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빛 바랜 기억들을 모아 편지를 쓰자.
 

너에게.
 

 

그 옛날의 편지가 기억이 난다.
 

한 글자, 두 글자,
 

어렵기만 한 네게 쓰는 글이 그리 쉽게 쓰여졌던 이유는,
 

그 속엔 내 진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쓴 생일편지.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형식적인 말들.
 

 

너에게 내 마음이 들킬까 감춰뒀던 내 마음.
 

 

그 마음은 글이 아니라,
 

글자 속에 담겨있다.
 

 

글씨를 고치기 위해 몇 번을 다시 쓴,
 

평범한 생일 편지.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내 속에 아직도 가득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말들은 내 속에 갇혀있네.
 

 

자,
 

빛 바랜 기억들을 모아 편지를 쓰자.
 

너에게.
 

 

이번엔, 글에 마음을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