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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정말 후회스럽다구요."

 

 

타쿠야는 바를 정리하고있었다. 여자와 남자가 섞인 손님 한 무리가 바에 들어오다가 타쿠야가 정리하는 모습을 보더니, 왜 이렇게 일찍 문을 닫아요-?라며 물어왔다. 타쿠야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며, 오늘부터는 이 시간에 문을 닫는다고  정중하게 말했고, 다행히도 손님들은 별말없이 나갔다. 이상하네, 아직 9시밖에 안됬는데? 손님들은 의문을 표했지만.

타쿠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에 걸린 'OPEN'을 뒤집고, 창문에 블라인드를 쳤다. 바 안에는 한 명의 손님이 있었다. 타쿠야는 빗자루를 들고 바 안을 청소하고 있었고, 그 한 명의 손님은 잔을 기울여서 한 모금 남은 맥주를 쭉 들이켰다.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듯, 손님은 얼굴을 찡그렸다. 손님은 잔을 만지작 거리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날은, 정말 미안해요."


타쿠야는 말없이 바닥을 쓸었다. 슥-슥-. 손님은 만지작 거리던 잔을 내려놓고 초조한듯,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뒤를 돌자 타쿠야가 쓰레받기로 바닥을 쓸어담는 모습이 보였다. 타쿠야는 한숨을 내쉬고, 똑바로 쳐다보는 장위안의 시선을 무시하며 말했다.


"…아직은 용서하기 힘들어요, 장위안 씨."

 

 

타쿠야는,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고있었다. 그건 장위안도 마찬가지였지만, 타쿠야는 줄리안이 자신의 바에서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었다. 그것도, 취객의 난동으로 잠깐 눈을 돌렸을 때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그날 난동을 부렸던 취객은 제 눈앞에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는데, 바로 저 사람때문에.

장위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이 없었다. 그날, 술을 마시지 말걸. 제정신으로 얘기했어야했는데. 바에서 일하는 모습을 흘깃 흘깃 쳐다보기만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고백하고자했을 때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뒤였다.

통제력을 잃어서 술잔을 엎질러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버렸다. 물론, 장위안은 억울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타쿠야가 자신을 원망해서,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타쿠야는 실망해서, 자신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말을 무시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직, 살아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그렇게 믿고 있거든요."

"…"

"타쿠야 씨, 미안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시간이 필요해요."

타쿠야는 빗자루를 들고 사라졌다. 장위안은 그가, 굉장히 참고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제탓도 있었을 뿐더러 이런 불쾌한 관계로 남아서 빚을 지고 싶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친구가 되지못하더라도, 적은 만들고싶지않았다. 깨끗하게, 풀고싶었다. 그 사이 타쿠야는 막대걸레를 빨아서 들고와 닦기 시작했다. 바닥은 물기에 젖어 반짝반짝 빛났다.

 

"…괜찮겠어요?"

"뭐가요?"

"그렇게, 혼자서 이겨내려고 하잖아요."

타쿠야는 속도를 붙여서 바닥의 반을 닦아냈다. 타쿠야는 잠시 숨을 돌렸다.

"…전 괜찮고, 줄리안 형이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힘들면 말해요."

곁에 있어줄게요. 장위안은 명함을 남기고 바를 나갔다. 타쿠야는 그가 나가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듯 바닥을 계속해서 닦았고 장위안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쳐다볼 때에도 고개를 들지않았다. 타쿠야는 그것을, 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줄리안을 지켜주지 못해서 받는 벌. 타쿠야는, 웃거나 행복할 수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었다. 자신이, 살인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타쿠야는 너무 닦아서 물기가 많은 바닥을 계속해서 닦았다. 그러다가, 걸레를 내팽겨치고 의자에 주저앉아서 울었다. 형, 어디있는거에요. 타쿠야는 줄리안이 항상 앉던 중앙에서 살짝 떨어진 자리를 쳐다봤다. 빈자리-. 영원히 비어있을 것 같아 무서운 자리. 타쿠야는 울음을 멈추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약해지면 안돼, 줄리안 형이 살아있을 수도 있는데. 타쿠야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를 정리하고, 밖을 나섰다. 날씨가 꽤 쌀쌀했다.

