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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전체글ll조회 147l
순이는 남사스럽게 얼굴을 붉히었다. 사실 순이와 나는 어릴적 부터 같은 촌에서 오순도순 왕래한 사이였다. 그런데 순이가 공부한답시고 포르르 서울로 올라가 버린 이후론 안부는 커녕 인사도 못하였지. 그러다 막 방학을 맞아 내려온 참 인가 보다. 몇 년을 살았다고 서울 깍쟁이가 다 되어 온 것이야? 촌스럽던 옷태가 귀티나는 스커트와 고운 셔츠로 바뀌어있었다. 뎅강뎅강 대충 잘리었던 머리도 곱슬곱슬해져 있구. 그물을 등에 당겨 매고 축축한 신발을 구겨 신은 내가 참말로 부끄러워졌다. 

 

 

 

어릴적은 참말로 오빠,오빠하면서 잘 따르던 순이가 왠일이람 인사조차 않는다. 괜히 섭섭해진 마음에 앵 토라져 성질내듯 집으로 걸어와버렸다. 하긴 꼬박 2년을 모른사람으루 살았으니 알리가 있겠어? 하면서 도닥도닥거려보지만 섭섭한 마음은 죽을 생각을 않는다. 

그런데 나를 보구도 아는 척 조차 않는 순이년이 괘씸했다. 지금이 며칠째야, 손가락으루 꼽아도 벌써 일이삼…나흘째다. 첫째날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쳐도 나흘은 너무 심한게 아닌가? 매일매일 그물을 매고 노을을 등지고 오는 참이면 순이가 집 앞에 앉아 다리를 대롱거리고 있는데 말이야, 정어리 마냥 입술을 쭉 내밀고 검은 눈을 껌벅거리는데 그 아양에 내가 껌벅 죽을 양이다. 

매일매일 그렇게 뻘목에 똬리를 틀고 앉아 나를 보던 순이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게 돼었다. 마침 순이를 보는 것이 일과이던 나는 괜스레 찝찝하고 눈치가 봬이기도 하였다. 그새 순이가 서울로 가버렸나, 엄니한테 말허기두 그래서 망설이다 밥상머리 앞에서 툭 몇 마디를 던져보았다. 

 

 

"순이 그새 서울 올라갔남?" 

 

"어이구, 가기는. 어제 떡 돌리더만. 너 보고잡다 하던디?" 

 

순이가? 그 서울깍쟁이 순이가? 나는 좀 놀랍기도 하였고 호기심이 모락모락 동해왔다. 푹 고은 어죽을 몇 번 휘휘 저으며 엄니앞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엄니는 얼굴을 뒤로 빼며 무슨짓이냐 하며 손을 저었다. 나는 헤벌레 웃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정말 순이가 나 보고잡다 햐?" 

 

"무슨, 그냥 떡 돌리다가 몇 번 두리번두리번 하다 가드랑께. 그러다 오빠 어딨어요- 하다가 갔지." 

 

어깨가 가벼워지며 입에 생기가 도는 듯 하였다. 나가기 싫어 부루퉁하던 입도 쏙 들어가고 깨작거리던 어금니도 쾌지나 칭칭 흥이 나는 것이다. 찬 없는 밥이라도 꼴딱꼴딱 잘만 넘어가는 것이니. 그 맛없고 질리던 어죽도 세그릇을 비우고 말았다. 

 

순이도 그날따라 왠일인지 뻘목이 아닌 즈그 집 앞에서 딱 버티고 서서 오빠 하고 부르는 것이다. 눈이 좋진 않아두 순이의 여리한 몸은 금세 눈을 조였다. 순이의 본집 대문이 끼익거리며 순이를 받치고 있었다. 순이의 목덜미 뒤로 후광이 아른아른 번졌다. 순이는 옆집 누렁이처럼 좋다고 나를 반겼지만 나는 지금껏 인사 안한 순이가 왠지 밉고도 싫어서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순이는 금세 폴짝폴짝 뛰던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이내 쾅하는 문소리가 들렸다. 원, 그 심술은 여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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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뭔가 김유정작가님이 생각나요..
9년 전
독자2
우와 뭔가 정감가네요 좋아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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