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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던 오전과 달리,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때까지 비가 내린다면 나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나는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 비를 뒤로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한껏 취한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 테이블을 찾아냈다. 

 

 

 

 

 

 

 

 

 

"어, 야 권지혁 왔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자식, 잘 지냈냐?" 

 

 

 

 

 

 

 

 

 

반갑게 반겨주는 익숙한 얼굴들은 어린 시절부터 봐온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거의 다 같은 초중고를 같이 나왔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아무 때나 보이는 빈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불앞이라 금세 더워진 바람에 결국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벗은 외투를 옆에 두려는데 그 순간, 웬 고운 손이 내 손과 닿았다. 손의 주인을 쫓아 시선을 위로 올렸을 때, 내 눈은 그토록 마주 보고 싶던 그 눈과 마주 볼 수 있었다. 

 

 

 

 

 

 

 

 

 

"아, 안녕?" 

 

 

 

 

 

 

 

 

 

아아, 신이시여.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까지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는데도 내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 눈이 그토록 마주 보고 싶었던 눈의 주인. 내 어린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던 범인. 그게 너란 것을, 너는 알까?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중1 때 전학 갔으니까 ..." 

"9년 만이네." 

"와 벌써 그렇게 됐어? 시간 빠르다." 

 

 

 

 

 

 

 

 

 

사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봐온 친구들이 모이는 동창회라고 해도 꼭 참석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다들 한 번씩은 빠져본 적이 있다. 나만 빼고. 나는 언제라도 다시 내 첫사랑을, 임이영을 만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차려입고 올걸. 향수라도 뿌리고 올걸. 하지만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내가 임이영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해서인지 들떠서인지 나는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아졌다. 횡설수설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리로 걱정은 했지만,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하하! 왜 이렇게 재밌어 너?" 

"내가 그렇게 재밌어?" 

"너 옛날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되게 유머러스해졌다." 

 

 

 

 

 

 

 

 

 

이러다 그냥 재밌는 애로만 인식될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나로 인해 웃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나는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고, 우리는 점점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 나도 그 책 봤는데." 

"정말? 좋지 않아 그 책?" 

"응. 답답하지 않게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들더라." 

"나는 인물들도 마음에 들어.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게 좋아." 

"어 맞아, 그런 게 좋더라. 특히 여자 주인공의 질투는 공감도 됐어." 

"정말? 너도 그런 질투를 해봤어?" 

"음... 아, 어릴 때." 

 

 

 

 

 

 

 

 

 

임이영은 또 시원하게 웃으며 너도 참 귀여웠구나-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여전히 시원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어린 권지혁은 어떻게 질투를 했어?" 

"잘 기억 안 나는데." 

"에이." 

"아, 낙서." 

 

 

 

 

 

 

 

 

 

낙서? 임이영은 턱을 괴고 나를 쳐다봤다. 살짝 붉어진 뺨이 귀여웠다. 나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했던 애가 미술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얼굴을 그렸는데, 그게 교실 뒤에 걸렸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그 사람 얼굴을 그렸다는 게 질투가 난 거야.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 교실 뒤에 걸린 그 아이 그림 속 가수의 얼굴 위로 낙서를 하려 했어. 근데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을 망치고 싶진 않은 거야. 그래서 가수 얼굴에 주근깨만 그려놨었지." 

 

 

 

 

 

 

 

 

 

문득 떠오른 내 어린 시절 유치한 질투 이야기를 듣던 임이영은 그 예쁜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초딩 지혁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낯간지러운 소리도 해가며. 

 

 

 

 

 

 

 

 

 

"근데 있잖아." 

"응?" 

"그 좋아했던 애, 나지?" 

 

 

 

 

 

 

 

 

 

[단편] 낙서 | 인스티즈

화창하던 오전과 달리,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때까지 비가 내린다면 나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나는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 비를 뒤로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한껏 취한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 테이블을 찾아냈다. 

 

 

 

 

 

 

 

 

 

"어, 야 권지혁 왔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자식, 잘 지냈냐?" 

 

 

 

 

 

 

 

 

 

반갑게 반겨주는 익숙한 얼굴들은 어린 시절부터 봐온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거의 다 같은 초중고를 같이 나왔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아무 때나 보이는 빈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불앞이라 금세 더워진 바람에 결국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벗은 외투를 옆에 두려는데 그 순간, 웬 고운 손이 내 손과 닿았다. 손의 주인을 쫓아 시선을 위로 올렸을 때, 내 눈은 그토록 마주 보고 싶던 그 눈과 마주 볼 수 있었다. 

