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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세계 2

아껴줘

 

 

 

 

 

 

 ;

 

 

 

 

 

 

 

 

처음 이상한 일을 겪은 날은 비가 많이 내리는 오후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항상 부모님께 사랑받는 막내였고 겁이 많은 조그만한 아이였다. 세 오빠의 보살핌 아래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을 잘 알지도 못하고,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빠들은 나를 공주처럼 키웠다. 꼭 학교가 끝날 때 쯤이면, 가족 중 한 명은 반드시 교문 앞에서 날 기다렸고 집으로 가는 골목 앞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주는 것이 내겐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2시. 학교가 끝났다. 기상예보와는 다르게 점심시간부터 내린 비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별 걱정 없이 오늘은 첫째 오빠가 올까, 둘째 오빠가 올까 시덥지 않은 호기심을 품고 있던 나는 학교가 끝나고 나온 교문 앞에서 아무도 날 기다리고 있지 않은 사실을 알게되자 곧바로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친구들은 엄마와 함께 집으로 향하며 내게 인사들을 건냈지만, 어두침침한 하늘 아래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 익숙치 않았던 나는 인사를 아무렇지 않게 받을 정도로 똑부러진 아이가 아니었고, 비를 핑계로 소매를 끌어 거칠게 눈가를 닦아냈다. 컴컴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잰걸음으로 걸었다. 공중전화를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엄마는 ' 어머, 여주 데리러 가는 거 깜빡했다. 엄마가 빨리 오빠들 보낼게. 딸, 미안해. ' 하며 당황스러운 말투로 내게 사과했고, 나는 차오르는 원망에 말 없이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엉엉 울어댔다.

 

오빠들을 기다리고자 정문 앞으로 나가 비를 피하고 있자니 여전히 친구들은 나를 제쳐두고 집으로 향했다. 그 중에는 날 좋아했던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이상하게 어떻게든 날 울리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미 한 바탕 눈물을 흘린 뒤라 빨개진 눈을 금세 들키자 곧 그 아이는 친구들을 불러 날 놀려대기 시작했다. ' 여주 운대요! 야, 너 오늘은 혼자 가야되서 무서워서 울지? ' 별 대꾸없이 고개를 돌렸지만, 끊이지 않는 시선들과 웃음들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만하라며 몇 번을 소리쳤지만, 물을 튀겨대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이겨낼 재간은 없었다.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곧 다시금 오빠들이,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졌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왜.. 진짜, 너무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너무 창피해.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어.

 

그리고 찾아온 소름끼치는 적막에 나는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의심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아이들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든게 변함 없었다, 다만 모두 멈춰있었다는 것 뿐. 한참을 그 자리에 굳어 새로운 종류의 두려움을 느끼던 나는 곧, 이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기에 앞에 있던 남자아이의 손에 잡혀있던 우산을 빼들고 정문을 걸어나왔다. 빗방울들은 공중에 구슬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것들을 일일히 만져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집에 가서 오빠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일이 가장 하고 싶었기에 앞만 보고 걸었다. 저기 멀리 오빠들이 멈춰있는 모습이 보였다. 못생겼어. 바보들.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찾아온 걱정, 시간이 영원히 안 돌아오면 어떡하지? 평생 이 세상에 나 혼자 사는건가. 그 자리에 눈을 질끈 감고 아까와 같이 스스로에게 말했다.

 

 

 

 

 

 

" 제발, 다시 시간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

 

 

 

 

 

 

 

눈을 감고 있었지만, 선명하게 들려오는 빗소리. 아, 소리가 없는 세상을 겪은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빗소리가 낯설고도 달가울 줄이야. 멀리서 오빠들이 뛰어와 내게 혼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묻는다. 왈칵 울음을 터트리며 이제 오빠들은 내 오빠가 아니라며 투정했다. 첫째오빠는 미안하다며 어깨에 걸쳐져있던 가방을 들어맸고, 둘째오빠는 곧 나를 번쩍 업었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근데, 우산은 어디서 났어? "
" 몰라. "
" 공주가 여기까지 혼자 온 것만 해도 오빠는 너무 대견하다. "

 

 

 

 

 

우산을 쓰고 집에 가는 내내 한참을 오빠들을 원망하던 나는 금세 까맣게 아까의 그 신기했던 경험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일은 꿈이었나, 간절한 내 소망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나 ..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같이 단순하고, 생각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때의 일을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한 번씩은 겪는 것처럼 여겼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셋째 오빠는? "
" 몰라. 오겠지. "

