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영 못 하니까 죽겠...”
수영장 물을 간다고 새벽부터 아저씨들은 날 쫓아내셨다.
오랜만에 할 새벽수영 생각에 설레서는 뛰어오다가 발이 두 번이나 꼬여서 넘어질 뻔 했지만 즐거웠다.
딱 샤워까지 하고 들어가려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수영장에 들어가는데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수영장에는 두 분의 아저씨가 계셨다.
그럴 거면 문 앞에 ‘물 갈고 있음’이라도 붙여놓지
괜히 샤워했다.
이름 모를 아저씨들에게 삐짐을 느끼며 손승완을 찾으러 지금 태평관으로 가고 있다.
여기는 수만체고입니다._02
처음 이 고등학교에 왔을 때 고등학교 주제에 욀케 넓어;;싶을 정도였다. 사격을 위해 뒷산에는 훈련장이 있고, 지하에는 스케이트장, 들판엔 승마장이며, 하튼 넓었다.
너무 넓은 탓인지 우리학교는 수도권이 아닌 외딴 시골에 있다. 그래서 밤에는 고양이와 귀뚜라미 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가끔 잠도 못 잔다.
체대입시보다는 국가대표선발전에 더 심열을 기울여서인지 여기는 그만큼 넓은데다가 시설들도 좋았고
대부분의 모든 종목들을 위한 훈련시설이며 감독선생님들도 다 계셨다.
총 5~6채의 체육관이랑 여러 훈련시설들이 있는 데, 입학식 날 둘러 본거 이외엔 나도 지금 2~3 곳 밖에 안 돌아다닌다.
사실 솔직히 너무 넓은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고, 특정 종목들 체육관 근처에서 타 종목 학생이 어슬렁거리면 그 체육관 담당쌤들 중에 한 분께 혼이 난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우리 광규쌤이 미웠다.
태평관앞에 도착하자 조용하던 내 주변은 더 조용해졌다
“머야 얘네는 연습도 안 하나"
ㅉㅉ글렀네 글렀어 이러고는 먼 선발전을 보겠다고
안에 들어가기 위해 두꺼운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고 두 순으로 힘껏 밀었지만 ‘덜컹’소리와 함께 문은 그 자리 그대로였다.
“머야 왜 안 열러”
“잠겼으니까 안 열리지 멍청아”
안 열리는 문을 계속 밀고 있자 언제 왔는지 태권도복을 입은 변백현은 입에 쭈쭈바를 문 체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새벽부터 쭈쭈바라니;;;
“아니 그 정도는 나도 알어;;;왜 잠겼냐 이거지;;”
당연한 걸 말하고 난리람
이 새끼는 내가 박찬열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게 확실하다
그래 확실하다.
이 개새끼 ㅂㄷㅂㄷ
“그래서 왜 잠겼는 데”
속에서 나오는 온갖 욕들을 집어삼키며 다시 한 번
쭈쭈바를 거꾸로 들어 지 입으로 털고 있는 변백에게 물어봤다.
저 새끼 또 헛소리해봐 명치다 ㅅㅂ
“손승완한테 물어보셈 ㅇㅅㅇ"
“저 썅”
뒤져라 그냥
변백개새끼를 때리다보니 어느 순간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야 나 내방갈래 갑자기 졸림”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피곤함을 느꼈다.
나도 참 답이 없는 듯
맞고 있던 와중에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 나를 보고 변백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내 명치펀치를 피하기 위해 어느 순간 저만치에 있었다.
개 빠르네;; 역시 개새끼야 ㅇㅇ
“야 가라 안녕 ㅃ ㅃ"
작별인사를 한 후 하품을 내뱉고 난 내 숙소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이 새벽에 한 거라고는 저 개새끼의 명치를 때린 거 밖에 없었다.
아 진짜 내 인생 중에 제일 아까운 시간인 듯
“야 ㅇㅇㅇ 진짜 갈 꺼?”
“응”
“아 왜에 가지마”
왜 저런담 찡찡이도 아니고 쟨 또 왜 찡찡거림;;;
변백은 먼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갑자기 내게로 뛰어와서는 내 어깨를 잡고 앞으로 질질 밀기 시작했다.