 

 

 

 

 

 

 

 

"으으."


줄리안은 추위에 떨면서 일어났다. 로빈은 여전히 자고있었고, 줄리안은 조심스럽게 로빈을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났다. 어두컴컴한 실내가 마음에 들지않았던 줄리안은 창문에 달린 두꺼운 커튼을 걷어냈다. 바깥은, 밝았다. 눈이 부실정도로 밝았다. 줄리안은 눈을 몇 번 찡그리고나서야 바깥을 볼 수 있었다. 밤사이에 눈이 내린 모양이었다.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소복히 쌓일 정도로 눈이 내려서 꽤나 아름다웠다. 소나무에 살짝씩 걸려있는 하얀 솜들. 줄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로빈은 잠들어있었다. 줄리안은 벽난로에 불이 꺼진 것을 보고, 장작을 채워넣었다. 로빈의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라이터가 나왔고, 줄리안은 곧장 불을 붙였다. 장작불은 다행히도 활활 타올랐다. 호오-. 실내는 김이 날 정도로 추웠다. 줄리안은 장작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로빈을 바라봤다. 로빈은 살짝 추운듯 몸을 웅크리고있었다.

줄리안은 로빈을 깨우지 않았다. 그리고 어젯밤의 일을 곱씹었다. 로빈이, R에 대해서 말했다. 아마도, 이중인격이 아닐까 추측해보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로빈이 정신병을 앓고있고, 만약 자신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인격이 있다면 그 인격을 깨워내야했다. 줄리안은 지금 로빈이 일어난다면, R일지 로빈일지 확신할 수 없었고, 만약 R이 일어나버린다면 어젯밤의 평화는 없을 거였다. 줄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에 올려져있는 로빈의 가방에는 자신의 신발이 있었다. 납치된 그날 신었던 검은색 운동화. 줄리안은 운동화를 신고, 문을 열고 나왔다. 사박사박, 눈이 밟히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날씨는 좀 쌀쌀해도, 햇빛이 내리쬐는 곳은 따뜻했다. 옆에서 흐르는 강은 반쯤 얼고, 반쯤 녹아서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낮은 따뜻할 것 같았다.


줄리안은 생각에 잠긴채 눈이 쌓인 공터를 걷고, 또 걸었다. 어느새 공터는 줄리안의 발자국으로 가득 채워졌고, 줄리안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채 걷다가, 탁-, 걸음을 멈춘 줄리안은 방향을 바꿔서, 북동쪽을 향해 섰다. 이쪽 방향으로 왔던거 같은데? 줄리안은 공터를 가로질러, 넓은 길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로빈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지만, 줄리안은 일단 도망가고자 결심했다.

몇 분쯤 걷자, 아는 길이라고 확신이 들었고, 줄리안은 뛰기 시작했다. 아직 다 낫지않은 발목이 살짝 욱신거려왔지만, 줄리안은 개의치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뛰었을까, 길이 점점 좁아져왔다. 로빈이 자신을 데려올때 왔던 길이 분명했다. 좁아지다가 넓어지는 길로 왔었으니까. 줄리안은 살짝 속도를 늦췄다. 눈이 살짝 녹아 흐르고 있어 미끄러질듯 위험했고, 줄리안은 한발, 한발 힘을 주어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걷는데, 


"으악!"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딘 줄리안이 미끄러졌다. 눈을 감으며 곧 다가올 고통을 예상했지만, 줄리안은 누군가의 단단한 팔에 안겨있었다. 어느새 따라온거지? 자신을 잡아준 것은 로빈이었다. 줄리안은 허리를 꽉 잡고있는 손을 밀어내려고했지만 단단한 팔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줄리안은 한숨을 내쉬고, 밀어내던 손을 떼곤 말했다.


