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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나가십니까? "

" 응. "

" 아무래도 오늘은 불안한데.. "

" 어머니께서 나를 찾으시거든 뒷간에 갔다 그리 말씀드려. 알겠지? "

" 아가씨! "

" 가자, 초화야. "

 

 

 

 

 

아무래도 오늘은 불안하다면서 대문을 나서는 우리를 막는 행랑아범을 가볍게 무시하고 길을 나섰다. 이곳에서 눈을 뜬지 정확히 이 주일. 처음 상황 파악을 마친 후 내린 결론은 내가 조선시대로 왔다는 것이었다. 어느 왕의 제위 기간인지만 알아낸다면 앞으로 어찌 처신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나마 안심하던 중 왜 내가 세자빈이 아닌 태자비라고 불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잃은 것을 핑계로 초화를 살짝 떠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이 나라의 정식 명칭은 대익(大翼). 그러니까 큰 날개였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다. 여느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그냥 과거로만 왔다 생각해 나는 당연히 지금이 조선시대일 것이라 생각했다. 가옥이나 의복이 생긴 모양만 보아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꿈이라 그런가, 조선이 아닌 대익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기억을 전부 잃었다는 소식에 발칵 뒤집혔던 집안의 분위기가 겨우 원래대로 돌아온 지도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 아버지께서는 말없이 수염만 가다듬으셨고 어머니께서는 나를 끌어안고 밤낮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의 아버지는 무려 한 나라의 승상(丞相)이었으며, 어머니는 공신 집안 출신이었다. 그러니 이들의 여식이 황가의 일원이 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미 승상 댁의 여식이 태손비로 내정되어 있는 허울뿐인 간택에서 이변 없이 내가 간택된 것이 2년 전. 물론 이 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공격이 꽤 있었다 하나, 아버지의 힘이 워낙 막강하여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갔다고 한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급작스럽게 황제가 승하하여 그 때문에 국혼이 미루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태자였던 나의 시아버지 될 사람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태손이었던 그의 아들이 태자로 책봉되었다. 지아비가 될 사람이 태자로 책봉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사람들에게는 예비 태자비 정도로 불린다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당장 여기저기서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 분명하니 온전히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초화에게 대충 전해 들은 지금까지의 일들이다.

 

 

 

 

 

 

나야 태자비 자리에는 관심도 없고 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어서 책의 비밀을 찾아 현실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되면 본디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도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내가 하루빨리 책의 비밀을 찾는 것. 그래서 초화와 함께 일주일 전부터 어머니 몰래 잠깐잠깐 집을 빠져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변 지리를 익히며 이틀 정도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이 내가 원래 살던 곳과 지리적으로 똑같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모습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만약 책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귀신의 말이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는 뜻이라면 어서 그 자리에 책을 가져다 놓으면 된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집을 나서기 전 쓰개치마 속에 책을 숨겨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편의점이 있던 자리를 찾았을까, 초화를 잠시 따돌리고 책을 그 자리에 올려다 놓았다. 역시나 아무 일도 없었지. 결국 귀신의 뜻은 찢어진 책을 원상복구 해놓으라는 것인데,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내가 찢은 것도 아닌데 이걸 어찌 복구하라는 거야.

 

 

 

 

 

꿈을 꾸기 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 와 이곳 사람이 되어 그런지 책의 글자가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일기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꽤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귀신이 이 책의 주인공인듯한데, 정체를 밝혀내는데 도움이 될 만한 곳은 전부 찢어진 상태라 함부로 추측하기도 어려울 듯하다. 일기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전까지 강제적으로 대익(大翼)에 남아있게 된 이상, 무조건 살아남아야 했다. 결국 책의 비밀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이 일탈 행위는 조금 방향을 틀어야 했다. 지금은 그냥 이 나라 사람들의 분위기를 파악해보자는 마음이다. 그래야 황궁에 들어가서도 잘할 테니.

 

 

 

 

 

 

과일꼬치를 파는 여인네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초화를 불러다 동전 한 닢을 내어주었다. 좋다고 달려가더니 금방 입에 무언가를 넣고 오물거리며 돌아왔다. 기분이 좋은지 기억을 잃으셔도 아가씨는 변함없으시다며 조잘조잘 거리는 초화에게서 또 다른 정보를 알아낸 것은 덤이었다. 원래 이 자리의 주인도 고귀한 신분에 맞지 않게 자주 일탈 행위를 일삼았으며, 덤벙거리지만 아랫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성격이었다고. 다행히도 나와 비슷한 성격이었던 듯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그런데 아가씨. 늘 이렇게 밖에 나오시는 이유가 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 그냥, 답답하잖아. "

" 에이, 승상 댁이 얼마나 넓은데 그걸 못 견뎌하세요? "

" 넓으면 뭘 해. 늘 감시받는 기분이고, 갇혀있는 것 같은걸. "

" 이러다 황궁에 들어가시면 어찌 견디시려구.. "

" 그러게 말이다. "

 

 

 

 

 

 

더 늦으면 어머니께 들킬 것이 분명했다. 어쩌다 보니 꽤 외진 곳까지 들어오게 되었네.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할 듯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한가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 웬 무뢰배들이 나와 초화의 뒤를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까 초화에게 동전을 내어줄 때 내가 들고 있던 돈주머니를 본듯한데, 이걸 어찌하나. 보아하니 쉽게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 어린아이인 초화는 겁에 질렸는지 벌벌 떨며 아가씨 우리 어떡해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고, 나는 있는 대로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궁리 중이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나쁜 자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자가 이때쯤 꼭 등장하던데, 여기선 그럴 리가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호위라도 한 명 데리고 나오는 건데. 아니, 오늘은 불안하니 나가지 말라고 말리는 행랑아범의 말을 듣는 거였는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 악! "

