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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나는 별도 피지 못하는 겨울밤인데, 어쩌자고 어둠 속 홀로 핀 꽃을 만난걸까.'
 
 
 




 
 

[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비꽃

: 비가 시작될 때 몇방울 떨어지는 비
03.

by. 래빗



[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으아- 심심해."


 기지개를 쭈욱 피며 하는 혼잣말이 눅눅한 공기 사이로 메아리 쳐 돌아온다.


 아저씨를 따라 이 곳에 온 뒤로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그 땐 귀가 시릴정도로 추운 겨울이였는데 지금은 딱히 춥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봄이라고 해야하나...? 시린 바람 탓에 무뎌졌던 내 모든 발걸음들이 이제는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이곳은 차갑고 눅눅한 냄새가 가득하다. 마치 감옥같다. 처음부터 알게 된 건 아니지만 이곳은 sign이라는 조직의 아지트라고 한다. 듣기론 우리나라 거의 모든 뒷세계를 움켜잡고 있다는데 사실 그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나진 않는다. 그래도 여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아지트인 것 같다. 




 이 곳 사람들은 모두 바쁘고 분주하다. 또 그러면서도 비밀스럽다. 가만히 방 침대에 앉아 저 문 너머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복도를 지나는 발걸음 소리가 바쁘게 들린다. 쉬지도 않고 어딘가로 몰려가는 사람들. 

가끔 서로 욕을 하기도 하고 고함치기도 하고 치고박고 싸우기도 한다. 조용하면서도 소란스러운 곳, Sign. 내가 내린 결론이다.

사실 이 곳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건 나도 은연 중 알 수 있다. 눈만 안 보이지 그리 바보도 아니고 눈치없는 편은 아니니까. 그래도 여기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생각만큼 무섭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나에게 친절한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여기서 지내기로 한 이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데 더 편하니까.





아, 따뜻하다...


 고개를 들어 내게 내리쬐는 빛을 느껴본다. 입가에 기분좋은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은 여기서 유일하게 낮이면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공터인데 난 이곳이 좋다. 사실 정원인지, 공터인지 어떤 곳인지 잘 모르지만 손바닥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차가운 시멘트 느낌에 그렇게 이름 붙였다. 

 그대로 바닥에 쭈그려앉아 원피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손가락을 요리조리 굴려본다. 


찾았다.


 손끝에 느껴지는 동글동글한 느낌에 싱긋 웃어보곤 씨앗을 꺼냈다. 여기선 구하기 힘든건데 아저씨 몰래 여기 언니들이 구해다줬다. 아저씨가 내가 이렇게  꽃을 심는걸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 몇 일동안이나 주머니에 숨겨뒀던 거다. 

조심조심 두 손으로 땅을 더듬어 흙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살짝 구멍을 파 차례대로 하나씩 하나씩 심었다. 각자가 같은 씨앗일지, 다른 씨앗일지 사실 나도 모른다. 그래도 꽃이 피면 이곳도 얼마나 향기로워질까라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심어본다. 뭐 사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기두 하지만.
활짝 피어 향기도 맡아보면 좋으련만... 저번에 어렵게 구해 심었던 꽃 몇송이들이 하루 아침에 마법처럼 모두 사라졌었다. 지하실 특유의 특징때문에 죽은 건가 싶어 이번엔 더 잘 보살펴야겠단 생각이 든다.



바닥에 쭈그려앉으니 머리에 내리쬐는 햇빛이 한층 더 잘 느껴진다. 하늘을 향해 손을 올려봤다. 따뜻하다...
혹시 내 그림자가 햇빛을 가릴까 쭈구린 채 뒤로 한 발짝 두 발짝 조심조심 가다 균형을 잃어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다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러는게 웃겨 또 웃음이 났다.

그러다 누군가 내 옆에 다소 조심성 없이 풀썩 앉는 소리에 살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누구지?












"설이 너 또 나와있는거야?"


최승철. 승철오빠다 이 목소리는.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이곳 사람들을 대강 구분 가능해졌다.



