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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이나리자키 고교에서 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야 그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보통의 것이 아니니까. 전교 2등은 몰라도 전교 1등은 아는 것 처럼, 전교 1등인 닝은 유명했다.


그녀와 같은 반이었던 A양이 말하기를.


"걔보다 먼저 등교해서 교실 불 켜본 애는 없을걸?"


지각 0번, 결석 0번, 하다 못해 반에 제일 먼저 출근 도장을 찍지 못한 적도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설마 학교 지박령 같은거 아니야? 우리 눈에는 보이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거지."


같은 이야기도 돌았다. 그냥 전교 1등도 아니고, 예쁘고 성격 좋은 애가 공부도 잘하니 닝에 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게 다가왔다.


"쟤 하교할때 보니까 벤츠 타고 다니던데? 집도 꽤 잘 사나봄."


이런 이야기들까지 오갈 정도면 말 다했지.


닝이 전교 1등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진지 오래고, 한창 뜨거운 감자였을 시기에 그녀의 반으로 전학생이 왔다. 그것도 아주 잘생기고, 기럭지도 무슨 혼자 포토샵 한 것 마냥 길쭉한.


같은 교복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며 닝의 반 남학생 B군이 입술을 비쭉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학생은 그 우월한 기럭지를 뻗어 교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눈매를 가늘게 접어 샐쭉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목소리도 좋아서 같은 반 여학생들이 입을 틀어막는 것을 보곤 B군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아이치현에서 온 스나 린타로입니다. 효고 사투리 어려우니까 천천히 말해주세요."


스나 린타로가 까딱이며 고개를 숙이고는 비어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그러니까 닝의 옆자리 말이다.



살리에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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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나는 전학생이 제 옆자리로 오든, 자신이 같은 반 애들의 부러움을 받든, 전학생이 실실 웃으며 인사를 건네든,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평소처럼 영혼 없이 웃고는

"응 그래 안녕, 난 닝이야. 전학 와서 친구 없으면 내가 학교 구경 시켜줄게."

하며 무슨 퀘스트 주는 npc마냥 굴었을 정도로.

길쭉한 기럭지로 부러 느릿느릿 걷는 전학생을 데리고 점심 시간 안에 이 넓은 학교를 전부 다 돌고 나서도 그랬다. 나는 그 이후로 꼭 필요한 말 아니고는 전학생과 대화하는 일이 없었고, 그 태도는 딱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야 바뀌었다.

8개월 전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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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4

밀려났다.
학급 석차도, 학년 석차도.

8개월 전
글쓴이
성적표를 받아든 내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가며, 이내 식은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봤나? 잘못 본 거야. 아니면 오류가 있었을거고. 손이 축축해지며 하얀 종이를 녹진하게 만들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기분.

"...찮아?"

톡톡, 옆에서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무표정한 얼굴로 제 성적표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누군가 팔뚝을 건드리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그것을 내쳤다.

탁,

하는 소리가 소란스런 교실에 묻히고.

전학생.

"아파 보이는데 양호실 데려다 줄까?"

그 애가 조금 빨개진 제 손등을 힐끔 내려다보고는 여우같이 웃었다.

8개월 전
글쓴이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이름이 아마 스나 린타로 였던 것 같은데. 스나 린타로는 나한테 손등을 맞고도 넉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좋은 척을 하는 건지 같잖은 미소를 보이며 나를 부축했다.

"괜찮으니까 놔줘."

"식은땀도 나는걸."

스나 린타로의 차가운 손이, 땀방울이 송골 송골 맺힌 내 이마를 톡톡 치고는 떨어졌다. 내가 눈을 굴리며 주변을 봤다. 의외의 조합에 학생들이 본인 손에 들린 처참한 성적표에서 눈을 떼고는 나와 스나 린타로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넉살이 좋다기보단 영악한 걸까.

모여드는 시선에 절로 구겨지는 미간을 펴고는, 스나 린타로에게 기대어 교실 밖으로 나갔다.

"공부 잘 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스나 린타로가 분위기를 풀려는 것인지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건 내 지뢰였다. 저번 기말고사만 해도 전교 1등이었던 내가 어떤 독한 새끼 덕분에 전교 2등으로 떨어졌다. 방금 그 결과를 내 눈으로 봤고, 치밀어오르는 스트레스 덕에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8개월 전
글쓴이
나를 뛰어넘고 전교 1등을 할 정도의 독한 애는 옆 반 C군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얘는 하고 다니는 꼴이 전혀 공부를 잘할 스타일은 아니다. 공부를 위해 나처럼 노력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소리다. 겨우 생각을 정리한 내가 한 템포 늦게 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

그러자 스나 린타로가 에, 하는 소리를 내다 입을 열었다.

"그럼 등수 내려가서 스트레스?"

내 고개가 홱 돌아갔다.

8개월 전
글쓴이
"몰랐는데 그런 거 신경 쓰는 타입이구나? 아, 전교 1등이었다고 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가."

점점 굳어가는 내 표정이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 스나 린타로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나 같아도 짜증날 것 같긴 하네. 대체 어떤 새끼가 나를 치고 올라왔지? 내 위에 있지? 하루종일 생각날 거야."

어느새 내 걸음은 멈췄고, 스나 린타로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조용한 복도에는 느릿하게 이어지는 스나 린타로의 목소리만이 들려오고,

"그럼 내가 심한 짓 했네?"

이내 스나 린타로의 걸음이 멈추었고.

"미안해."

