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적막만 맴도는 공간에서
너의 숨소리 하나에, 너의 움직임 하나에
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눈을 두는 널, 내 눈에 담기 시작한 것이.
아아,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아무도 찾지 않아 햇볕만이 차지하던 그 자리에
언젠가부터 네가 있었어
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를 이유로
내가 그 곳을 들릴 때면 넌 항상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다른 곳에 시선을 뒀지
마치 그 공간에는 너 혼자만이 존재하고 있는 듯이 말이야.
네 주변을 감싼 공기와 알 수 없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늘 내 발걸음은 네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곳의 퀴퀴한 책 냄새와
낮이면 햇볕이 들어오던 자그마한 창과
온전히 한 곳을 바라보던 네 시선과
너와 내 사이에서 돌던 그 잔잔한 침묵이
나의 시간을 감싸돌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모든 순간들을
내 하루에 담아내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