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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침 인사를 나눈 그날, 닝과 유즈코는 쿠로코에게 말을 걸 것 같다. 늘 그랬듯이 선생님들이 쿠로코의 유인물을 빠뜨리면 닝이나 유즈코가 손을 들어서 한 장 부족하다며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자잘한 간식이 생기면 몇 개 나눠먹기도 하고, 밖에 나가는 건 추우니까 점심시간에는 교실에 책상 맞대고 앉아서 싸 온 도시락 먹고. 그렇게 그날 하루를 보냈겠지. 

 


 

도중에 모모이가 쿠로코를 찾으러 왔다가 같이 있는 자신과 유즈코의 모습을 발견하고 괜한 질투를 받게 될까 걱정이 되긴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날 모모이는 쿠로코의 교실로 찾아오지 않았을 듯. 하기야, 모모이는 아오미네를 챙기기 바쁘니까. 

 


 

“내일 봐.” 

“..네, 내일 봬요.” 

 


 

방과 후, 유즈코가 부활동으로 떠나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 닝은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쿠로코와 인사를 주고받겠지. 아직, 닝이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게 어색한 눈치인지 쿠로코에게서는 한 박자 늦은 대답이 흘러나올 듯. 뭐, 대답이 좀 늦으면 어떻고 빠르면 어떠랴. 닝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곧장 교실을 나설 듯. 

 


 

따듯한 히터 바람이 아닌 칼 같은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것을 맞으며 집으로 가겠지. 역시나 늘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 날씨에 대한 욕을 읊조리면서. 사실, 알아들을 사람은 없을 테니 한국말로 직접 욕을 내뱉어도 되겠지만, 그, 흔한 클리셰 같은 그런 거 있잖아? 꼭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한국말로 지껄인 욕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고, 꼭 그 사람이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진다거나, 그런 거. 그러한 혹시 모를 클리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닝은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속으로만 욕을 중얼거리겠지. 

 


 

아무튼 그렇게 3년 동안 익숙해진 길을 걷다가, 닝은 신호등의 빨간 신호에 따라 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서겠지. 그리고 덜덜덜 떨면서 얼른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릴 듯. 찬 공기에 시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신호 진짜 오지게 안 바뀌네.’라고 생각하고 있던 닝.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오는 미성에 고개를 돌릴 거다. 그리고 닝의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색 머리카락. 

 


 

“응, 안녕.” 

 


 

아까 교실에서 헤어지면서 인사 했는데, 왜 또 인사를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닝은 단조롭게 쿠로코의 인사를 받아쳐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신호등을 바라보겠지. 놀라지도 않는 태연한 반응에 그가 힐끗, 시선을 돌려 닝을 바라 볼 듯. 

 


 

“역시 안 놀라시네요.” 

“...? 아, 놀라야 했던 거였어?”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 

“저를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가 갑자기 나타나도 놀라지 않는 분은 아카시 군을 제외하고는 닝 상이 처음이라….” 

“아아.” 

 


 

하기야... 그 아카시 세이쥬로라면 쿠로코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았지. 아니, 놀랐는데 안 놀란 척 했었나. 아님 놀란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아, 모르겠다. 그쪽으로는 최대한 신경을 끄고 살아서 그런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게다가 나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알게 뭐야.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쪽 세계에 들어온 지도 벌써 삼 년이 다 되가네. 다른 누군가의 몸에 내 영혼만 들어온 게 아니라 내 몸, 내 영혼, 내 가족과 집까지 모조리 이쪽 세계에 들어와서 그런가. 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그동안 들지 않았네. 친구? 친구야 뭐... 내가 친구에 그리 연연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리 끈끈한 우정 따위 만든 적도 없었으니까 친구에 미련은 없지... 연인은 물론 그럴듯한 인간관계도 없었고. 

 


 

게다가 이쪽은 한국보다 시험 난이도가 낮은 편이고, 나는 이미 한 번씩 공부했던 내용들이라 공부하는 게 훨씬 수월했었지. 여기서는, 유즈코라는 친구도 생기고. 

 


 

이것 참... 나, 이쪽 세계에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살아도 되나-. 

 


 

“-상.” 

“...” 

“-닝 상.” 

“...아.” 

“닝 상,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었습니다.” 

“아... 어, 미안.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아뇨, 괜찮습니다. 신호가 다시 바뀌기 전에 얼른 건너죠.” 

 


 

멍하니 생각하고 있던 닝, 쿠로코가 몇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곤 그와 함께 길을 건너겠지.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계속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겠지. 대화 하나 나누지 않아 정적만 가득한 공기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그저 저벅저벅 걸어가던 닝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ㅡ얘, 원래 집에 가는 방향이 이쪽이었나? 

