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4분의 3 승강장? 어느 순간, 얼굴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피어올랐다. 어찌 저찌 하여 결국 승강장을 찾아 들어오긴 하였지만, 표에 적힌 승강장 번호를 보고 있자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4분의 3 승강장을 만들 생각을 한 거지? 사람.. 아니, 머글들이 발을 헛디디기라도 했다가 우연히 여기를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대처하려고? 그보다, 여기 이 승강장에는 위에서 보면 사람들이 무수한 점처럼 보일 만큼 많았다. 이들 중 몇 명은 내가 받았던 것과 같은 편지를 받았겠지. 무심코 제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보자 방금 전보다 시곗 바늘이 열차가 출발하는 시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찾았을까, 열차 끝쯤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극적으로 금발 곱슬머리를 가진 한 소년만이 타고 있는 객실이 눈에 띄었다. 제 눈에는 그 소년도 혼자 있고 싶어 했던 것 같아 보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딱 한 명만이 타고 있는 객실을 찾았다는 게 매우 기뻤던 플로리아는 서둘러 자리에 앉으려 하기 바빴다. 미안하지만, 여기 앉아도 될까? 다른 곳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다행히도 그 소년은 흔쾌히 앉으라며 앞 쪽 의자에 놓여있던 자신의 가방을 선반 위로 올려놓았다. 고마워. 침묵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커져만 가는 어색한 분위기를 막으려 플로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플로리아야. 플로리아 이브 홀리스. 네 이름은 뭐니?
루이스 엘빈 클라우드 (Louis Elvin Claude). 금발 머리의 소년이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어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게 소년의 이름이었다. 플로리아는 소년의 미소를 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네 이름이구나, 정말 멋지다 ㅡ . 플로리아는 대화 도중 이유 없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미소를 억누르며 적당한 웃음만을 입가에 띠려고 하였지만, 종종 실패하고 말았다. 루이스는 분명 나를 이상한 아이로 볼 거야. 그리곤 나를 피하겠지.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정신 차려, 플로리아!
부푼 마음을 안고 열차를 타, 드디어 호그와트에 다다랐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렇게 큰 성이 영국에 있었단 말이야? 웬만한 성들보다도 크겠는걸? 닫기지 않는 입을 벌리곤 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연못, 버드나무, 성 ㅡ. 그리고 온실. 성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성 내부로 들어간 플로리아는 그제야 현실을 직시했다. 여태 지냈던 거랑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제야 자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도. 안쪽으로 더 걸어 들어가자, 연회장이 보였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촛불, 긴 식탁들과 의자, 헤진 모자. 그리고 맨 앞 쪽에 놓여있는 식탁에 앉아 있는 교수처럼 보이는 여러 명의 사람들. 그중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마녀가 식탁들보다도 더 긴 두루마리를 펴고 하나하나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하였다. 아보트, 한나! ㅡㅡㅡㅡㅡ 그리고.. 홀리스, 플로리아! 저 자신도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건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제 손에 힘을 주어 작은 의자에 뛰어 걸터 앉자, 뾰족한 모자를 쓴 마녀가 머리 위에 모자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전의 아이들과 똑같이 모자가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흠. 냉철하면서도, 부드럽다라 ㅡ . 래번클로? 아냐, 그곳에 들어갈 정도로 지혜롭진 않아. 무언가 부족하군. 흠 …... 슬리데린은 아니고, 이거 참 애매하군. 애매해 ….. 뭐, 어쩔 수 없지. ㅡㅡㅡㅡ 래번클로! 플로리아는 깜짝 놀라고도 남을 만큼 큰 박수 소리와, 자신이 래번클로라는 기숙사에 배정되었다는 것이 한 켠으로는 아쉽고, 한 켠으로는 기뻤다. 이후, 소년이 의자 앞으로 걸어 나왔고, 모자는 후플푸프라고 외치었다. 후플푸프. 그게 소년의 기숙사였다. 플로리아는 그 사실에 매우 아쉬워하고 있었다. 내가 대체 왜 아쉬워하고 있는 거지? 아냐, 어쩌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