"로빈, 이제 놓아줘도 돼."

로빈은 놓아주지않았다. 줄리안은 재차 말했다.

 

"로빈, 나 이제 괜찮아."

 


"…로빈?"


대답이 없는 로빈에 고개를 돌리던 줄리안은 그대로 옆으로 쳐박혔다. 으앗-, 갑작스럽게 내팽겨쳐진 몸에 줄리안이 당황하자, 로빈이 달려들어왔다. 로빈은 줄리안의 목을 졸라왔다.

"갑,자기,켁, 왜,그래"

"네가 벗어나려고, 네가!"

로빈이 화를 내며, 줄리안의 목을 쥔 손에 힘을 더 주고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R이 분노하고 있었다. 줄리안은 R의 손을 있는 힘껏 쥐어뜯었다. R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줄리안을 무시하고 목을 졸라왔다.

줄리안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로,빈-, 이것, 좀…, 말이 뚝뚝 끊겨서 나왔다. 줄리안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R을 쥐어뜯던 손에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R은 줄리안의 숨이 멎을때쯤, 놓아주었고, 줄리안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추운 날씨라 입김이 나왔다.

 

"흐아-흐아-."

줄리안은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했다. 크학, 줄리안은 목이 얼얼해왔고, 입에선 침이 흘렀다. 줄리안이 거의 정신을 차릴때쯤, 톡-. 줄리안은 뺨에 따뜻한 것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로빈에게서 떨어진 눈물이었다. 로빈? 로빈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서, 화를 내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이 되지않았다. 로빈은 주먹을 꽉쥐고, 내뱉었다.


"로빈 이 새끼가-, 뭔 짓을 했대?"

 


줄리안은 지금 로빈이 하는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님을 알고있었다. R은 지금 로빈과 대화하는 거였다. 방금 흘린 눈물은, 로빈의 것이 분명했다. 줄리안은 눈바닥때문에 점점 차가워지는 등에 몸을 떨었다.

 

"꺼져, 약해빠져가지고는. 뭐, 어쩔거야 지금와서?"

로빈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넌 범죄자야. 돌아갈 곳도 없어."

로빈은 크게 비웃고있었다. 머릿 속으로 대화를 하는지, 줄리안에게는 R이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로빈-, 로빈의 두 다리 사이에 깔린 줄리안은 벗어나려고 다리를 밀어냈지만, R은 놓아주지 않았다. 줄리안은 밀어내다가, 이어 들려오는 말에 저항을 멈췄다. 이제는 로빈도, 말을 하고있었다. 인격이 계속 교체되면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괴기스러웠다.


"크윽, 쥬리앙을 해치지마,"

"누가 얠 죽인댔어?"

"아, 아까 거의 죽일뻔했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만 아니었으면 얜 도망가지않았어!"


R은 분노했다. 로빈으로 돌아갈때 로빈은 울었고, R로 돌아올때는 화를 냈다. 둘의 싸움이, 격해지고있었다.


"넌, 내가 아니야."


"얜 또 뭐라는거야, 난 너야. 예전에 얘기했을텐데."

 

"넌, 내 몸을 빼앗았어."

 

"우린 공유하는 거야. 난 너에게 항상 도움을 줬잖아."

 

"네가 주는 도움을, 거절했어야했어. 바보같이, 그걸 받아들인게 후회돼."

 

"좋다고 할땐 언제고 이제와서 후회된다고? 염치도 그런 염치가 없다,"

 

"내 몸을 돌려줘!"

 

"닥쳐! 사라져버려!"