 

 

 

 

 

 

어디선가 날아온 돌덩이 하나가 불한당의 우두머리격으로 보이는 사람의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졌다. 누군가 도와줬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망칠 기회가 생겼으니 도망쳐야지.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초화의 손을 잡고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무조건, 사람이 많아야 한다.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저들도 대놓고 나에게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뛰어 겨우 저자 한복판까지 나왔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옆에서 초화가 그분은 어떡하냐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맞아, 우리를 도와준 사람. 그 자는 누구일까? 급한 마음에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누군가를 도와줄 힘이 우리에겐 없기에 정체도 모르는 이에게 속으로나마 고마움의 마음과 무사 기원을 바라는 마음을 전할 뿐이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김석진] 꿈이어라, 二 | 인스티즈

 

" 낭자, 괜찮으십니까? "

" 누구십니까? "

" 은인을 몰라보다니 좀 섭섭해지려 하는데…. "

 

 

 

 

 

 

이 근방에서 유명한 놈들입니다. 아주 악질이지요. 아, 이분이로구나. 이제야 알아봐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자 됐다며 웃고 마는 사내의 얼굴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빤히 쳐다보자 민망한지 그 자식들은 피가 철철 흘렀다며 이깟 생채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허세가 분명했다. 어찌 되었든 은인이니 고마운 사람이지. 자세히 보니 얼굴도 꽤나 잘생겼다. 현실에서 만났더라면 바로 번호를 달라고 할 정도로. 쌍꺼풀이 없는 큰 눈은 매우 맑았으며, 매끈한 코와 도톰한 입술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아쉽네. 어차피 태자비가 될 운명, 이 사람이 태자라면 참 좋을 텐데.

 

 

 

 

 

" 보아하니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인듯한데, 조심하시지요. "

" 예? "

" 그리 빈틈을 보였다간 언제 납치되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이 말입니다. "

" 그렇군요.. "

" 오늘은 운이 좋아 지나가던 내가 보고 구했으나 다음은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대충 손을 봐주긴 하였으나 또 언제 들러붙을지 모르니 오늘은 내가 댁까지 뫼시겠습니다. 댁이 어디입니까? "

 

 

 

 

 

 

내 정체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초화가 이 근처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나섰다. 그렇다면 안심이라며 앞으로는 조심하라던 사내가 뒤돌아섰다. 무언가 이대로 놓치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에 사내의 손을 잡아버렸다. 에구머니나, 아가씨!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동동거리는 초화에게 괜찮다 눈짓을 보내고 입을 뗐다. 사내는 좀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알고 있습니다. "

"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

" 되었습니다. "

" 내일! 내일.. 이곳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

" 무슨 뜻입니까? "

" 간단하게라도 사례를 하고 싶은데, 안되겠습니까? "

" ..그럼 유시(由時,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이곳에서 뵙도록 하지요. "

 

 

 

 

 

 

모르겠다. 사고를 친 것 같기는 한데, 기분은 왠지 모르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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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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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단미예요 선댓 선댓
7년 전
독자2
끄앙 이번 편도 대박적... 드디어 석진이가 등장했네요 아 근데 저 암호닉 신청한지 몇 분 안 된 것 같은데 뭔가 신기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좋다고요! 여주가 사례를 어떻게 할까요 다음 편도 너무 궁금해요 석진이도 너무 멋있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석진아... 예쁜 글 잘 읽고 가요!
7년 전
비회원196.9
땅위입니다!! 설마 석진이가...?태자?그럴리가... 여자귀신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하군요... 어서 귀신의 정체가 밝혀졌으면 좋겠네요!석진이의 정체도 궁금하고 다음 편 기다리겠습니다!!
7년 전
나기
앗 귀신의 정체를 궁금해하시다니..... 예리하신걸요?(^▽^)
7년 전
독자3
꾸꾸뀨)와....석진이등장에 제심장은선덕선덕 ㅠㅠㅠ싸우는모습까지있었으면 아주큰일날뻔했네여ㅠ다음날 사례를하다가 들켜서 오해를생기게되면우쩌죠ㅠㅠㅠ하 다음편이궁금해지네욤 항상좋은글감사합니당❤❤
7년 전
독자4
[대유잼]
석진이가 태자여서 여주가 본능적으로 붙잡은 게 아닐까싶어요 그리고 책 내용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하네요

7년 전
비회원189.13
아 대박.... 여주야 석진아 사겨라(짝) 결혼해(짝) 작가님 다음편도 기대할께여 사랑ㅎ해여ㅠ
7년 전
비회원186.199
와 진짜 재밌어요!!!!!!!!
암호닉 [청포도] 로 신청하고가겠습니다!!!! 오늘 잘읽고 가요ㅎㅎ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7년 전
독자5
토끼에요!!빠른전개근데석진이를만났는데책은이미손을떠난...?크으저는궁예를포기하고그냥보겠어여ㅋㅋㅋㅋㅋ
7년 전
독자6
석진이가 태자일까요?? 아닌가 지민이가 태자인가 잘 모르겠네요ㅠㅠㅠ 누거 태자일지 궁금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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