 


 

“쿠로코,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너, 원래 집에 가는 방향이 이쪽이었던가? 이렇게까지 가는 방향이 같으면, 그동안 못 마주친 게 이상할 정돈데.” 

 


 

닝의 물음과 이어지는 말에 쿠로코가 걸음을 뚝 멈추겠지. 그리고 그보다 한 발 먼저 앞서 있던 닝도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것임. 쿠로코의 물빛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는 닝.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겠지. 아무 말도 없는 침묵 속에서 잠시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두 사람. 먼저 그 침묵을 깨뜨리는 사람은 쿠로코겠지. 

 


 

“저희 집은 저쪽 방향으로 가야 나옵니다.” 

 


 

쿠로코가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려 양갈래 길에서 오른쪽 길을 바라볼 거다. 그럼 닝도 얼결에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겠지. 

 


 

“그리고 가끔씩, 이쪽이 아닌 다른 길을 이용해 하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게다가,” 

“...” 

“제가 항상 닝 상보다 뒤에서 걷기 때문에, 마주치지 못한 게 당연합니다.” 

“..아, 그래?” 

 


 

그렇다면 뭐, 이상할 정도로 마주치지 않은 게 이해가 되네. 닝이 알기로 쿠로코는 가끔 모모이와 하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쪽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이용한다는 거겠지., 설사 이쪽 길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내 뒤에 있으면 당연히 마주칠 리가 없는데다, 여기서 길이 갈라져버리면 못 보는 게 당연하지. 암, 그렇고말고. 닝이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결론 내린 뒤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겠지. 그럼 쿠로코가 그런 닝을 가만 바라보다가, 

 


 

“-그럼.” 

 


 

꾸벅 짧게 고개를 숙였다 들며 인사를 전한 뒤 먼저 양갈래 길의 오른쪽으로 걸어가겠지. 닝은 그 모습을 정말 잠시 동안만 바라보다가 곧장 신경을 쓰고 왼쪽 길로 걸어갈 거다. 얼른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야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오른쪽 길을 걷고 있던 쿠로코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은 숨을 내쉴 듯. 

 


 

사실, 쿠로코의 집은 닝의 집과 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고, 원래대로라면 닝이 서 있던 그 신호등에서 오른쪽으로 꺾어갔어야 했었겠지. 하지만 그놈의 호기심이 뭐라고, 평소 가던 길로 가지 못하고 부러 닝에게 말을 걸었고, 그대로 닝과 함께 길을 걸었을 거다. 그리고 닝이 문득 질문했을 때, 타이밍 좋게 나타난 양갈래 길에 대강 둘러대며 닝을 속였겠지. 

 


 

“...”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죄책감의 무게를 느끼며 쿠로코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그 신호등으로 돌아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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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항상 쿠로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좋아요☺️
3년 전
글쓴이

3년 전
독자2
하앙 나 완전 도라방스야ㅠㅠㅠㅠㅠ 센세 고마워요.. 사랑해❤️
3년 전
글쓴이

3년 전
독자3
쿠로코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말랑말랑하니 좋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3년 전
글쓴이

3년 전
독자4
헐대박 센세 맛테마시타~~~!~!~!~!!!~!~! 진짜 너무 은혜로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센세 부와 명예 전부 가지세요 그리고 천년만년 쿠농 파주세요 센세의 글이 빛이고 소금이고 제 삶의 이유입니다
3년 전
글쓴이
🙆‍♀️🙇‍♀️❤
3년 전
독자5
센세 너무 재밌어서 첫화부터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슴다...... 서로에게 녹아드는 거 넘 설레네요 홀홀홀🥰
3년 전
글쓴이
🙇‍♀️❤
3년 전
독자6
아니 진짜 너무 재밌는데... 이렇게 만족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3년 전
글쓴이
🤣❤
3년 전
독자7
너무 너무 재밌어요ㅠ센세... 제 쿠농 최애 글이 될 것 같슴다.. 👍👍 분위기도 완전 좋아요ㅠㅠㅠ
3년 전
글쓴이
💧🙇‍♀️❤
3년 전
독자8
하앙...행복해...
3년 전
글쓴이

3년 전
독자9
하앙............. 다음화..... 하앙....
3년 전
글쓴이

3년 전
독자10
센세...정주행 했는데 너무 재밌어요...ㅠ ㅠ ㅠㅠㅠㅠㅠ글에 잔잔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다음편 존합니다......하앙ㅠㅠㅠㅠ
3년 전
글쓴이
ㅋㅋㅋㅋㅋㅋ🙆‍♀️🙇‍♀️❤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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