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세상은 참 더러워서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그걸 그냥 두고 넘어갔다 싶으면 두고두고 내게 돌부리가 되고, 적이 되고, 싹수가 되고…. 결국 호랑이 새끼를 키운 셈이 되잖아. 싹을 제거해 두어도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그때는 확 뿌리를 뽑아 두어야 해. 올라오거든. 그래서 난 네 싹을 뽑으려고 여기 왔어. 장차 내게 돌부리가 될 너의 싹을 뽑으러.
널…놓아줄까?
무섭지 세상이…. 두고두고 네 아버지를 무서워 하렴. 세상 대신에. 너도 참 안타깝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데 어떡하니? 이 일이 내 일인걸.
알았어, 알았어.
네 아버지 덕분에 너는 세상을 저버린 셈이니, 넌 이제 자유로울 거야. 네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네 마음의 이정표대로 너는 살아가게 될 거다. 대신 넌 네 아버지가 밟아왔던 노선과, 네 아버지가 누려왔던 호사와, 네 아버지가 즐겨왔던 만찬은 찾을 수 없겠지. 자유가 네 아버지가 네게 남긴 유산이다. 지금은 막막할테지, 하지만 크고 보면 넌 나보다 훨씬 좋은 삶을 누리고 있을거야. 넌 머리도 좋고 키도 큰 편이고 잘생겼잖니? 키도 더 클 테고 아마 일이 잘 풀린다면 누군가가 너를 데려가 주겠지.
난 사실 지금 많이 무서워. 너를 두고 가게 되었기 때문에. 네가 장차 커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더 두렵다.
싹을 뽑으려 왔는데 싹을 심어주고 가는구나.
너, 내게 감사하게 될 날이 올거다.
커서 말야… 날 찾아온 다면 그때는 내 좆을 빨게 할 줄 알아. 다시는 오지 마라. 난 네가 무서워….
잘 가라.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