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기어오른 그것은
곧내 우리와 함께 앓기 시작했다.
누구도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거시 절망 | 巨視絶望
- 날이 미쳤어. 푹푹 쪄대고 난리야...
- 맑기만 하고 좋은데, 뭘. 팔십세 먹은 노인네처럼 궁시렁대.
- 얼씨구. 좋으시댄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그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어물쩍 넘어 가려는 와중에도 나는 그냥 그가 내 뒤에서 부채질을 해주는 것을 잠자코 받아들였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입을 댓발 내밀고 있자, 스가와라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고개를 슬슬 가로젓곤 아프지 않게 주먹을 지긋이 이마에 꾹 눌러왔다.
- 닝~ 넌 좀 그렇게 매사에 불평하는 것 좀 줄일 필요가 있어.
- 음. 그거에 대해선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말이지, 코우시.
- 그렇게 말해서 응어리가 풀리긴 해? 그것도 아니라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응?
예를 들자면-...
그래도 항상 불만쟁이인 네 옆에 내가 있어주는 것 처럼?
...그래서 넌, 지금 어디 있어?
* 선택형으로 이어 나가는 시뮬형 조각글.
* 전형적인 좀아포물
* [트리거 워닝]
유혈 / 모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