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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아2 전체글ll조회 606l 2




김남준 민윤기 김석진

가장 보통의 존재 1











“선배. 안녕하세요.”



첫 인상은 좋지 못했다. 길게 쭉 째진 눈으로 위아래 훑던 그 얼굴을 잊지 못한다. 윤기가 남준을 보고 늘 생각했다. 다 안다는 듯 쳐다보던 그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남준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점심 먹었어요?”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처음이었다. 윤기가 고개를 들어 남준을 바라봤다. 켜져있던 윤기의 핸드폰 화면이 꺼질 때까지 바라봤다. 남준이 윤기를 보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웃음이 예전처럼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냥, 어딘가 귀여운 꼬마 아이의 개구진 표정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럼 나랑 같이 먹어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가는 뒷모습에 윤기가 자기도 모르게 따라 걸었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윤기가 그렇게 생각했다.







/







“앞으로 더 잘 부탁 드려요.”



윤기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남준의 말에 그저 무감각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니 맘대로 해. 그 말에 남준이 한참 말이 없다가, 윤기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번호 저장해도 되죠?”

“어.”

“가끔 연락할게요.”

“맘대로 해.”



남준이 윤기를 한참 쳐다봤다. 윤기가 그런 남준의 손에서 자기 핸드폰을 가져왔다. 나 먼저 일어날게. 조심히 가라. 오전에만 강의가 있고 오후에는 쉬는 날이었다. 남준이 윤기를 뒤따라 일어나려다 주저 앉았다. 너무나 빠르게 식판을 정리하고 나가버린 윤기 때문이었다. 붙잡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윤기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처음에만 호기심 반 강제 반으로 따라온 것 같았고, 그 뒤로는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남준이 말없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가방을 맨 순간에 식판 옆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나 민윤기 저장해] 010.1993.0309







/







윤기는 그저 남준이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는 똥씹은 표정으로 위 아래로 훑어봤던 사람이 이제와서 존경한다, 친해지고 싶다 이러고 나서는 꼴이. 굳이 남준이 아니더라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저 선배 되게 존경해요.’

‘응. 그래.’

‘친해지고 싶은데 선배는 저 어때요?’



아까의 상황이 눈 앞에 자꾸만 그려졌다. 너무나 생생해서 윤기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제야 석진의 목소리가 귀에 똑바로 들렸다.



-무슨 일 있어?

“아뇨. 일은 무슨.”

-웬일로 전화야?

“그냥요.”



그냥이 아닌 거 같은데. 석진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윤기가 소파 위에 널부러진 석진의 와이셔츠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냥이라니깐요.”

-최대한 일찍 데리러 갈게.

“데리러 안 와도 돼요.”

-응?

“나 지금 여기 형네 집인데.”

-아.

“와이셔츠 이렇게 소파에 막 내던져 놓으면 구겨진댔잖아요.”



그 말에 석진이 기분 좋게 웃었다. 미안. 미안.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 말에 윤기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처음 석진을 만날때와 변함 없는 집이었다. 처음 발을 들였을 때와 달라진 거라고는 윤기가 신고 있는 노란 슬리퍼 뿐이었다. 



-회의 들어가야 될 것 같네. 이따 금방 전화 할게.

“천천히 해요. 여기서 퇴근때 까지 기다릴게요.”

-어, 응.



이따 금방 전화는 뭐 언제 전화를 하겠다는 거야. 윤기가 작게 중얼이며 와이셔츠 위로 엎어졌다. 모르겠다. 피곤이 몰려왔다. 석진의 와이셔츠에 얼굴을 푹 묻었다. 덕분에 쓰고 있던 볼캡이 소파 밑으로 떨어졌다. 주으려고 손을 바닥으로 뻗었지만 잡힌 건 모자가 아닌 단추였다. 



“단추도 떨어졌네.”



윤기가 한숨을 내쉬며 모르겠다는 듯 와이셔츠에 얼굴을 푹 묻어버렸다. 익숙한 석진의 향기가 코 끝을 간질였다. 습관처럼 잠이 오는 향이었다.







