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어둠을 가르며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10월 한밤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원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데, 유난히 그날따라 더 받고 싶었다.
내가 전화를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그냥 폰을 들고 있는건가 헷갈릴만큼 정적이 우리 둘을 휘감았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한밤중에 이런 장난질을- 라고 생각 하고 전화를 끊을 무렵, 수화기 반대편에서 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나야.”
‘나야’ 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것이 설명되었다.
너는 나를 언제 떠난 누구이며, 지금 어디고, 나에게 왜 전화를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우리 지금 만나.”
단도직입적인 성격. 태형아, 넌 정말 변함없구나. 난 너 없는 사이에 이렇게도 많이 변했는데.
너도 내가 보고싶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 만나자는 너의 말에 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1년하고 360일하고도 몇일.
너가 사라지고 총 8번의 가을이 왔었다.
쓸쓸함, 고독. 그 자체였다.
그때 내가 했던 '네가 사라지면 어쩌지' 하는 말도 안되는 고민.
그리고 내가 했던 '네가 사라졌는데 어쩌지' 라는 말도 안되는 고민.
그렇게 8번째 가을이 지나고 드디어 첫번째 봄이 왔다.
그때 너랑 같이 마셨던 따뜻한 봄의 냄새를 맡으며, 나랑 같은 봄 아래 걷고 있을 너를 생각했다.
너 대신 날 살포시 안아주는 햇살. 너도 어딘가에서 이 햇살을 느끼고 있겠지 아마- 이렇게 애써 위로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이렇게 첫번째 봄을 보내고, 첫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9번째 가을이 돌아왔다.
그리고 태형이 너도 돌아왔다.
너가 돌아온 기쁨도 잠시, 혼자서 다시 맞을 10번째 가을이 무서웠다.
"마음만 받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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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태형이랑 헤어진지 2년동안 여주 혼자서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2년동안 온 8번의 계절을 전부 쌀쌀한 가을에 비유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지 3년째 되는 해, 드디어 태형이를 잊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그 해 여름과 봄을 첫번째 여름, 첫번째 봄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가을(9번째 가을)에, 다시 태형이한테 당장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태형이가 금방 다시 사라질걸 알기에, 혼자서 맞을 다음 계절, 10번째 가을을 버틸 자신이 없어 마음만 받는다고 한겁니다.
그리고
그때 내가 했던 '네가 사라지면 어쩌지' 하는 말도 안되는 고민.
-> 태형이랑 사귀다가 너무 좋아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여주.
그리고 내가 했던 '네가 사라졌는데 어쩌지' 라는 말도 안되는 고민.
-> 태형이가 사라졌는데 말도 안된다며 현실을 부정하는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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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너무 좀 추상적이였는가요 ㅠ_ㅠ
이해하기 힘드셨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