"또 꽃 심고 있지."

 "네.... 이젠 봄이잖아요. 아참, 저번에 핀 꽃은 무슨 색이였어요? 난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다 죽었다더라고요."

"그 꽃...... 아니다. 야, 너 순영이한테 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들어가, 어서."

"히- 걱정도 참. 괜찮아요. 내가 하도 나오니까 이제 포기했나봐요."

"포기는 개뿔. 너 이렇게 허락 안 받고 나온 거 알면 또 난리난다 난리나. 네가 아니라 내가 죽는다고 완전. 걔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지 넌 모르지?"


궁시렁되다 으- 라는 소릴내며 몸서리치는 승철오빠의 모습이 상상되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몰래 킥킥 거리며 웃자 '어쭈 웃어?' 라며 장난스럽게 나에게 헤드락을 건다. 아프기보단 간지러운 느낌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아퍼요."

"아프긴 엄살은"



내 머리를 막 헝크는 손길에 장난스럽게 머리를 저으며 웃어본다. 


승철오빠는 참 다정하다. 처음봤을 때부터 재밌고 따뜻한 사람이였다.  일부러 그랬던 건진 모르겠지만 첫만남부터 엄청 오바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던 걸로 기억한다.




.
.





"어!!! 일어났다!!!!!"


...????


"안녕, 설아- 반갑다. 난 최승철이야."

"아저씨... 는요?"

"권순영? 잠깐, 나갔는데. 어? 들어왔다."


"뭐하냐-"

끼익-거리는 낡은 쇠문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긴장이 놓였다.


"와- 야, 호시- 얘 너 오니까 표정 바로 풀리는거 봐. 설아, 쟤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야. ㅋㅋ 뭐 어쨋든 여기서 지낸다며? 잘지내자. 승철오빠라고 편하게 불러."

"지랄-. 무슨 오빠야."

"아, 왜 나 정도면 오빠지.."


스...승철..오빠?

"......."
"......."


"야... 호시. 들었냐? 쟤 나 주면 안돼? 잘 키울게. 응? 제발."

"....뭐래. 꺼져."


승철오빠는 소란스럽다며 짜증내는 아저씨에게 한대 맞고서야 조용해졌다. 둘이 투닥거리는 소리에 푸핫-하고 편하게 웃어버리고 말았었다. 




.
.



정말 여동생 챙기듯 대해줘서 개인적으로 참 고맙다. 여기서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는 알고보면 반갑지 않은 손님일텐데..... 승철오빠같이 착한 사람이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을 할까? 무서운 일은 아닌거 같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킬러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대강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승철오빠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흠... 청소부? 요리사? 




아야-

"또 딴 생각하지-"

내 볼을 꼬집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멍 때렸었다는 걸 알았다.


"너처럼 호시 안무서워하는 애도 없을거다."

"오빠는 아저씨가 무서워요?"

"야, 말도 마. 네가 진짜 봐야해. 걔 진짜 사람 죽일 때 눈빛이.... 아, 미안..."


장님인 나에게 실례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멈춘다. 사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찮아요."


"아, 아무튼 애가 정이라는게 없어.'


"그런가...?"


이 곳 사람들은 하나 둘 모두 아저씨를 피하는 것 같다. 싫어한다기 보단 꺼리는 느낌이랄까. 아저씨가 굉장히 그것도 많이 무뚝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표현도 잘 안하고... 그래도 아주 오래 전부터 원우 아저씨가 나에게는 순영 아저씨에 대한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줘서 그런지 난 순영 아저씨가 좋다.


아저씨가 무섭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봤다. 그러다 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맞아, 나도 처음엔 적응안되긴 했지.




.
.





아저씨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왜이리 흠칫 흠칫 놀라는지- 내가 아저씨를 불러도 못마땅. 다른 사람과 놀고 싶다 하면 더 못마땅.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내 손이 아저씨 팔에 스치기만 해도 망설임 없이 손을 탁 내쳐버린다. 내 손이 지저분한걸까? 아니면 그렇게 피할정도로 내 얼굴이 못생긴걸까... 이럴땐 거울을 볼 수도 없고 눈이 안보이는 내가 조금은 답답해진다.