/







맛있는 냄새에 윤기가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9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을 바라보니 퇴근한 그 상태 그대로 앞치마만 두른 채 요리를 하는 석진이 보였다. 석진이 고개를 휙 돌려 윤기를 바라봤다.



“깼네.”

“뭐예요.”



윤기가 터덜터덜 걸어가 석진의 옆에 섰다. 니가 좋아하는 거. 된장찌개였다. 윤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요?”

“응.”

“뭔가 그림이 이상해요.”



윤기가 식탁에 살짝 걸터 앉아 석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석진의 말에 윤기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사원이 퇴근한 후에 애인을 위해 앞치마를 메고 요리하는 광경이.



“응? 뭐가 이상해.”

“그냥. 뭔가 형이랑 나랑 위치가 바뀐 거 같아서.”

“무슨 위치?”

“형이 소파에서 쉬어야 하고 내가 요리를 해야 하는 거 같은데, 바뀌었잖아요.

“괜찮아. 이따 고생할테니.”



그 말에 윤기가 실소를 터트렸다. 3년 째 만나면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에 못할 말이 없었다. 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 씻어도 돼요?”

“니 옷 다 세탁소에 맡겨놨어. 뭐 입게.”

“늘 입던 형 옷이요.”

“……”



나 씻고 올게요. 윤기가 터덜터덜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뗐다. 석진이 국자를 내려놓고는 윤기의 손목을 붙들고 의자에 앉혔다. 석진의 시야에 윤기의 노란 슬리퍼가 들어왔다. 병아리 같네.



“이따 같이.”

“……”

“슬리퍼 바꿀 때가 됐나. 노란 색이 아니라 회색이네.”



그 말에 윤기가 말없이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석진의 손을 잡았다.







/







석진은 3년 전 윤기를 처음 만났던 그 때가 아직까지 생생했다. 누군가와 정식적으로 교제를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던 석진의 눈에 들어온 건 윤기였다. 석진이 늘 잠자리를 갖기 위해 가던 바 구석에 있던 노란 머리를 아직까지 잊을 수 없었다. 어울리지 않는 노란 머리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던 석진이 얼굴을 보고 하려던 말을 까먹어버린 것도 잊을 수 없다. 사람을 꼬시는 데에는 도가 터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얼굴이라 당황해서 말이 속으로 먹혀버린 것이다.



‘게이에요?’

‘네.’

‘나랑 잘래요?’



오히려 당당하게 묻던 윤기의 목소리가 석진을 더욱 더 당황케 만들었다. 석진이 말없이 그런 윤기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 둘은 마주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몸을 섞었다. 나는요, 여자가 싫어요. 지겹고, 지치고, 힘들고, 억지로 그렇게 관계를 가져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던 윤기를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듯 윤기를 한달 넘게 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윤기가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 즈음에,



‘……’

‘변태 아니야. 진짜!’



버스 정류장에서 여자 한 명과 씨름을 하는 윤기가 눈에 보였다. 석진이 갓길에 차를 세운 채로 창문을 살짝 열어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 엉덩이를 만졌녜 뭐녜 말을 하는 여자를 무신경하게 쳐다보는 윤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노란 머리가 아니라 검은 머리였다. 언제 염색했나. 이제 여름이라 더울텐데 노란 머리가 더 나을텐데. 

점점 높아지는 여자의 언성에 석진이 차에서 내려서 윤기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갑작스런 석진의 등장에 여자가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윤기를 쳐다봤다.



‘누구……’



윤기가 고개를 들어 석진을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에 윤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여자가 석진을 쳐다보며 인상을 쓰고는 더욱 더 언성을 높이려는 찰나에,



‘씨씨티비 돌려보던가.’

‘……’

‘내가 얘 애인인데, 얘가 왜 그 쪽 엉덩이를 만집니까. 만질 것도 없어 보이는데.’



