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내가 원래 예전부터 비를 엄청 싫어했어 .
그래서 그 친구한테도 맨날 비올때마다 비오면 우울해지고 습해서 싫다고
칭얼 댔겠지 10년을 같이 지냈는데 .
칭얼 댄건 무지하게 사소한 일이라서 기억은 안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같이 다니고
모든 학원도 같이 다닐 정도였으니깐, 모르는게 없는 사이였어.
게다가 대학교도 같은 곳으로 들어왔다 과는 다르지만.
든데 개가 재작년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
그 후로 진짜 애가 한번도 내 꿈에 나오지를 않는거야
처음에는 엄청 슬프다가 나중에는 원망이 되서 먼저간것도 원망스럽고
꿈에도 안나오니깐 진짜 원망스럽더라.
근데 얼마전 꿈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내가 우산이 없었어 근데 애가 내 앞으로
우산 두개를 들고 막 앞질러 가는거야. .
암튼 그래서 내가 야 우산좀 줘 라고 평소 하듯이 했지. 꿈에서는 현실과 달라도 인지를 못하니깐
마치 살아있을적 처럼. 그랬더니 얘가 뒤로 싱긋 웃는데 그게 딱 우리 서로 개구진 표정
그애 만의 표정이 있어 암튼 그 미소를 지으면서 뒤돌아 보고서는 말없이 나한테 우산을 주더라.
ㄳ 하고 받아서 덕분에 비 안맞고 길을 가는데 애가 걸음이 너무 빨라서 내가 기다리고 했는데도
그냥 어디로 가는거야. 그러더니 어느 상가로 쏙 들어갔어.
내가 상가로 들어가서 개를 엄청 찾았거든 이름을 부르면서, 근데 순간 이건 꿈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일종의 자각몽인거지.
내 친구는 죽었구나 만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진짜 꿈속 길 한복판에서 목놓아 울었어.
내가 남들한테 눈물 보이는거 정말 싫어해서 장례식장에서도 그렇게 참으려고 애썼었거든
근데 거기서 진짜 세상 떠나가라 걔가 준 우산 붙잡고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막 울었다.
그러고 잠에서 깼는데 한동안 침대에 멍하니 있다가 일 나갔지.
일 나가서 쓸게 있어서 날짜를 확인하는데 딱 그 친구 생일이더라.
날짜 보고 소름 돋는다 라기 보다는 그냥 멍해졌어.
얘가 날 진짜 찾아왔구나, 내가 원체 비 맞는걸 싫어하니깐 내 비오는 꿈에 찾아와서 우산 주고 갔구나 싶더라.
이렇게라도 찾아와서 너무 고맙고 우산 준것도 고맙고,
잘지내고 있는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하고 싶은거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가서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음생을 믿는데 믿는이유가
이번생에 이런일들을 다음생에 보상 받았으면 하는 심리 때문이야. 그래서 다음생에는
하고 싶은것 하고, 결혼도 해보고, 애도 낳아보고 삶의 희노애락 겪으면서 그렇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