쳐다본지 20초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게 돌아온 대답은 다행히도 ' 좋아. ' 였다. 고마워, 드레이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짧게 인사를 하고는 기숙사를 나오기가 무섭게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이런 일, 전에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일어나지 않고 … ., 드레이코. 이런 일은 오직 드레이코와 있을 때만 일어났다. 도대체, 도대체 왜 이런 걸까? 
 
그날 하루 내내 별로 한 게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계속해서 지끈거렸다. 그 두통은 자기 전까지도 이어져 결국 잠을 설치고 말았고,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 계속 메아리치는 건 온통 무도회와 드레이코였다. 나는 왜, 도대체 왜. 이 생각을 떨쳐내지 못 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몇 시간 동안이나 잠을 설치며 떠올린 생각들은 이게 다였다. 잠시 후, 잠이 쏟아지려고 할 때 즈음. 무도회에 어떤 옷을 입고 가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나서부터 고민들이 갑자기 비 쏟아지듯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무도회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조신하게? 아님, 평소처럼? 아악, 어려워! 아니야, 팬시. 넌 이미 알고 있잖아!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하는 것이 질려갈 즈음에 마치 불이 꺼져 있던 전구에 갑자기 불이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퍼뜩 생각이 났다. 잠깐, 이게 무슨 상관이지? 그깟 무도회가 뭐라고, 바보. 여태까지 그랬듯이 그냥 즐기면 되는 거잖아? 내가 왜 여태 잠을 설친 걸까? 나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왜 자꾸 이런 거에 신경을 쓰는 거지? 제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짚곤 침대 위로 스르르 뛰어 누웠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 무성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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