그 말에 여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여자가 별 꼴이라면서 구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버스 정류장을 떠났다. 석진이 그런 윤기의 어깨 위에서 팔을 내렸다.



‘곤란해보이길래.’

‘고맙네요.’

‘탈래?’

‘왜요?’

‘그냥, 태워주고 싶어서.’



윤기가 자연스레 조수석에 탔다. 석진이 윤기를 백미러로 힐끔 힐끔 쳐다봤다. 뭐 묻었어요? 윤기의 당당한 말에 석진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성격일 줄은 몰랐네.’

‘제가 뭘요.’

‘저런 걸 다 듣고 있을 줄은.’

‘그쪽은 내가 진짜 저 사람 엉덩이를 만졌을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당당했어요?’

‘여자 싫다며.’



석진의 말에 윤기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 



‘싫어요.’

‘싫은 거 맞네.’

‘여자랑 자는 건 좋지만, 여자랑 인간 관계를 갖는 게 싫은 거에요. 귀찮잖아요. 관심을 줘야하고 또 그만큼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 말에 석진이 윤기를 힐끔 쳐다봤다.



‘그래서 남자를 만나?’

‘남자도 잘 만나지는 않아요.’

‘그 날은?’

‘그러려고 간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네요.’

‘그럼 나랑 만날래?’



그 말에 윤기가 말없이 석진을 쳐다봤다. 







/







“아팠어?”

“조금...”

“오랜만이라 그랬나. 미안해. 안마해줄게.”

“살살요.”



그때 윤기의 핸드폰이 번쩍 불빛을 냈다. 석진이 힐끔 그쪽을 바라봤다가 이내 윤기의 허리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 허리가 석진의 시선에 들어왔다. 윤기가 손을 뻗어 스탠드 밑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집엔 잘 들어갔어요?] 16 김남준



그 문자에 윤기가 본 체 만 체 하며 핸드폰을 다시 엎어놨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윤기가 석진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냈다. 



“아프면 말해.”

“……괜찮아요.”



석진이 웃으며 윤기의 허리께를 어루만졌다. 











가장 보통의 존재 1

아직은 이렇다할 감정선이나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네요..! 

그냥... 이런 분위기다... 라는 것 정도만 알아주세요...! 

이야기 특성 상 불마크.. 관련 된 게 굉장히 자주 나올 거 같아서 메일링을 자주 할 거 같아요.....

하하... 그냥.. 그렇습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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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내용완전 취저에요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이렇게 밖에 표현못하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보통]으로 암호닉신청해도되는건가요??!!!!ㅠㅠㅠㅠㅠ
7년 전
채성아2
[보통]
네네!!!!!! 암호닉 신청 환영합니당..(코피 쥬륵) 암호닉이라니 너무너무 감사해요ㅠㅠㅠ (ू˃̣̣̣̣̣̣︿˂̣̣̣̣̣̣ ू) ㅠㅠㅠ 큰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7년 전
독자2
와 ㅠㅠㅠㅠ[베스트셀러]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ㅠㅠ 정말 석진이가 윤기에게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잘해주는게 격하게 제 스타일입니다 엉엉 남준이는 또 어떤스타일일지 궁금하네요 ㅠㅠㅠ 저는 또 이렇게 행복해집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7년 전
채성아2
[베스트셀러]
저도 저렇게 조곤 조곤 할 말 하는 게 너무나 제 취향이라서 석진이로 써버린 것 ㅠㅠㅠㅠ (ू˃̣̣̣̣̣̣︿˂̣̣̣̣̣̣ ू)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여 암호닉 신청도 감사합니다 ㅠㅠㅠ ❤️

7년 전
독자3
헐 허얼 허어얼 이런 걸 이제 발견하다니
7년 전
독자4
아니 일단 암호닉을 먼저 신청을
7년 전
독자5
[우산과 비] 로 일단 신청하겠습니다
7년 전
독자6
얼른 정주행 하겠습니다 흐어ㅓ어ㅜ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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