꼴에 남자라고 내 어깨에 잡은 손에 힘은 좀 있다.
올 변백 올
“머하냐 대체. 나도 걸을 수 있어."
“.......”
“아니. 야. 내가 걸을 게 좀 놔 봐.”
“....”
아무 대답 없이 몇 분 동안 얘가 미는 대로 가고 있다.
아 머지 얘
작전을 바꿔서 날 답답해 죽게 할 셈인가?
영리한대 개새끼치곤
내가 내 어깨에 올려져있던 변백의 손을 탁탁 치니. 그제야 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낸다.
“좋은 거 보러가자~, 좋은 거”
“니가 말한 좋은 게 이거였냐.”
변백이 나한테 그렇게 좋다며 질질 끌면서 데리고 온 곳은 승마장 옆에 마굿간이었다.
여기 마음대로 들어오면 개 털리는 데. 얜 겁도 없나
변백현은 익숙하다는 듯이 양동이에 말먹이로 보이는 것들을 잔뜩 가져와서는 유독 엄청 하얀 말한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와..머지 얜 유니콘인가. 엄청 하얘....
“준면이형 따라서 여기 몇 번 와봤어. 귀엽지 않냐?”
먹이을 야무지게 씹어 먹고 있는 유니콘을 보며 변백현은 흐뭇하게 웃고 있는 데
준면이 누구야 대체 면상도 아니고
“누구야 그 형 첨 들어봄”
“옛날에 말한 적 있잖아 나랑 같은 동아리에 승마하는 형”
“......아 그 구슬치기 동아리?”
“야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변백은 고1때 무슨 전통놀이 복원 동아리라는 걸 만들어서는 부원을 모집 했었는데 거기에 지금 있는 애들이 박찬열, 김종대, 도경수랑 고3에 누구 한 명 있었는데 아마 그 사람인가보다.
부원이 5명이 되지 않으면 동아리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닥치는 대로 부원을 모았던 걸로 기억하는 데 진지하게 저 동아리사람들 자체가 다들 정상은 아니다.
이름만 봐서는 무슨 민속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지들 수업시간에 빠져서 오목이나 이딴 거 하고 놀라고 만든 동아리다.
“아 맞다 이번에 신입생 2명 더 들어옴. 나중에 누군지 얼굴 보여줄게. 진짜 두 명 다 우리 동아리를 위해 태어난 애들 같음”
“1도 안 궁금함"
머야 답 없는 사람들은 저 사람들로 족한대;;;
누가 더 들어온거야 대체. 이름 알아와서 피하든가 해야지
“오올~ 백현이 여자친구랑 같이 온 거야~?”
한참 유니콘이 밥 먹고 있는 걸 구경하고 있는 데 나이가 왠지 복학생 수준일 거 같은 말투와 행동에 사람이 말을 걸었다.
??..?...?극 소름;;; 이게 머람 누구야 대체
어떤 미친놈이 날 이 새끼랑 엮어!!!!!!
“아 아니에요 형 증말 ㅎㅎ"
말투 왜 저래
전염된 건가
“우리 수호 밥 줄라고 이 새벽까지 온 거야? 기특하네. 배켜니~~”
!!!!
저 사람이 그 노답 동아리에 고3오빠인 것 같다.
ㅁㅊ
ㅇ..아 아직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됬는 데...
둘을 쳐다보던 내 표정이 돌 씹은 표정이었는지 맞장구를 치며 꺄르르 웃던 두 사람은 날 한 번 쳐다보다가
눈치가 보였는 지 변백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ㅇㅇㅇ 이 형이 우리 동.젤.웃 형. 김준면 형.”
아니 생긴 건 우리고등학교를 다 씹어드시게 생기셔서는;;;;
이래서 노는 물이 중요한 건가
그것보다 동젤웃은 머야 대체
“동젤웃이 먼데?"
“아 백현아 이럼 나 쑥스러워 하하”
먼데 머길래 대체 저 오빠가 저렇게 좋아서 얼굴까지 빨개지는 거야;;;
변백현은 그것도 모른냐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내게 대답했다.
“동아리에서 젤 웃긴 사람”
안녕하세요! 소금소금소금장이입니다.!괜히 필명을 길게 했네여..
글 재밌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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