 

 

거실에 누워 둘째 오빠와 아바타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 셋째 오빠가 들어왔다. 교복이 흠뻑 젖은 채로. 들어오자마자 꼴이 무슨 거지냐고 욕을 먹던 오빠는 머리를 털고 들어와, 가장 먼저 내 뺨에 가볍게 뽀뽀를 한 뒤 둘째 오빠에게 되려 성질을 냈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전화를 하면 좀 받아! 아니, 아무도 전화를 안 받아. "
" 쓸데 없는 일에 자꾸 전화 하지마. 아까워. "
" 아니, 우산 가져다 주는게 힘드냐? "

 

 

 

 

 

 

잘 왔으면 된거지. 사내새끼가. 유난 떤다는 듯 쳐다보는 두 오빠의 시선에 막내 오빠는 허탈한 표정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난 이렇게 우리 집에서 공주였다. 그리고 그 때의 시간이 멈춘 그 일에 대해 오빠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도, 오빠들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인양 내 말을 들어줬다. 그래서 어쩌면 그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

 

 

 

 

 

 

 

 

 

 


두 번째는,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였는데. 점심시간. 여름 중순이었는데, 그 날따라 햇빛은 쨍쨍하고 바람은 선선해서 축구를 한다는 석민이를 무력으로 교실로 끌고 와 나와 놀아줄 것을 간절히 부탁했다. 착해빠진 석민이는 곧 친구들의 부름을 다 거절하고 내 옆에 앉아 앙탈 섞인 내 재미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웃어주고 있었다. 문득 이 나른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아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려 누웠다. 석민이는 아무 말 없이 흥얼거리며 혼자 노래를 듣는 듯 했다. 곧 자신의 mp3에 있던 노래를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듣자며 내 귀에 들려주던 노래에 맞춰 발을 까딱 흔들던 나는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너무 좋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그리고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석민아, 노래 좋은데 왜 껐어. 하고 고개를 들자 뒷골이 땡기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석민이는 창문 밖을 내다본채로 멈춰있었다. 운동장 밖에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미 음악은 멈춰져 있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이 세상을 찾아온 이 적막이 너무나도 낯설었지만, 또 포근했다. 익숙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예전의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던 나는 곧 흥분되는 이 쾌감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웃어댔다. 한참을 그렇게 석민이의 옆에서 웃다, 엎드려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다가, 이 달콤함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했을 무렵 ' 시간아, 돌아와라. 돌아와주세요! ' 하며 장난섞인 말들을 속으로 내뱉었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이 노래 진짜 좋지? "
" 응, 좋은데? "
" 니가 내가 너무 좋아서 노래도 좋게 들리는거야. "

 

 

 

 

 

 

 

석민이는 언제 멈춰있었냐는 듯 또 그 입술을 열어 실 없는 소리를 해댔다.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다시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장난을 치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내게 더 이상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잡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

 

 

 

 

 

 

 


 

 

 

교실을 찾은 고요함에 언제나 느껴지는 설레임을 안고 전원우를 쳐다봤다. 살짝 내려간 속눈썹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역시 겁은 많은지라 가까이 가서 만져볼, 응큼한 용기는 없었다. 기껏 시간을 멈춰놓고 내가 했던 일은 그저 마음 놓고 그 아이를 관찰하는 것 뿐이었다. 아, 이 아이가 웃을때면 자꾸만 그 얼굴이 궁금해 더 자세히 보고싶다. 아쉽게도 멈춰있는 전원우의 얼굴은 웃고있지 않았다. 처음 만난 사인데, 이렇게 큰 호기심을, 호감을 가지게 된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부끄러움이란.

 

5분만, 3분만 더. 하는 말들이 내 세상에선 전혀 불필요한 말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냥 의자를 돌려 턱을 괴고 혼자 사색에 잠기다, 눈 앞에 있는 전원우를 바라보기를 반복하다가 조금씩 느껴지는 양심의 가책에 다시 시간을 돌렸다. 실컷 봤으니 됐겠지. 전원우를 뒤에 두고, 관심은 전혀 없다는 듯 빳빳이 앞을 향한 채 시선을 주위에 돌렸다.

