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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 전체글ll조회 337l 1
2018.01.28 

나는 너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편지를 쓰고, 그날 만나면 다음에 만날 때는 뭐할 지 생각하고, 너와 있으면 헤죽헤죽 잘 웃고, 나 사고 싶은 옷 한벌 못 사도 너가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싶어서 끝없이 남성 의류를 알아보고, 적어도 옛날과 같은 이유로 두 번 다시 헤어지기 싫어서 애쓰고, 노력하고, 울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본인을 어떻게 보는지도 중요하고, 너무 막 살아온 나와는 달랐다.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도 잘하고, 워낙 원래부터 배려심도 깊었다. 내 생각에는 유난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너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런 너를 이해하다가도 하지 못 했고 지금 당장에 내 옆에 너가 있었다는 그 사실이 좋아서 가려진 게 많았다. 그야말로 네 옷 사이즈는 잘 알았지만 네 마음의 크기는 알 수 없었다. 

내 얼굴을 보면 너무 좋은 걸 어떡하냐고 했으면서, 언제나 다정하게 내 이름 끝자를 부르면서 웃어 주기도 하고 말을 건네 주기도 했으면서. 같이 신자고 커플 운동화를 선물해 줬으면서. 내가 아프면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 아픈 얘기만 했으면서. 내가 사랑한다고 했을 때, 너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뽀뽀해 달라고 하면 입으로 쪽쪽 소리까지 내 줬잖아. 우린 여느 연인 같았잖아. 

네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늘로써 932일이나 걸렸다. ‘결국에는 나한테로 올 거지?’ 라는 막연한 질문에 왜 웃기만 했는지, 그 땐 그렇게 싫었던 ‘모르겠다’ 라는 대답으로만 일관했는지.  

너는 무서웠던 거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부담이 됐던 것이다. 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들을 잃게 되고 나와의 불투명한 미래도, 하지만 상처 주기 싫었고, 그치만 이 사이에 해답을 내릴 수 있는 건, 끝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언제 어디서나 현명하던 너라서 이것 마저도 너가 먼저, 그리고 너만 깨달았다. 너를 사랑하는 데에는 단 100일도 경과하지 않았지만 너를 포기하는 데에는 몇 년이 흘러도 불가능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와 얼른 결혼하자고 진심 섞인 농담을 했을 때도, 불편했겠지. 냉정히 돌아서야 하는 현실에 속으로 많이 앓았겠지. 하루마다 속이 이만저만 아니었겠지.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나에게 알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겠지. 

그런데. 너무 좋은 걸 어떡해. 받은 만큼 다 돌려 줄 수는 없어도 그래도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 하나만은 전해 주고 싶어서 그렇게 선물도 주고, 편지도 쓰고, 전화도 하고, 내 지조를 내가 지키고 싶어서 사람들한테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도 하고 다닌 건데. 너를 하루라도 빨리 내 품에 안고 싶어서,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애탔던 지난 날들이 존재하는데. 마치 어제처럼 그렇게 했던 날들이 생생한데. 

욕심이 많았던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무척 미안하고, 또 죄스럽고, 기다리고 싶고, 아직까지도 너의 연락 하나만을 바라는데. 다시 보게 될 날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는 나를 보면 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아프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보고 싶다. 목소리도 듣고 싶고, 너를 다시 만지고 싶고, 느끼고 싶고. 그 때로 돌아간다면 보채지 않을 텐데, 네 마음 아프게 안할 텐데, 적어도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가슴 찢어지는 말은 안할 텐데, 그저 네가 날 숨쉬게 한다는 그 한 마디만이라도 전할 텐데. 그 아쉬움에 비통하여 오늘도 너가 모르는 순간마다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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