"이젠,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그말을 마침과 동시에 로빈은 몸이 뒤틀렸고, 조여오던 압박이 사라지자 줄리안은 로빈의 품에서 벗어나 일어섰다. 로빈은 바닥을 뒹굴며 거칠게 숨을 쉬고있었다. 큭,어딜,가, R이 줄리안을 올려다보며 말했지만 이내 다시 몸이 뒤틀렸다. 크게 요동치고, 로빈은 땅바닥을 구르고있었다. 줄리안은 도와줘야하는지, 고민했다.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둘의 싸움에서 로빈이 밀리는 것 같았다. 줄리안은 고민하기를 멈추고, 로빈의 몸에 올라탔다. 로빈은 여전히 몸을 뒤틀고 있었고, 줄리안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로빈의 팔을 가까스로 잡았다.

 

"로빈, 로빈! 내말 들려?"


"크…,저리가, 저리가!"


"너, 그날 생각나? 우리 여행갔던거."


로빈은 눈을 감은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저항이 점점 심해지고있었고, 줄리안은 로빈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휘청거렸다. 줄리안은 팔을 잡기를 멈추고, 그대로 로빈을 안았다. 울음범벅에, 발버둥치는 팔과 다리. 줄리안은 안는 것이 힘들었지만, 로빈의 뺨에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귀에 대고 말했다. 로빈,


"시험끝나고, 무작정 기차타고 떠났던거. 기억나?"

로빈이 주먹으로 줄리안의 등을 내려쳤다. 으윽, R이 더욱더 거세게 밀어내고있었다.


"내가 너 끌고 엄청 돌아다녔잖아. 여기도 가봐야돼! 여기 진짜 좋아, 여긴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놀던 곳이야…. 내 고향 참 작다고 네가 비웃었잖아. 기억나지?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니까 배가 고팠잖아. 근데 주머니에는 5000원밖에 없었고. 근데 와플냄새가 나서 봤더니, 내가 좋아하던 와플집이 있었잖아. 그때 먹은 와플 기억나? 그 와플 진짜 맛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별사탕 설탕이 잔뜩 뿌려져있고, 도톰하고 바삭했던 와플말야."


R은, 로빈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줄리안을 밀어냈다. 흐흑,흑, 로빈은 울고있었다. 줄리안도 눈물이 나기시작했다.


"와플 먹고나서 돈이 없어서…우리 그날 노숙했잖아! 하하, 그날 벤치에서 자다가…경찰이 와서 정말 놀랐었잖아. 자다가 깨서 정신도 못차렸는데, 경찰보고 네가 날 잡아끌고 도망갔잖아. 그때 진짜 웃겼는데."


줄리안은 이제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이 로빈의 뺨으로 떨어졌다.


"다음날, 프랑스까지 히치하이킹해서 겨우 도착했더니 부모님한테 혼나서 엄청 울었잖아, 우리. 기억나지?"

 

로빈은 우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R의 팔이, 점점 내려가고있었다.


"그때 참 재밌었는데, 너랑 떠난 마지막 여행이기도 했고."


줄리안의 볼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돌아와, 로빈. 네 몸을 다시 찾아."


줄리안의 말이 시발점이 된 듯, 로빈과 R은 격렬히 싸웠다. 줄리안은 물러섰다. 이제, 자신의 몫은 끝났다. 이겨내야하는 건, 로빈이었다.

 

 

 

 

 

 

 

 

 

 

 

[다 된 밥에 재뿌리지마라, 응?!]


[줄리안은, 내가 지켜.]


[지키고 말고가 어딨어, 내가 넌데. 뭐 어떻게 지키겠다는 거야?!]


[너로 부터 지킬거야, 내 자신으로부터. 난 이제, 겁쟁이가 아니야.]


[지.랄.한.다. 아직도 꿈에서 로이스가 나오면 벌벌 떨면서 지랄은, 작작해라.]


[난 죽을수도 있어.]


[내가 널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아?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네가 줄리안을 두고 죽겠다고? 웃기지마.]


