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의 나는, 내가 눈송이라 믿었다. 원하는만큼, 노력하는만큼, 내 행복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아무런 불만 없이, 구르고, 또 굴렀다. 상처가 나고, 아팠지만, 내 모습을 볼 수 없기에 후에 나를 기다릴 커다란 눈사람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구르고, 또 굴렀다. 내가 지쳐 쓰러졌을때, 냇가에 비친 나는 내가 어릴 적 믿었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눈송이가 아니었다. 바닥에 깎이고, 울퉁불퉁 상처난 작은 돌맹이-였다. 공허함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언젠간 커다란 눈사람이 되어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던 꿈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룬 것이 없었다.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시키는 대로 구르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굴렀다. 돌맹이인 나는, 구를수록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나에게 돌맹이가 행복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구르고, 또 굴렀다.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다음생엔, 빛나는 눈으로 태어나기를, 혹은, 돌맹이도 행복할 수 있기를. 이 세상 모든 돌맹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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