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노래 실력의 단계를 확인해보자.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일 단계 : 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며 그냥 막 부른다.
이 단계 : 자신의 노래가 뭔가 답답해서 이것저것 찾아본다. 이때 호흡, 자세, 박자, 음정, 발성, 기교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실력 자체는 일 단계와 별 차이가 없으나 아는 것이 힘이라고, 자신이 모자란다는 것 자체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한 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삼 단계 : 목에 힘을 뺀다. 그리고 진짜 어렵다. 다만, 이것도 재능이라 별 노력 안 하고도 순식간에 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년간 들이대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안 되면 죽어라 연습하는 수밖에…
사 단계 : 목에 힘이 빠지면서 다양한 발성과 기교를 자유자재로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이 단계에서는 시도(Try)만 되지 숙달(Master)과는 오만 광년의 차이가 있다. 여러 번 시도해보면, 소위 자신의 18번 노래를 부를 때는 자신만의 패턴이 생긴다. 여기서는 목을 긁으면서 포인트를 주고, 여기서는 가성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여기서는 샤우팅으로 폭발하듯이 등등. 조합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진정 노래 실력을 개선하고 곡 하나를 마스터하고 싶다면 천 번을 부르라고 한다. 그리고 해당 곡 전용 노트를 준비해서 각 소절, 음마다 종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어떻게 불러야 할지 메모하라고 한다. 그만큼 프로 가수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다.
오 단계 : 사 단계까지가 아마추어 수준에서의 한계라 본다. 여기서부터는 프로의 레벨. 이 전 단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주력 곡이라 할 수 있는 노래는 10번 부르면 10번 똑같이 부를 수 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건데, 10번 불러 10번 동일하려면 다음의 것들이 100% 정확해야 한다. 1.음, 2.박자, 3.창법과 기교. 특히 1번을 위해서 반드시 악기가 필요한데, 저는 기타 등의 현악기를 추천해요.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는 1/4, 1/8 등의 음이 표현 불가능해서 별로라고 한다. 1/4 특히 1/8 음정도면 아마추어 기준으로는 과도하게 정확한 음감이다. 당연히 프로 수준에서만 필요한 것.
육 단계 : 이전 단계까지의 모든 게 가능하며, 거기에 수십 년 이상의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단계이다. 이 정도가 되면 자신이 부르는 노래 장르에서는, 감히 세계구급이라 칭할만하다.
자동차의 연료는 기름이고 노래의 연료는 호흡이다. 그만큼 중요한데, 많은 이가 노래를 ‘부르는 것’에 집착하여 엄청 많이 간과한다. 적절한 호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뛰어난 가수는 마치 마르지 않는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리듯이, 끊임없이 호흡을 공급하는 능력이 있다. 나아가 부족하고 잘못된 호흡은, 밑에서 설명할 ‘목에 힘 빼기’를 망치는 특급 티켓이다.
연습할 때는 숨을 들이마신 뒤, 배꼽 아래에 힘을 주면서 일시적으로 호흡을 ‘저장’한 후 내뱉기를 반복하라고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는 단전 호흡과 매우 유사하다. 익숙해지면 한 번에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도 늘어난다. 또한, 초보는 노래 부르는 것에 집착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호흡해야 할 곳을 건너뛸 때가 많은데, 고치는 게 쉽지 않다.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
자세도 호흡과 비슷한 맥락이다. 중요하지만 그만큼 많이 간과한다는 뜻. 기본적으로 척추를 펴고 바르게 서야 하며, 다리는 어깨너비 정도로 편하게 벌리면 된다. 가슴은 약간 새 가슴처럼 부풀게 하고 턱은 반드시 당겨야 한다. 특히 턱 당기는 게 중요하며, 초보 중에서 고음 올린다고 턱을 치켜드는 사람이 있는데 턱 드는 순간 노래는 망한 거다. 절대 턱 치켜들지 말 것! 보시면 전체적인 자세가 몸에 힘을 빼고 폐와 가슴의 압박을 방지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호흡과 쌍으로 무시하기 쉬운 것이 박자이다. 그리고 의외로 몹시 중요하다. 음치만큼은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박자치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특히 특유의 엇박자가 있는 노래는 박자치가 아니더라도 죽을 쑬 때가 많다. 박자를 제대로 지키려면, 자신만의 리듬을 타고 다리나 발을 까딱이면서 맞춰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이어서 설명하면, 노래 부르면서 항상, 자세, 호흡, 박자는 수시로 체크를 해야 한다. 따라서 노래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그만큼 집중해서 불러야 한다.
목에 힘이 들어가면, 절대 노래를 잘 부를 수 없다. 그만큼 노래를 부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도, 여성은 80%가, 남성은 20%가 선천적으로 목에 힘을 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 특히 80%의 남성은, 수많은 연습으로 이걸 터득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목에 힘을 빼는 것은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당연히 타인 앞에서 이렇게 부르면, 시나브로 미친놈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혼자 연습을 하자. 강의에 따르면 빠른 사람은 금방 힘을 빼는데, 느린 사람은 수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어느 정도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스스로도 감이 온다. 목에 걸리는 부하는 김종국 씨 노래스러운데, 실제로 나오는 목소리는 박정현 씨나 이선휘 씨의 노래처럼 진성으로 나온다.
남성을 기준으로 개인차는 있으나, 목에 힘을 빼지 못하면 대부분 2옥타브 솔, 라 정도에서 한계가 온다. 하지만 목에 힘을 뺄 수 있다면, 가성의 음역 = 실제 음역이 된다. 이렇게 힘을 뺀 목을 요렇게도 굴려보고 저렇게도 굴려보면서, 다양한 창법과 기교를 덮어씌우는 게 노래를 잘하는 첩경이다.
목에 힘이 제대로 빠지고 고음 창법에 익숙해지면, 음역은 수직 상승한다. 오히려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늘로 솟구친 자신의 음역을 주체하지 못해서 노래를 낮게 불러야 할 때도 있다. 대충 남녀 상관없이 3옥 솔에서 4옥 도 정도로 한계가 잡힌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남자가 여자노래 못 부르는 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노래 못 부르는 게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렇게 나오는 목소리는 절대 가성이 아니다. 파워풀한 진성이다. 물론 가성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소리에 변화를 주고 호소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가성도 잘 활용하면 훌륭한 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