실실 웃는 그 애의 얼굴과 구겨진 내 얼굴이 대비되었다.

8개월 전
글쓴이
기말고사가 되기 전까지 미친듯이 공부했다. 잠은 두 시간으로 줄이고 씻는 동안이나 화장실 가는 동안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문제집과 단어장을 달고 살았다. 공부하라고 좋은 학원 보내주고 선생 붙이고 돈 대줬더니 도대체 뭘 한 거냐며 고함을 지르고 바닥을 골프채로 내려치던 아버지도,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학교에서는 선생들이 강조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야 하기 때문에 문제집을 풀기 보다는 수업을 들었고, 그럴 때면 스나 린타로는 내 옆에서 잠을 잤다. 스나 린타로가 나를 치고 올라갔다는 것을 알기 전이면 그냥 놀다 자는구나, 얘는 학교에서 하는 게 없구나 생각할 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새벽에 뭘 하지? 분명 공부를 할 것이다. 노트 정리는 어떻게 하지? 시간표는 어떻게 짰지? 학원은 어디 다니지? 아니면 과외? 코디는 붙었을까?

더 이상 스나 린타로는 그저 옆자리 전학생이 아니었다.

8개월 전
글쓴이
그 애가 주는 압박감은 점점 더 날 옥죄여왔다. 커다란 구렁이가 나를 집어 삼키려 느릿하게 내 몸을 옭아매고. 숨통이 막혀 꺽꺽이는 나를 보며 혀를 낼름거리고 주변을 맴돌다, 그러다 한 번에 입을 쩍 벌려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부를 하다가도 문득 스나 린타로의 그 뱀같은 면상과 실실 웃는 꼬라지가 생각날 때면 속이 울렁거렸다. 사람이 압박감에 숨이 막힐 수도 있구나 라는 걸 느꼈다. 내가 이번에 그 새끼를 이기지 못하면 걔는 또 웃으면서 나를 조롱할거다. 그 미안해 소리를 하며 같잖게 나를 걱정하는 척 할 거다.

기말고사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같은 반 애들이 칠판에 크게 디데이를 적어놓고 점심 시간에 공부를 한다. 그 정적 틈에 딸깍이는 볼펜 소리와 사각이는 샤프 소리가 난다. 그때 내 옆자리에 있던 스나 린타로도 공부를 했다. 대충 대충, 교과서를 훑다 검은 노트에 필기를 했다.

아, 저번 중간고사 때도 봤던 노트다.

그 검은 노트에 눈이 갔다.

8개월 전
글쓴이
스나 린타로가 시험 보기 전 훑어보던 노트. 그 노트라도 펼쳐봐야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나랑 필기법이 어떻게 다르지? 도대체 어디가 다르기에 스나 린타로가 나를 치고 올라올 수 있었지? 폐부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볼까?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비굴하게 나를 이렇게 만든 새끼 노트 하나 보겠다고 여자화장실에서 새벽까지 버틸 정도면. 어쨌더나, 순찰을 도는 듯한 발소리가 끊어지고 내가 밖으로 나와 담임에게 편애받아 얻은 스페어 키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8개월 전
글쓴이
20, 21, 22... 23.

자물쇠 하나 없는 사물함을 열자 검은색 노트 하나가 달랑 놓여 있었다. 그것이 꽤나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전에 말했듯, 반쯤 제정신이 아닌 난 노트를 펼쳐 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 뱀의 계략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은,

"그렇게 탐이 났어?"

바로 지금.

8개월 전
글쓴이
내 손에 들린 검은 노트를 훑다 샐쭉이 웃는다.

"말하지 그랬어, 말하지."

탁, 교실 문이 닫히고. 어둠 속에서 스나 린타로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노트를 쥔 내 손목을 거세게 잡아 그것을 떨어트리게 하고는 허리를 굽혀 주워들었다.

"그랬으면 내가 보여줬을 텐데."

검은 표지가 넘어가고, 글씨 하나 없는 하얀 속이 사르륵 넘어간다.

"더 보고 싶은 거 있어?"

8개월 전
글쓴이
절로 눈물이 나온다. 슬퍼서가 아니고 짜증이 나서. 당장이라도 저 새끼를 잡아다 족치고 담가버리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내 스스로 저걸 꺾어버릴 자신이 없어서 구질구질하게 남의 노트나 훔쳐보려다 걸린 게 쪽팔리고 짜증나서. 원하던 노트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 아쉬워서.

당연하게 여기던 위치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 순간의 절망감이 너무 어두웠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로 스나 린타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무표정한 스나 린타로의 얼굴을 식별해낸다.

"...한 문제만."

스나 린타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릎을 굽혔다.

"다시 말해봐."

수치심에 달아오른 귀를 떼버리고 싶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한 문제만 틀리라고."

8개월 전
글쓴이
스나 린타로가 저를 노려보는 내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깔깔거리며 웃는다. 웃겨 죽겠다는 듯이 눈물까지 흘려대며 말한다.

"뭐야? 비는거야?"

그리곤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꾹꾹 누르며 개를 쓰다듬듯이 나를 쓰다듬었다.

"한 문제 틀려주면 뭐 해줄건데?"

"...뭐든."

정말? 스나 린타로가 그렇게 말하며 고민하듯 눈을 깜빡였다.

"그럼 이따 같이 공부하자."

"왜?"

스나 린타로의 눈매가 가늘게 휘었다.

"하는 꼴이 웃겨서."

8개월 전
독자1
헉 김스나 미쳤다
8개월 전
독자2
학….센세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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