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매일 저녁 소주 한병을 마시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연속해서 했다.
아버지의 어린 날은 개중 으뜸가는 단골소재였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어린 날에 돌아가셨고 벙어리셨네
아버지의 친구는 교통사고로 죽어 땅속에 묻혀 있네
그런 이야기들
아버지의 머리속에 문어, 문어는 을매나 징그러운지
아버지는 갯벌이 펼쳐져 있는 가난한 마을에서 자랐다.
나의 무릎만한 키일 때 아버지는 친구와 갯벌에서
바다로 돌아가지못한 문어를 봤다.
증말로 커서는 갈 엄두도 못냈다.
그래 울 아버지를 불러올게
원래 겁이 많았던 친구는 겁나게 집으로 달려가 버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불렀다.
어렸던 아부지는 호들갑을 떨며 손짓 발짓을 하며
아부지 아부지 저기로 가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옆으로 젖히던 할아버지는
일단 어린 아들의 응석을 따라 나갔다
소쿠리 하나들고 이리로 가자 이리로 가자
조막만한 손으로 옷자락을 끌고서는 갯벌로 가니
아직은 여기있다.
가지 않고 있다
문어를 소쿠리에 담아와
아궁이에 불을 떼고
쌀을 넣고 죽처럼 끓여 먹었다.
아버지가 자란 곳의 밤하늘은 은하수가 있었다지
지금 사는 곳에는 없는 은하수가 있었다지
아버지는 그런 이야길 하며 폐병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길 했다.
고모들은 모두 아버지와 같은 남자와 결혼을 했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그런 이야길 했다.
조막만 했던 아버지의 손은
내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는 그 문어를 잡을 만큼 커져 버린 것같다.
살다가 가야지 살다가 가야지
하는 게 울아버지의 말버릇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네 우리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