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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스나린타로] 여우비 上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0/08/29/23/f218e12bdc0ca0e0fdc7a99df2cbab76.gif)
여우비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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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반 친구들은 우왕좌왕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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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조용- 오늘 교환학생 오는거 다 알고 있지? 빨리 자리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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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비보다 새로 전학 올 아이가 더 흥미를 유발하는 듯, 개눈 감추듯이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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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나 린타로입니다.”
처음 본 너의 모습은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쭙잖게 공부해온 한국어를 묘사하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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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여우를 닮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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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
그날은 갑자기 비가 내렸다.
맑은 하늘에 후두둑 떨어지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우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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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눈에 또래보다 큰 키, 큰 손을 가진 너는 배구를 한다고 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도 가지고 있는 번역기 앱을 이용해 아이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는 너는 꽤나 친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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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우를 닮은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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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를 볼 때 느꼈던 쎄한 기분은 그저 기분탓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다.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궁금은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갑자기 생겨버린 짝꿍에 몰려드는 아이들, 소음같이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에 짜증이 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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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같이 볼 수 있다?」
불쑥 눈앞에 놓여진 핸드폰 속에는 어설프게 번역된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교과서를 못 받은 모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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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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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그는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설명에 필기를 하다 우연히 마주친 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는 눈빛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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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시선을 계속 맞추다간 잡아먹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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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前たちのクラスの子たちはどう？”
[너네반 애들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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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まあなんとか.”
[뭐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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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ところで、あなたってきれいだね~”
[근데, 니 짝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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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스나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온 다른 남자아이는 같이 온 교환학생인 것 같았다.
그는 스나에게 친한 척을 하더니 무례하게 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일본어에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더 이상 들어봤자 내 기분만 더 나빠질 것 같은 상황에 의자에서 일어나 반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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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갈 곳이 없었던 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따뜻한 물에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 책상에 올려 두었다.
짝꿍인 그는 책을 톡톡- 두어번 가르키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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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 아이들은 너에게 흥미를 잃어갔다.
생각보다 번역기로 이어지는 대화는 귀찮았고 덕분에 나는 그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전히 그는 하찮은 번역체로 이뤄진 한국어를 내밀었다.
나도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보여줬다. 우리의 대화는 필요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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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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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나를 보러 자주 왔었다. 나는 그들의 안주거리가 되기 싫어 그가 반에 올 때 마다 화장실로 발을 돌렸다. 의자에서 일어서서 밖을 나갈 때까지 스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숩게도 나는 그 시선을 꽤나 좋아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너는 나에게 비처럼 그저 스쳐가는 사람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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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스나린타로] 여우비 上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0/08/28/21/939624c95a89cde26911d05b3e49b39b.jpg)
“お前日本語分かるんじゃないの? そうじゃない？”
[ 너 일본어 알아듣잖아?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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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툭 하고 던진 말을 듣기 전까지
홀릴 것 같은 눈이 다시 마주치기 전까진
그는 나에게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우비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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