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뒷전이었다.
- 나 친구들이랑 술 먹고 있어.
- 나 아는 동생이 아프대서..
- 김석진 선배가 갑자기 찾아서.
- 후배가 아프대서 응급실 데려다 줬어.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나는 너에게 마지막이었다.
그때의 너는 너무나도 철이 없었고, 나는 너무나도 성숙했다. 너는 내 성숙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날 밀어냈다. 내가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놓지는 않았다. 느슨하게 나를 잡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소속된 채 그 소속감 하나로 안정감을 찾고 있었다.
'아, 미안. 진짜 미안. 요즘 바빠서..'
그 날도 2주 만에 만났던 날이었다. 사귀는 사이에 보름이나 얼굴을 보지 못하다니. 그렇다고 너랑 연락이 되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니가 일방적으로 2주 동안 나를 무시했었다. 내 전화든, 문자든.
그렇다고 구차하게 묻지 않았다. 물론 묻고 싶은 말이야 많았다. 듣고 싶은 것들 또한 많았다.
핸드폰은? 문자는? 카톡은 왜 안 봐? 너 내가 보낸 카톡은 안읽고, 걔가 보낸 카톡은 답장하더라. 그거 내가 보낸건데.
그러나 니 입에서 나올 대답이 두려워 묻지 않았다. 아니, 묻지 못했었다고 해야 될까.
하나하나 일일이 따지자면 너무나도 길어지고 늘어질 악연이 될 것 같았고,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니가 했던 행동들 모두 내가 다 묻고 지나갈테니까, 너는.
'우리.. 헤어질까.'
내게 확신을 보여주면 됐다. 나를 한 번만 붙잡아 줬으면 됐다. 한 번만 붙잡아 줬다면 나는 영원히 너의 마지막이어도 상관없었을텐데.
'어.. 그럴까?'
너는 나를 비웃듯, 그러지 않았다. 역시나 너는 어리고 또 어렸다. 나는 너의 대답에 온전히 너를 놓아주었다. 내 마음과 머릿 속에 있는 너를 모두 벗어던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너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너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의 대답이 지금껏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한 무책임함인 것 같아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뒤로는 니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너와 관련된 친구들과는 모조리 연락을 끊어버렸다. 페이스북 친구도 끊고, 메신저 친구 목록에서도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온전히 나를 되찾았다. 널 기다리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 늘 너에게 제약되어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해나갔다.
딱 한 번. 너의 소식을 들었던 날이 있다. 우연히 너의 친구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선명하게 태그되어 있는 너의 이름을 보고 옛날 생각이 조금 났었던 것 같기도 했다. 민윤기. 니 이름에 나는 게시글을 몰래 훔쳐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 민윤기 이 새끼 또 취했네 김여주가 누구야? 여자야? 얘 계속 찾는데?ㅋㅋㅋㅋ 」
그래 나는 그 글을 보고 뿌듯해했다. 내가 널 잊으려고 발악했던 동안 너는 행복했고, 내가 행복해진 후 너는 발악을 한다. 나는 그 뒤로 더욱 더 열심히 살았다. 내가 행복한 만큼, 니가 괴로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러길 바랬으니까.
그렇게 나는 무난히 취직을 했다. 너와 헤어지고 난 후 3년 간을 정말 미친사람처럼 지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너에게 불행을 바란 건 과한 욕심이 아니었을까.
"이 쪽은, 민윤기 팀장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걸 보면.
"안녕하세요. 새로 전근 온 민윤기입니다."
어쩌면, 너의 불행을 바란 건 정말로 나의 과욕이 아니었을까.
너를 다시 만났다. 그제야 떠올렸다. 내가 미친사람처럼 공허히 보냈던 3년이, 너에게 정신차릴 기회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내가 멍청하고, 어리석었다는 걸. 나는 다시 너에게 얽혔다.
"김여주."
나를 옭아매는 저 눈빛이 뒤 늦게 후회하며 나를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충분히 지쳤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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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글잡은 처음 옴.... 8ㅅ8..... 브금 저렇게 밖에 넣는 법을 몰라서....9ㅅ9... 뎨뎡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