 

 

 

 

 

 

 

 

 

"아, 안녕?" 

 

 

 

 

 

 

 

 

 

아아, 신이시여.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까지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는데도 내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 눈이 그토록 마주 보고 싶었던 눈의 주인. 내 어린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던 범인. 그게 너란 것을, 너는 알까?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중1 때 전학 갔으니까 ..." 

"9년 만이네." 

"와 벌써 그렇게 됐어? 시간 빠르다." 

 

 

 

 

 

 

 

 

 

사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봐온 친구들이 모이는 동창회라고 해도 꼭 참석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다들 한 번씩은 빠져본 적이 있다. 나만 빼고. 나는 언제라도 다시 내 첫사랑을, 임이영을 만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차려입고 올걸. 향수라도 뿌리고 올걸. 하지만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내가 임이영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해서인지 들떠서인지 나는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아졌다. 횡설수설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리로 걱정은 했지만,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하하! 왜 이렇게 재밌어 너?" 

"내가 그렇게 재밌어?" 

"너 옛날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되게 유머러스해졌다." 

 

 

 

 

 

 

 

 

 

이러다 그냥 재밌는 애로만 인식될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나로 인해 웃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나는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고, 우리는 점점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 나도 그 책 봤는데." 

"정말? 좋지 않아 그 책?" 

"응. 답답하지 않게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들더라." 

"나는 인물들도 마음에 들어.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게 좋아." 

"어 맞아, 그런 게 좋더라. 특히 여자 주인공의 질투는 공감도 됐어." 

"정말? 너도 그런 질투를 해봤어?" 

"음... 아, 어릴 때." 

 

 

 

 

 

 

 

 

 

임이영은 또 시원하게 웃으며 너도 참 귀여웠구나-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여전히 시원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어린 권지혁은 어떻게 질투를 했어?" 

"잘 기억 안 나는데." 

"에이." 

"아, 낙서." 

 

 

 

 

 

 

 

 

 

낙서? 임이영은 턱을 괴고 나를 쳐다봤다. 살짝 붉어진 뺨이 귀여웠다. 나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했던 애가 미술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얼굴을 그렸는데, 그게 교실 뒤에 걸렸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그 사람 얼굴을 그렸다는 게 질투가 난 거야.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 교실 뒤에 걸린 그 아이 그림 속 가수의 얼굴 위로 낙서를 하려 했어. 근데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을 망치고 싶진 않은 거야. 그래서 가수 얼굴에 주근깨만 그려놨었지." 

 

 

 

 

 

 

 

 

 

문득 떠오른 내 어린 시절 유치한 질투 이야기를 듣던 임이영은 그 예쁜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초딩 지혁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낯간지러운 소리도 해가며. 

 

 

 

 

 

 

 

 

 

"근데 있잖아." 

"응?" 

"그 좋아했던 애, 나지?" 

 

 

 

 

 

 

 

 

 

[단편] 낙서 | 인스티즈

화창하던 오전과 달리,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때까지 비가 내린다면 나가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나는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 비를 뒤로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한껏 취한 사람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 테이블을 찾아냈다. 

 

 

 

 

 

 

 

 

 

"어, 야 권지혁 왔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자식, 잘 지냈냐?" 

 

 

 

 

 

 

 

 

 

반갑게 반겨주는 익숙한 얼굴들은 어린 시절부터 봐온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거의 다 같은 초중고를 같이 나왔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인사를 나누고 아무 때나 보이는 빈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불앞이라 금세 더워진 바람에 결국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벗은 외투를 옆에 두려는데 그 순간, 웬 고운 손이 내 손과 닿았다. 손의 주인을 쫓아 시선을 위로 올렸을 때, 내 눈은 그토록 마주 보고 싶던 그 눈과 마주 볼 수 있었다. 

 

 

 

 

 

 

 

 

 

"아, 안녕?" 

 

 

 

 

 

 

 

 

 

아아, 신이시여.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저녁까지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는데도 내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 눈이 그토록 마주 보고 싶었던 눈의 주인. 내 어린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던 범인. 그게 너란 것을, 너는 알까?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중1 때 전학 갔으니까 ..." 

"9년 만이네." 

"와 벌써 그렇게 됐어? 시간 빠르다." 

 

 

 

 

 

 

 

 

 

사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봐온 친구들이 모이는 동창회라고 해도 꼭 참석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다들 한 번씩은 빠져본 적이 있다. 나만 빼고. 나는 언제라도 다시 내 첫사랑을, 임이영을 만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차려입고 올걸. 향수라도 뿌리고 올걸. 하지만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내가 임이영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해서인지 들떠서인지 나는 평소와 달리 말이 많아졌다. 횡설수설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리로 걱정은 했지만,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하하! 왜 이렇게 재밌어 너?" 