[난 뭐든지 할거야! 난 줄리안을 위해서라면,]


[닥쳐! 닥치라고!]


[…좋아하니까, 지킬거야!!]

 

 

 

 

 

 

줄리안은 눈을 감고 쓰러진 로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 몇 분째, 로빈은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었다. 둘이 싸우는 것임을 줄리안은 알고있었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속으로는 로빈, 제발, 계속 되뇌이며.

가만히 로빈을 바라보던 줄리안은 R이 깨어났을 때를 대비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R이 깨어나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넋놓고 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서, 줄리안은 뛰어내려갔다. 괴로워하는 로빈을 위해서라도 가야만했다. 헉헉-, 빠르게 달리던 줄리안은 발목에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저멀리, 회색차가 보였다. 로빈이 자신을 데려온 차였다. 줄리안은 서둘러 달려갔고, 차문을 열었다. 줄리안은 차키가 로빈의 왼쪽 주머니에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늦은감이 있었다. 줄리안은 주변을 살폈다. 조금 더 앞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줄리안은 무작정 마을로 뛰어내려갔다.

마을 주민들은 눈을 치우고 있었다. 망신창이 꼴로 달려오는 줄리안을 보고 한 아주머니가 살짝 놀란 듯했지만, 다급해보이는 모습에 줄리안을 집안으로 들였다. 푸근해 보이는 인상의 아주머니가 따뜻한 차를 내밀었고, 줄리안은 감사합니다, 차를 받아들었다. 대충 상황을 설명한 줄리안은 아주머니께 신고를 부탁했고, 아주머니는 딱하다는 듯 줄리안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이 곧 온댔으니, 걱정마요 총각. 아주머니는 담요를 줄리안에게 덮어주었고, 줄리안은 로빈 걱정에 차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했다. 과연 로빈이 이겼을까…?

 

 

 

 


"경장님! 이각지 마을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샘이 전화를 받더니 린데만에게 달려가며 말했다. 린데만은 여러대의 경찰차와 함께 강원도 횡성에 와있었다. 마지막 추적결과 회색차는 횡성쪽으로 빠졌고, 린데만은 그곳으로 온것이었다. 그런데 밤사이에 눈이 내려서 추적할수 있는 흔적이 사라져버렸고, 망연자실해 있는데 신고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린데만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지막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범인의 위치는 이각지 산입니다!"

"좋아! 병력 다 보내, 의료팀 불러서 피해자 보호하고!"

샘은 무전기로 의료팀에 연락하고, 경찰차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린데만도 차에 탔다. 이제 당신을 잡을수있게 됬네요. 린데만은 시동을 힘차게 걸었다. 린데만은 떠나기전, 창문을 내리고 샘에게 말했다.

 

"샘, 줄리안은 너에게 맡긴다."

"네, 걱정마세요."

린데만이 떠나자 샘도 차를 타고 이각지마을로 향했다.

 

 

 

 

 

 

 

 

 

 

헉-.헉-.

 

"줄리안?!"


로빈은 차 근처에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헉헉-. 다급히 줄리안의 흔적을 따라 내려왔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까 전의 싸움때문에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자신의 또 다른 인격과 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로빈은 차에 몸을 기댔다. 차가운 날씨에 얼은 차가 로빈의 머리를 식혀주고있었다. 하아-. 하아-. 로빈은 햇살에 눈을 감았다. 줄리안, 어디있어….


 

 

 

 

 

 

 

 

 

"안녕하세요, 샘 형사입니다. 신고 접수하신 분 맞으시죠?"


줄리안은 마루에 걸터앉아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밖에 경찰이 온 듯했다. 밖에서 대기하고있던 아주머니는 곧바로 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안에, 다친 총각이 있어요. 샘이 녹빛의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줄리안은 몸을 웅크리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샘은 줄리안에게 다가갔다.


"줄리안 퀸타르트, 맞으시죠?"

