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퉁퉁 부웠다. 눈이 뜨기 버거울 정도로.
여느 때와 같이 학교갈 준비를 마치고 그때 당시 유행하던 캐릭터가 프린팅이 된 분홍색 가방을 매고,
준면이에게 선물할 공룡을 내품에 안고 학교에 갔다.
하지만 너는 그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
때문에 준면이 만큼 친한 다른 애들과 밥을 먹었다. 항상 내옆에 앉아 그날 제일 맛있는 반찬을 내게 주던 준면이의 빈자리는
뚜렷하게 눈에 보였다.
같이 운동장 놀이터에서 놀자는 애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운동장 대신에 담임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선생님 오늘 준면이 왜 학교에 안왔어요?"
내물음에 선생님은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셨다. 그걸 보곤 마음이 더 불안해 졌다.
아무래도 어제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런지 마치 내가 드라마 작가가 된듯 짧은 시간동안 여러 생각이 났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내귓속에 준면이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날 부르는 준면이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아 눈을 꼭 감았다.
"저기.. 준면이가 아픈건 잘 알고있지?"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대답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도 그런 내모습이 보이는지 내손을 어루어 만져 주시면서 다시 말을 이으셨다.
"준면이가 조금 아파서, 아파서 이제 덜 아프러 병원 갔어. 무슨말인지 알지?"
평소보다 따분하게 느껴지던 학교가 드디어 끝나고 가방을 매고 교실을 빠져나오려고 하던 그때
준면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덕에 전해주지 못해 내 사물함에 넣어 놓았던 공룡을 꺼냈다.
학교 안에서 나오면 보이는 운동장과 정문에는 큰 벚나무들이 이제는 제법 풍성한 벚꽃을 품고 있었다.
무슨 기분인지는 모르겠었지만 준면이가 미웠다.
놀고, 먹고 그 외에는 아무 생각 없던 나를 김준면 본인이 걱정되고 외롭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미웠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내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졌다.
"여기있었어? 다행이다. 내가 오길잘했다, 그지?"
마치 복숭아를 연상 시키듯 발그랗게 떠올랐다. 아마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얇은 차림으로 내게 뛰어와서 더 붉게 보이는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런 너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울음이 나올뻔 했지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눈물을 막았다.
"아픈데 왜왔어."
입에서 막 나온 말은 쉽게 주워 담을수 없었다.
너의 표정은 반갑게 인사하던 때 와는 달리 살짝 굳어있었다.
그런 너의 모습에 많이 미안해 내품에 있던 공룡을 준면이의 품으로 넘겨주었다.
"뭐야?"
"너 공룡 좋아하잖아. 이거랑 같이 약먹고 병원가서 아프지마. 너 없으니까 재미없어."
"응! 이제 가자. 가방 내가 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