아무튼.

아저씨는 날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정확히는 이곳에 있는 날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이곳에 있는게 굉장히 그것도 아주 굉장히 못마땅한 것 같다. 결국은 아저씨가 날 데리고와줬으면서. 

순영 아저씨의 이름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은거다. 호시는 암호명- 조직에서 현장을 나갈 때 쓰는 이름이라고 한다. 아저씨는 나에게 아저씨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항상 방 안에서는 나 혼자 대답없는 아저씨를 향해 쫑알거리는게 일상이 된 거 같다.


답답한 마음에, 또 아저씨가 돌아올때까지 이 쓸쓸한 방에 혼자 있는게 너무 외로워서 위험해도 좋으니 방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너무. 하지만 그럴때면 언제나 들려오는 단호한 목소리.


 '안돼-.'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무뚝뚝함에 조금 무서운 감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게 아저씨구나-싶다. 
그래도 너무 날 이곳과 차단하려는 아저씨가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어린아이도 아니고 단지 눈이 안보일뿐인데.



"아저씨, 방 밖 나가볼래요."


"안돼."


"왜요? 아, 진짜 왜요~"


"안돼."


"너무해 진짜... 사실 하루종일 아저씨 오기 전까지 이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심심하단 말이에요."


"너 정말 어디 모자란 건 아니지?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터야? 사실 나가든 말든 나랑 상관은 없는데, 꼬마 너 여기가 어딘지 잊었냐?"

낮게 으르렁 거리듯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피곤한지 살짝 갈라진다.


"알아요... 아는데... 나도 여기서 이제 사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단 말이에요."


"......미친"


"너무해요... 진짜 내가 무슨 꼬마..."


"하... 조용히 해봐. 네가? 네가 우리와 친해지고 싶다고? 꼬마 방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


"생각하니까..."


진짜 뭐같네 기분-



화가 난 듯한 아저씨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이내 내 턱을 들어올리는 아저씨의 손이 느껴진다. 거칠고 투박하다.


"꼬마, 여긴 너와 어울리지 않아. 다가가지 마. 가까워지려고 하지도 마. 알려고도 하지도 마."


"..아저씬요? 아저씨도..."


"나 포함이야"



아저씨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나보다. 내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아저씨 손에 닿았는지 아저씨가 당황한 듯 재빨리 손을 뗀다. 


"아저씨, 난 아저씨가 좋은데 왜 다가오지 말라고만 해요? 네? 아저씨 왜 저 미워해요?"


".........몰라."


"......흡... 왜... 왜 제가 미워요?"



"......미워한다는게 뭔데?"


아무 감정없이 무뚝뚝하게 묻는 목소리보단 묵묵히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만져보는 그 손길에 더 신경쓰였다.




.
.






아저씨는 다정함이랑 거리가 좀 먼 사람이다.  날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난 아저씨가 좋다. 아저씨가 무서운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승철오빠를 향해 내가 말했다.



"그냥 좀 무뚝뚝하고 표현 할 줄을 몰라서 그렇지... 난 아저씨 좋던데..."

"어? 이거 봐라. 와- 권순영 애를 단단히 꼬셔놨네. 지 색시라고."


꼬셨다고? 아저씨가 나를? 승철오빠의 말에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승철오빠는 뭐가 좋은지 킥킥거리며 그런 나를 놀린다.


"아.. 아저씨가 저 꼬신적 없어요! 아닌데! 절대 그런거 아닌데! .....그리고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다들 저를 색시라고 하는 거에요?"


"당연한 거 아냐? 여기에 아무리 쭉쭉빵빵한 여자들이 많아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천하의 권순영, 아니 sign의 킬러 호시가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것도 엄청 과보호하면서 같이 사는데. 당연히 조직원들이 호시가 너 색시삼으려고 데려왔나 보다 하지."