줄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팀이 와있습니다. 걸으실수 있겠어요?"

샘은 담요밖으로 살짝보이는 부은 발목을 발견했다. 추운 날씨에, 발목은 퉁퉁 부어서 빨개져있었다.

 

"걸을 수는 있어요."

"네, 그럼."

샘은 밖에서 대기하고있던 의료팀에게 손짓했다. 의료팀은 들것을 들고 들어왔다. 줄리안은 일어날때 살짝 휘청거렸지만, 괜찮다며 혼자서 걸을 수있다며 도와주는 손길을 뿌리쳤다. 의료팀은 들것에 누운 줄리안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들것을 들어올려 구급차에 태웠다. 구급차에 같이 탄 샘은 지금은 범인에 대해 묻지 않을 것이고, 치료가 끝난 뒤에 묻겠다며 편히 쉬라고 말했다. 줄리안은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진은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에, 발목에 응급처치를 하고, 맥박을 재고 채혈을 했다. 줄리안이 조용히 물어왔다.


"그런데요, 로빈은 어떻게 되요?"

"…로빈말입니까?"


아마도,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일겁니다.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거든요.

그 말에 줄리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그게 로빈이 한 짓이 아니면요?"

"뭔말입니까?"

샘은 무슨말이냐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줄리안은 답하지 않았다. 그건, R이 한 짓이거든요. 줄리안은 그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구급차는 눈때문에 속력을 제대로 낼 수 없었고, 병원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줄리안은 긴장이 풀리는 듯한 느낌에 몸이 급속도로 피로해져왔다. 줄리안은 잠에 빠져들었다.

 

 

 

 

 

 

 

 

 

"Ro~bin!"

"Julian!"


짜식, 오랜만이다! 로빈이 등을 쳤다. 줄리안은 아프다며, 등을 쓸었다. 힘만 세가지고는.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 방학때도 몇번 봤잖아."


"그래도, 보고싶었어!"


둘은 웃었다. 후아아암-. 줄리안은 크게 하품했다. 졸려어.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더니. 로빈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로빈은 뭐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고 말했다.


"벨기에 갔다왔어?"


"아…, 아니. 못갔어."

줄리안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로빈은 엥? 줄리안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엄마가, 가지말래서."

"풋, 그게 무슨 말이여. 엄마가 가지말래서 안갔다고?"

"방학내내 갇혀있었다고. 몇 번 나간 것도 너랑 논다고 떼써서 나간거야."

"킥킥, 엄마가 왜 너를 가뒀는데?"

"일이나 하래잖아!"

줄리안은 울상을 지었다. 아참, 너희 부도나서 왔었…,퍽-. 로빈은 놀리려다가 줄리안에게 한 대 맞곤 말을 멈췄다.

 

"그래서 방학 내내 일한거야?"

"응, 게임도 못하고. 아, 내 러버덕…"

줄리안은 정말 슬픈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로빈은 더욱더 크게 웃었다.

"네 표정 진짜… 오리같애, 입도 삐죽 튀어나와서는, 큭큭큭"

"…그만 놀려어.."

줄리안은 점점 더 울상을 지었고, 로빈은 계속 웃었다. 아핰핰핰, 야 그만웃어, 아 내 배- 표정 봐 크큭큭, 아 쫌!!, 큭큭큭.

 

 

 

 

 

 

 

"줄리안! 우리 벨기에 가자!"


"응? 뭔소리래?"


"아니, 우리 시험도 끝났고. 그냥 튀자, ㅋㅋㅋ"


로빈은 줄리안을 잡아 끌었다.

 

"으아, 갑자기 왜그래!"

로빈은 줄리안의 말을 무시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뛰었다. 음음, 기차역 가는 버스가…824번? 곧 버스가 도착했고, 둘은 버스를 탔다. 기차역에 도착한 둘은 가장 가까운 시간에 있는 벨기에행 열차표를 끊었고 무작정 떠났다.