"내가 그렇게 재밌어?" 

"너 옛날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되게 유머러스해졌다." 

 

 

 

 

 

 

 

 

 

이러다 그냥 재밌는 애로만 인식될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나로 인해 웃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뿌듯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나는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고, 우리는 점점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 나도 그 책 봤는데." 

"정말? 좋지 않아 그 책?" 

"응. 답답하지 않게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들더라." 

"나는 인물들도 마음에 들어.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게 좋아." 

"어 맞아, 그런 게 좋더라. 특히 여자 주인공의 질투는 공감도 됐어." 

"정말? 너도 그런 질투를 해봤어?" 

"음... 아, 어릴 때." 

 

 

 

 

 

 

 

 

 

임이영은 또 시원하게 웃으며 너도 참 귀여웠구나-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여전히 시원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어린 권지혁은 어떻게 질투를 했어?" 

"잘 기억 안 나는데." 

"에이." 

"아, 낙서." 

 

 

 

 

 

 

 

 

 

낙서? 임이영은 턱을 괴고 나를 쳐다봤다. 살짝 붉어진 뺨이 귀여웠다. 나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했던 애가 미술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얼굴을 그렸는데, 그게 교실 뒤에 걸렸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그 사람 얼굴을 그렸다는 게 질투가 난 거야.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 교실 뒤에 걸린 그 아이 그림 속 가수의 얼굴 위로 낙서를 하려 했어. 근데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을 망치고 싶진 않은 거야. 그래서 가수 얼굴에 주근깨만 그려놨었지." 

 

 

 

 

 

 

 

 

 

문득 떠오른 내 어린 시절 유치한 질투 이야기를 듣던 임이영은 그 예쁜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초딩 지혁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낯간지러운 소리도 해가며. 

 

 

 

 

 

 

 

 

 

"근데 있잖아." 

"응?" 

"그 좋아했던 애, 나지?" 

 

 

 

 

 

 

 

 

 

[단편] 낙서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딸랑- 문틈 사이로 시끄러운 말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마침 그때 슬슬 가자는 다른 친구들의 말이 없었다면, 나는 당황한 채 고백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야 지혁아 너 나랑 같은 방향 아니냐?" 

"어. 맞아." 

"그럼 같이 가자." 

"잠깐." 

 

 

 

 

 

 

 

 

 

임이영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지혁이 너 나한테 빚진 거 있잖아. 벌로 나 데려다줘." 

"응?" 

"너 다시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영이한테 빚까지 졌냐? 어휴, 잘 데려다줘라." 

"아니, 잠깐..." 

"권지혁씨." 

"...네." 

 

 

 

 

 

 

 

 

 

빚 다 갚으셔야죠? 임이영은 또 그 예쁜 눈을 접으며 싱긋 웃었다. 나는 그저 이 입에서 이상한 말이나 튀어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우산 위로 굵은 빗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몇 분이나 아무 말 없는 임이영 덕분에 내 심장은 계속 빠르게만 뛰었다. 굵은 빗방울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지금도 나 좋아해?" 

"응. 응? 어?" 

"아하하! 역시 재밌다니까." 

"놀리지 마..." 

"어쨌든 어릴 때 나 좋아했던 건 맞잖아." 

"....."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인 걸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을 했었어도, 임이영은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바로 알았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집 도착하기 전까지." 

"응?" 

"사실만을 말할 것. 알았지?" 

"...알았어." 

"좋아. 나도 그렇게 할게."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 

"좋아하는 색깔은?" 

"남색." 

 

 

 

 

 

 

 

 

 

갑자기 시작된 질문 퍼레이드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점점 적응해갔다. 다만, 나는 대답할 권리 밖에 없었다. 신나게 질문을 던지는 임이영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솔직한 대답뿐이었다. 

 

 

 

 

 

 

 

 

 

"좋아하는 날씨는?" 

"맑은 날." 

"좋아하는 옷 스타일은?" 

"심플한 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메로나." 

"좋아하는 사람은?" 

"임이영." 

 

 

 

 

 

 

 

 

 

기계 마냥 대답하고 있던 나는 훅 들어오는 임이영의 질문을 결국 쳐내지 못하였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야 솔직하게 말해주네." 

"....." 

"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단편] 낙서 | 인스티즈

"좋아해."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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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너무 좋다 잘읽고가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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