"그...그런거 아닌데... 다 사정이 있어서...."



"아냐아냐... 권순영이 사정따위 봐주는 위인은 아니거든. 네가 못봐서 그렇지 권순영 진짜 못생겼어. 완전 도깨비같이 생겼어. 막 성질도 고약하고..."


"거짓말! 아저씨 잘 생겼잖아요."


"어? 네가 어떻게 알아? 권순영 얼굴 본 적 있어?"


"그건 아닌데... 아저씨에 대해서 많이 들어봐서 대강 알 거 같아요."


눈은 남자답게 길구 찢어져있고... 코는 오똑하고... 키도 크고...

수백 번도 머릿 속에서 그려본 아저씨의 얼굴을 중얼거리며 오늘도 상상해본다. 정말 아주 오래전부터 머릿 속에 상상해 온 사람. 권순영.


"와-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알지? 대충 비슷하긴 한데 너무 콩깍지다 야."


"그런가요? 


"ㅋㅋㅋ 어? 너 얼굴 빨개졌다."


승철오빠의 말에 당황해 황급히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놀... 놀리지 마세요. 아저씨는 저 싫어하는데..."


"권순영이 널 싫어한다고??"


다소 놀란듯한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허- 하면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는 승철오빠다. 


"설아- 너 진짜 아가구나? 네가 괜히 순영색시라고 불리는게 아니야. 솔직히 네가 이 곳에서 안전하게 있는 것도 다 순영이 덕분이야."


......????


"아휴. 그런 표정 짓지마라. 이 순수한 아이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지. 요놈의 입입입. 
음... 아, 그거그거. 저번에 여자들이 너 꾸며놓고 간부들 술마시는데 데려갔었잖아. 권순영이 거기서 너 빼온거 기억나지. 최소 일주일은 애들 떠들석했을거다. 걔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니거든."


"아...."


"야 그날 진짜 권순영 빡돌아서..."




최승철-.


승철오빠의 말을 끊는 낮고 고요한 목소리.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아저씨다. 이제는 듣기만 해도 반가운 목소리에 얼굴이 환해졌다. 그 발자국이 나에게 가까워지는 걸 느끼곤 벌떡 일어났다.


"꼬마-. 또 말 안듣지."


"아저씨! 어떻게 알고 왔어요?"


"네가 올 데가 또 있냐."


"오늘은 일찍 돌아왔네요?"


".........."


아무 대답이 없는 아저씨 쪽으로 한발짝 나아가자, 뒤로 물러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내가 가까이 다가간다고 피한 적은 없었는데.... 내가 조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아저씨의 한결같은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꼬마, 방으로 가."


"어?...아... 네...."


내가 말도 없이 나와서 화가 난 걸까? 아저씨가 날 더 미워할까 걱정이 됐다. 시무룩한 내 목소리에 승철오빠가 다정하게 내 등을 떠민다.



"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거야. 설아, 먼저 들어가 어서."


 승철오빠의 말에 지팡이를 짚고 더듬더듬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아저씨를 지나치는데 항상 나던 담배냄새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내 얼굴을 감싸왔다. 익숙한 향내음 사이로 풍기는 낯선 냄새에 잠깐 발걸을 멈추고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뜩 궁금해졌다. 지금 아저씨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비꽃

: 비가 시작될 때 몇방울 떨어지는 비
03.

by. 래빗




[세븐틴/권순영] 비꽃 03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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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과 승철 둘 다,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승철이였다.



"손이라도 닦고 오지 그랬냐."

".........."


순영은 고개를 숙여 검붉은 피로 얼룩진 자신의 모습을 봤다. 얼굴과 손, 그리고 옷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붉은 자국들은 순영이 오늘 얼마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왔는지 보여줬다.


"후... 안봐도 뻔하다. 설이가 방에 없는거 알고 앞뒤 안보고 뛰어왔겠지."

".............."

"근데... 뭔일이냐."

"뭐가."