 

마지막, 한 번만. 또 다시 전원우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유혹이 시작됐다. 승관이를 핑계로 뒤를 돌아볼까. 자연스럽게 교실 뒤에 볼일 있는 것처럼 저 사이를 지나가볼까. 아, 그게 좋겠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어나 날 쳐다보는 석민이에게 사탕 껍질을 내보이며 ' 버리고 올게. ' 했다. 석민이는 장난스럽게 ' 내 것도. ' 하며, 초콜릿을 비롯한 가방에 들어있던 쓰레기들을 꺼내 쥐어줬다. 볼을 부풀리며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흘겨봤지만, 석민이는 더 크게 웃으며 방어할 손이 없는 틈을 타 볼을 세게 꼬집었다.

 

몸을 돌려 막상 가자니 가슴이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처음 보는 지극히 낯선 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터라 스스로가 계속 낯설었다. 누군가가 내가 이렇게 금방 호감을 가지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된다면 비웃겠지, 할 정도로 이상했다. 그래, 아직까진.. 그냥 친해지고 싶은 호의적인 마음으로 해두자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마룻바닥이 소리를 냈다. 내가 걷는 방향을 모두에게 알리기라도 하는 듯 내게는 내 걸음이 어색하고 크게 들렸다. 아무렇지 않게 걸으려고 했지만, 결국 전원우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승관이의 발장난에 발을 헛디뎌 허둥댔다. 옆에서 팔을 잡아 지탱해주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우스운 꼴로 넘어졌을 것이었다. 순간 승관이를 흘겨보며 ' 너무해! ' 했지만, 그저 크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할 뿐이었다. 바로 고개를 맞은 편으로 돌리자, 전원우는 그 아이만의 알 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다치면 어떡할라고. 치마 입었는데 그런 장난을 치냐. "

 

 

 

 

 

 

 

하며 승관이에게 타박하는 듯한 말을 툭 내뱉었다. 원래 이런 말투인 걸 알았지만, 너무나도 딱딱한 어감에 혹여나 승관이가 기분이 상할까 내가 민망해졌다. ' 나 괜찮아, 진짜. 어, 재밌네. 하하. ' 하고 말을 꺼내봤지만, 승관이는 애초에 전원우의 이런 말투를 고깝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듯이 웃어대기 바빴다. 내 로봇같은 말투는 전원우가 듣기에도 웃겼나보다. 입꼬리를 살짝 터트려 웃는 그의 웃음은 너무나도 예뻤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어떡하지, 입술만 깨물던 나는 그 아이와 눈을 맞춘 채 ' 아무튼 , 고마워. 잡아줘서. ' 말을 건냈고, 그 아이는 입모양으로 아니, 어쩌면 내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 전원우. ' 하고 자신의 석 자를 내게 건넸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나는, 이여주. ' 말을 끝마치기 전에 전원우 역시 안다는 듯이 입꼬리를 전보다 더 올려 ' 응. ' 하고 대답했다. 더 이상 있으면 모두가 민망하겠다 싶어 재빨리 눈길을 돌리고 교실 뒤로 향했다. 귀가 뜨거웠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부승관이 괴롭히면 말해. '

 

 

 

 

 

 

 

 

 

-



새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웬만한 아이들과는 인사도 나누고 친해졌다. 여전히 석민이는 내 껌딱지였고. 복도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는 아이들이 쉬는시간 마다 복도를 가득 채우고, 서로를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럴 때마다 석민이의 소매 끝을 잡고 복도를 나왔다. 석민, 뚫어줘. 그러면 석민이는 웃으며 또 그 특출난 친화력으로 한 번에 복도를 막힘없이 걸을 수 있도록 해줬다.


오늘은 승관이와 석민이와 매점에 가서 군것질거리를 사러 올라오고 있었다. 계단 앞에서 마주친 어떤 남자아이는 누굴 기다리는 건지 긴 다리를 계단 끝에서 흔들어대며 혼자 서있었다. 별 관심 없이 지나치는데, 혹시나 했더니 승관이가 역시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민규! ' 하고 부르자, 민규라는 남자아이는 신이 나서 이상하게 변조한 목소리로 장단을 같이 맞추고 있었다. 키도 크고, 제대로 생겼는데 왜 저러지 싶어서 한참을 민망하게 서있었다. 들고 있던 빨대 끝을 깨물며 우유를 가지고 손장난을 치다가 안되겠다 싶어 ' 나 먼저 갈게. ' 하고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는 계속해서 승관이와 민규라고 하는 아이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뒤늦게 뛰어온 석민이는 먼저 가냐며 빠른 걸음으로 날 쫓아왔다. 그리고는 내 눈치를 살피다 ' 삐졌어 ? ' 하고 물어왔다. 이에 더 당황한 나는 ' 으응? ' 하고 되물었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쟤 누구야. 존나 귀여워. "