"야, 이러면 우리 돌아올 돈이 없잖아."


"그럼 거기서 하룻밤 노숙하지 뭐."


인생 참 편하게 산다-, 줄리안은 그런 로빈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로빈은 모른척 눈을 감고 잠자는 척을 했고, 줄리안은 져준다는 듯, 같이 참을 청했다.

 

 

 

 

 

 

 


"너 주말에 왜 전화 안받았어?"


"응? 아, 배터리를 안갈았었어. 일하느라 바빠서 그냥 잠들었거든."


"너 일하는 곳 어디야?"


"논서밋 카페. 왜?"


"다음부터 전화 안받으면 거기 찾아갈거야."


"영업방해되! 오지마, 그냥."


"됐고, 그렇게 알아둬."

 

 

 

 

 

 

 

 


"오늘 뭐해?"


"알바로랑 놀기로 했어. 왜?"


"…시발."


"야, 방금 내가 잘못들은거야?"


뚝-.

 

"뭐, 뭐야?"

 

 

 

 

 


"야, 들었어? 알바로가 어제 집에 가다가 괴한한테 엄청 맞아서 전치 3주인가 나왔대."

"헐, 어떤 미친놈이 그랬대?"

"몰라, 우리 학교 주변에서 그랬다니까 조심해라."


줄리안은 애써 들리는 말을 무시하려고했지만,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있는 로빈의 손이 신경쓰였다. 로빈의 손은 생채기가 나있었다.


"로빈, 어제 운동이라도 한거야?"


"아, 응. 스트레스 받아서 나무에 대고 좀 쳤어."


로빈은 신경쓰지마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나무에 했다기엔 좀 심한데, 줄리안은 애써 무시했다.

 

 

 

 

 

 

 

 

 


"짠! 내 여자친구!"


"…?"


"이쁘지? 어제부터 사귀기로 했어! 얘가 고백했거든."


"우리 학교 애야?"


"아니! 우리 마을에 사는 다른학교 여자앤데, 나한테 고백했어."


"아, 그래? 이름이 뭔데?"


"나미야. 헤헤."

 

 

 

 

 

 

 

 

 


"으, 로빈."


"왜?"


"나 좀 그만 쫓아와."


한 두번이 아니잖아-.

 

 

 

 

 

 

 

 

창 밖으로 자꾸 눈길이 느껴졌다. 줄리안은 커튼을 쳤다. 로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디서 뭐해, robin?]


[집에서 운동 중이야.]


그럼 우리 집 밖에서 날 보고있던 사람은 누구야-?


줄리안은 불을 껐다. 오늘은, 아무래도 못 나갈 것 같았다.


 

 

 

[줄리안, 오늘 놀기로 했는데 왜 안나와?. ㅠㅠ -Mark]

 

 

 

 

 

 

 

 

 

 

 

 

 

 

 

 

 

 

 

 

 

 

 

 

 

 

 

 

 


"손 들어."


로빈은 눈을 떴다. 회색코트를 입은 사내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로빈 데이아나, 도망칠 곳은 없어."


로빈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날씨, 참 좋은데. 구름 한 점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형사님, 그거 알아요? 겨울은 아침이 제일 예뻐요.


"일어나서 손 들고, 이쪽으로 걸어와."


로빈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초록눈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초록눈, 우리 줄리안이랑 같은 눈이네? 로빈은 한걸음 내딛고, 다시 한걸음을 내딛었다.

 

린데만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로빈이 눈 앞에 있었다. 나의 승리에요.

 

로빈은 차분히 걸어왔다. 경찰들은 여전히 총을 로빈에게 겨누고 있었다.

로빈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웃었다.

 


"하하하."

 

 

번뜩였다. 로빈은 순간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칼을 빼들었다. 햇살에 반사된 칼날이 번쩍였다.