"현장투입-. 꼴보니까 오늘 성가신 일이였던거 같은데."


승철의 말에 순영이 후-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려 피를 닦아낸다.


"뭐가. 이런 일 너나 나나 한두번이야?"

"지랄마. 너 설이 오고나서 현장 거의 안 나갔잖아. 마약같은 그런것만 담당하고."

"........."

"됐다 됐어. 설이한테 너무 모질게 굴지마. 우리딴에선 너가 걔 생각하는거 다 보여도 설이는 아니니까-"

"......이상해."

"너 원래 이상해."



승철의 장난스런 말에도 순영은 별 감흥도 없이 무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런 순영의 모습에 승철은 역시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걔는 정말....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그런 느낌인데... 불쾌해. 나도 이런 내가 용납이 안돼."

"ㅋㅋㅋ야... 아 배야. 그게 불쾌한거라고 생각해? 특별한 거겠지. 와... 권순영 너의 감정의 한계란 생각보다 더 심각하구나."



순영이 가늘게 눈을 흘겼다. 특별한 거.... 순영은 그 단어를 맘 속으로 세번은 곱씹어보았다.

사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순영에게 설이의 존재는 정말 까만 도화지에 한방울 튄 흰 물감같은 존재였다. 까만색으로 다시 덮어야하거나.... 아니면 도화지 자체를 찢어야하는. 그 작은 소녀 때문에 예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도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걔가 뭐라고 이리 눈에 밟히는지. 하루에도 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홀로 빛이 나는 소녀를 보며 몇 번이고 생각한다. 


이 손으로....

"꺾어 버릴까."


순영의 혼잣말에 배를 잡고 웃던 승철이 웃음을 멈추고 순영을 쳐다봤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승철은 뭐라는거야라고 중얼거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아까 소녀가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 사이에 심은 씨앗이 있는 땅을 쓸쩍 쳐다봤다.


"미쳤냐. 꺾긴 뭘 꺾어. 넌 애가 왜 그러냐. 저번에 설이가 심었던 꽃들도 네가 다 꺾었잖아. 여기에 꽃이 뿌리내린 것도 난 신기하더만 그걸 못참고 꺾어버리냐. 애가 얼마나 속상해하던지."

"안 어울려. 없는게 나아."

"아무튼 저건 놔둬. 꽃펴서 설이가 향기라도 맡게 해주라고. 여기서 아저씨들 냄새만 맡게 하고 싶냐?"

"........"



순영은 꽃을 심었다며 곧 활짝 필거라고 환하게
미소짓던 소녀를 떠올려봤다. 며칠 후 소녀가 말한  자리엔 알록달록한 색의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눅눅한 지하 냄새와 함께 풍겨오는 꽃향기가 너무 달콤해서 아찔했다. 설이가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순영은 그대로 손을 뻗어 설이를 닮은 그 꽃들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살짝 손가락에 힘을 주자 꽃이 힘없이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 향기에 그 꽃들을 죄다 꺾어버린건 순영 자신이였다. 




.
.



승철이 떠나갔음에도 순영은 한참이나 아까 설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꽃이라... 의문이 들었다. 이런 암흑같은 곳에서조차 그런 순수한 꿈을 꾸는 너는. 그리고 그런 너를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순영은 꽃을 모아 버려버렸던 구석으로 향했다. 아직 다 말라버리지 않은 꽃 한송이를 들고 천천히 방으로 향해본다.




끼익- 녹슨 문을 열고 순영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쓸쓸한 담배냄새로 가득하던 순영의 방이 이제는 은은하게 달콤한 소녀의 향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순영은 설이의 침대로 터벅터벅 걸어가 옆 물컵에 꽃을 살며시 꽂아본다.


"아저씨? 거기서 뭐 하세요?"


