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의 잘못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오로지 나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
다 나의 잘못이다.
내가 너의 눈에 들지 못한 것도.
내가 너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도.
오로지 다 나의 잘못이다.
너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그저 너를 좋아한 나의 잘못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을까?
매일 밤마다 바라고 바랐다.
니가 내일은 나에게 다가와주길, 나에게 눈길 한번 주길.
너의 번호를 묻고 싶어도 묻지 못한 날이 수백일이다.
너를 보고 싶어서 매일 다가갔던 걸음이 수백걸음이다.
매일 같이 너의 이름을 불렀던 입술은 부르트고 말라버렸다.
나는 더 이상 어디로 갈 수도 없이 발이 묶여버려 움직일 수가 없다.
내 발에 올무가 하루가 다르게 내 발목을 조이고 파고든다.
상처가 깊게 곪아버려, 피가 나고 아물지 않는다.
너가 내 연고가 되어주길.
우린은 그저 잠시 어긋났던 것 뿐이야. 맞춰지지 않는 조각은 없어.
내가 세모여도, 너가 네모여도 그래도 괜찮아.
내가 너의 한쪽 모서리에 기댈 수 있잖아. 너도 내게 반은 나눠줄 수 있잖아.
그래, 그럼 됐다. 그러면 됐어.
나와 너는 부족하지 않으니까, 모자라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