 

 

 

린데만은 총을 움켜쥐었다.

 

 

 

 

 


탕-

 


 

 

   


더보기

안녕하세욥, 에기벨이에요!

 

여기서 끊어서 죄송해옄ㅋㅋㅋ

저도 쓰면서 멘붕이 왔답니다.

 

끙..어느새 블러디가 7화까지 왔어요!

쓰는 와중에 힘들때도 있었고 막 쓰다가 으악, 검토할때 첨삭하느라 힘들때도 있었곸ㅋㅋㅋ

그래도 쓰는게 재밌었어요.

 

꾸준히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고,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블러디를 쓰면서, 쓰고싶은게 더 많아지고있어요.

 

이번에 마이너 합작하는데 참여해보려구요!

줄른러, 저는 뼛속부터 줄른러인가봐요 ㅋㅋㅋ

 

이걸 쓰는 와중에도 으으 추워라!

다들 감기 걸리지않게 조심하시구요, 수고하세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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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ㅜ아ㅠㅠㅠㅜ이제서야 로빈과 줄리안의 마음이 조금씩 통하기.시작했는데ㅠㅠㅜ이대로 저 총소리가 로빈을 향한거였다면......ㅠㅠㅠㅜ
9년 전
에기벨
첫댓 감사해여ㅠㅠㅠㅠ 저도 저렇게 끝내서 마음이 아파욥..☆ 총소리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여 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욥!!
9년 전
독자2
아 제발 총이 빗나간거였으면 하네요 ㅠㅠㅠㅠ 줄랸이랑 로빈 너무 아련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에기벨
흐헛.. 과연 총성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요 ㅠㅠㅠㅠ 둘은 행복할수있을ㅈ ㅣ.. 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영~!!
9년 전
독자3
헐 로비누ㅜㅜㅜㅜㅑ안되여ㅜㅜ둘이 이제좀 가까워졌는데ㅜㅜㅜㅜ
9년 전
에기벨
ㅠㅠㅠㅠㅠ마져요..이제좀 가까워졌더니 ㅠㅠㅠㅠㅠㅠ흑흑.. 줄랸이랑 로빈이 행쇼했으면 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욥~ㅜ!!
9년 전
비회원172.213
안돼ㅠㅠ 일편부터쭉읽고왔는데ㅠㅠㅠㅠㅠ 이제겨우로빈이랑줄리안이서로괜찮아지나했는디ㅠㅠㅠㅠㅠㅠㅠ이럴순없어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에기벨
앗.. 비회원이시네요! 4화 못보셨을텐데 괜찮으셨는지..ㅠㅠ 저도 안타까워욥ㅠㅠㅠㅠ 제 의식의 흐름을 탓해야져ㅠㅠㅠ엉엉.. 댓까지 달아주시고.. 정말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4
연줄이에요! 이제 왔습니다..하하 늦게 온 저를 매우 탓해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부터 열심히 달립니다!!로빈이랑 줄리안이랑 행복하게 해주세여..ㅠ0ㅠ
9년 전
에기벨
앗! 암호닉인가요?? 오옷.. 늦게 오다뇨 ㅠㅠㅠㅠ 언제나 환영이에요!!! 저도 행쇼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엽..!헷헷~ 읽어주셔서 감사해엽!!ㅠ
9년 전
독자5
으어ㅠㅠ앙대ㅠㅠㅠㅠㅠ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댓글도 제대로 못쓸것같아여..ㅠㅠㅜㅠㅠㅠㅠㅠㅠ
9년 전
에기벨
진정하세여 ㅠㅠㅠㅠ 곰손이라 ㅠㅠㅠㅠㅠㅠ결말 ㅠㅠㅠ망쳤지만 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9년 전
독자6
헐.... 우리 로줄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ㅠㅠ 총소리ㅠ
9년 전
에기벨
ㅠㅠㅠ 이미 읽으셨겠지만!! 로줄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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