" 쟤 석민이 딸이야. 건드리면 죽인대. "

" 아니, 이석민 쯤이야. "

" 전원우. "

" 진짜? 오, 시발.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는 승관이의 행동에 고개를 절레 절레 젓던 민규는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웃어재끼며 승관이에게 공감을 구하고자 애썼다.  ' 근데 쟤 아까 빨대 입에 문 거 봤어? 진짜 귀여운 건 인정. ' 했지만, 승관은 답지 않게 말을 아끼며 원우에게 맞기 싫다고 말을 돌렸다. 석민은 복도 끝으로 멀어지면서까지 민규의 눈길을 눈치 챘는지, 앞서가는 여주를 손으로 가리키고, 또 크게 자기 손으로 엑스를 만들어 강력하게 안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말을 들을리 없는 민규는 그저 웃으며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여주와 석민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

 

 

 

 

 

교실에 들어오자 전원우는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 사이 친해진 여자 아이들은 내가 들어오자 자리를 만들어주며 같이 이야기 나누길 원했다. 석민이는 또 자길 버리냐며 우는 시늉을 했지만, 여자아이들은 지지 않고 넌 좀 여주를 자유롭게 풀어줄 필요도 있다며 구박했다.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전원우를 책상 하나 텀을 두고 마주 앉은 상황이라, 내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전원우가 고개를 들면 눈을 마주칠 수도 있었다. 별 기대는 없었다. 그저 여자아이들이 하는 옆반 남자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웃어줄 뿐이었다. 그 때, '김민규' 라는 이름이 나왔고, 순간적으로 들어온 이름이라 어? 하고 반응하자 덜미를 잡은건지 아이들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너 걔 알아? 하고 물어오는 수많은 눈들에 그렇다고 대답은 못하고, 그저. ' 아, 방금 만났어. 누군지 몰라, 근데. ' 하자, 내 대답이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킨건지 더 캐묻기 시작한다. ' 잘생겼지? ' '너보고 사귀자고 했어? ' 등의, 정말 말도 안되는 질문들을 쏟아내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석민이는 뒤에 있다가, 곧 말을 보탰다.

 

 

 

 

 

"아까 너보고 귀엽다고 인사하고 싶다고 했어. "

 

 

 

 

 

 

토라진 듯한 말투로 내게 어떠한 부정적인 반응을 원하는건지 석민이는 툴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아이들은 난리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제 사귈건데?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난 어벙하게 아무 말 못한 채 그냥 눈만 껌뻑거렸다.

 

그리고 그 때, 자고 있던 전원우가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건지 유독 좋지않은 표정과 날선 눈매가 순간 내 눈을 피하게 만들었다. 나만 의식할 뿐,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더 이상 날 보고 있지 않을 전원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쉽게 자연스럽게 두지 못했다. 용기내어 그 아이 쪽을 다시 보자, 여전히 눈을 돌리지 않고 날 응시하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여자아이들의 고함에 시끄러웠지만 그 아이는 여전히 그 날카로운 눈매로 날 보고 있었다. 내 입은 홀린 듯이 벌려졌다. 아마, 그 말은 이 아이들이 아닌 네게 하는 고백이었을거야.

 

 

 

 

 

 

 

" 아, 난 걔 관심 없어서. 그 친구도 그럴거야. 우리 모르는 사이거든.. 어, 그니까. 난 잘 모르겠어, 그 친구가 잘생긴지도. 사실. 하하, 나 눈 이상하지? "

 

 

 

 

 

 

장난스럽게 던진 말에 여자아이들은 아쉬움과 더불은 안도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뺏길 것 같아 조바심 났다고 장난 섞인 진심을 내뱉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말을 내뱉으며 바라본 전원우는 마치 어떻게 이야기하나 두고 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끝난 뒤, 그 아이는 첫 날 그랬던 것처럼 그저 내게 한 번 입꼬리를 말아 웃어주고는 몸을 일으켜 교실을 나갔다.


 

 

 

 

 

 

 

 

[전원우] 너와 나의 세계 02 | 인스티즈

 

 

 

 

 

 

 

' 예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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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흔글을 내가 못봤다니... 제가 도레미파쳤었나봐요 용서해주세요.... 제발 얼른 와주세요 한달 공백 괜찮아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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