뒤에서 들리는 작고 여린 목소리에 순영이 느릿하게 뒤를 돌아본다. 처음봤을 때부터 여전히 작고 하얗다. 순영은 손을 올려 딴 곳을 보고 있는 설이의 얼굴을 자신쪽으로 돌려준다. 그런 순영에 설이의 두 귀가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순영이 손을 내려 설이의 두 어깨를 잡곤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춰본다. 그렇게 설이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순영이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그 표정은 변화가 없고 목소리 또한 미동이 없다.



"잘들어. 아저씨는 사람 감정이란게 제일 쓸데없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

"그 마음이라는 것 좀 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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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공공사 / 작가님 진짜 이번 편도 분위기 대박이잖아요 권순영 마지막 말에 저 제대로 치였어요 와 진짜 작가님 ㅠㅠㅠㅠㅠㅜㅠㅜ 너무 대박인 것 같아요 권순영은 진짜 ㅠㅠㅠㅠㅜㅠㅜㅠ 작가님 ㅠㅠㅜㅠㅠㅠㅠㅠ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
7년 전
래빗
❤️❤️우왕 일공공사님❤️❤️
순영이는 우리 모두의 암묵적 잠재적 최애니까요^^ 이런 떵글도 사랑으로 봐주시고 감사합니다 늘..ㅎㅎ

7년 전
래빗
❤️암호닉❤️
세젤예덕이 이스트팩 봄봄 윤천사 자몽 데스티니 스포시 쯜리퍼 일공공사 제주도민부승관 잔별 닭키우는순영 달다구리 지하 비타민 뿌블리랑갑서예 핫초코 0512 0103 원블리 말랑이 밍구 달빛 꽃소녀 아이스망고 가마 여기봐 천상소 달빛 순뿌염 원우야밥먹자 라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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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래빗입니다 빨리빨리 못오는거 죄송합니다 ㅜㅜ 망망이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렸어요 모두 몸조심하세요! ㅎㅎ

7년 전
독자2
라볶이에요!!! 하....발렸어요...♡ 순영아 내가 알려줄게 마음이라는 걸!!!!
7년 전
래빗
라볶이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3
꽃소녀입니다!!!아진짜..ㅠㅠㅠ권수녕ㅜㅜㅜㅜ분위기ㅠㅠㅠㅠ흐어ㅜㅜㅜ너때메 내심장이 남아 나질않는다ㅜㅜㅜ작가님 이번편도 대박이에요ㅠㅠ
7년 전
래빗
꽃소녀님❤️❤️ 순영이즈뭔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191.197
[호시기두마리치킨]으로 암호닉 신청합니당!
분위기 아련해서 디게 좋은 것 같아요ㅜ 권순영은 귀여운 것도 잘 어울리고 시크한것도 잘 어울리면 난 그냥 죽으라는 건가ㅜ

7년 전
래빗
❤️호시기두마리치킨님❤️ 순영이즈뭔들이죠 호시기하니까 타아이돌생각나네욬ㅋㅋ
7년 전
비회원165.61
작가님의 닭키우는순영입니다!!!! 제가 나결정을 사서 글잡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는이상 전처럼 인티에서 살수가 없어요.....엉엉 지금이라도 보고 댓글 남겨요 사실 어제밤에 읽곸ㅋㅋㅋㅋㅋㅋㅋ너무졸려서 잠들어버렸어요ㅠㅠㅠㅠ그래도 나결정을 아직 한달만이니까...!밀려도 나중에라도 꼭 볼거에요 지우지 말아주세요 자신이 자기감정을 모르는거 이거진짜 무서운것같아요 저도 예전에 그랬거든요 지금도 물론 누군가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 잘 몰라욬ㅋㅋㅋ그래서 연애하는사람들보면 부럽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하고 그래요 차라리 그럴시간에 나자신을 가꾸자 하는생각...? 근데 안가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흐엉 여튼 래빗님 애정해요 아주마니!!!!♥
7년 전
래빗
헐 심쿵... 비회원댓글인데 닭키우는순영님이여서 깜짝 놀랐어요~ 잘 모를때는 그것이 뭔지 알려줄 사람이 분명 나타날거에요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설이처럼? ㅋㅋㅋ 제가 더 애정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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