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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PLAYːEclipse x 00 | 인스티즈
ArtWork. 빛나리




***

Crow book info

크로우는 자신이 발견한 능력을 총 52장의 카드에 담아내었다. 하지만, 카드의 불안정한 컨트롤(특히 메인카드)과 마법사의 독주를 막기 위하여 서로를 잇고 생각할 수 있도록 통제와 의지를 가진 카드로 만들어냈다. 그 중 9개의 카드를 메인(직속)으로, 나머지 43개의 카드는 서브(부속)으로 부여하였다. 또한, 자신이 사라지게 되는 날, 이것을 악용하려드는 자들이 발생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하에 이 크로우북을 이어받을 자들에게는 그들들을 일종의 시험에 들게하여 능력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메인카드를 들고 있는 자를 소셜, 그리고 그 소셜을 관리하며 메인카드와 부속카드 및 크로우북을 관리하는 자를 마법사라 칭한다.
소셜은 컨트롤러인 마법사와 계약을 하지않은 상태에서는 굉장히 불안정한 컨트롤을 이어가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 생각 그 이상으로 반응하거나 나오지 않다거나인데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메인카드가 관리자를 집어삼켜버릴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컨트롤러(관리자)가 사라지는거기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소셜의 목숨이 위험할 경우 이때 텔레파시로 그들의 상황이 마법사에게로 전달 된다. 그들이 보고있는 광경 혹은 전체적인 상황에 대하여. 소셜이 사망으로 인해 마법사와 연결되어있던 실(생명줄)이 끊어지거나 몸에 지니고있던 카드가 파괴될 경우 마법사와 공유(직속카드의 능력)하고 있던 능력이 사라지게 되며, 마법사에게 고통도 고스란히 전달되게 된다. 당연히 크로우가 보상 조건으로 내새웠던 소원도 파기된다.

메인카드는 한장의 카드로 합쳐져있지만 일종의 테스트를 치루기 위하여 두장으로 분리하였다. 이때 카드는 마법사와 소셜에게 각각 한장씩 주어지게 되는데 몸에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근처에 있을 경우 카드 혹은 열쇠가 반응하게 된다. 마법사는 오롯히 카드의 반응과 느낌으로 그들을 찾아내야하며, 그들도 반응과 느낌으로 마법사를 찾아내야만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지는 "테스트"인셈이다.

메인카드를 하나로 합치게 되면 계약이 성사 되는데 마법사와 소셜의 관계에 대한 동의를 얻게됨으로써 열쇠가 지팡이(카드 소환용)로 변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여기서 열쇠의 힘은 첫번째 계약자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변환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며, 계약후에는 메인카드가 합쳐지면서 소셜이 지니고 있어야한다. 소셜이 모이면 모일수록 능력이 배로 증가하게 되며, 반대로 마법사가 소셜을 정해진 기간내로 모으지 못했을 경우 마법사의 존재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소셜은 단순히 크로우북과 관련된 기억들만 사라지고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

사람들은 크로우가 책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이 상황들이 본인들에게 있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것만큼은 알아둬야할듯 싶었다.

*

Prologue-1


BGM. 아이유-나의 옛날이야기



**


"할아버지, 저왔어요-!"

"아이고, 손녀왔네"

드르륵, 서점의 문을 활기차게 열며 옛되보이는 소녀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신발을 휙휙 벗어던지더니 무언가 자랑할게 있는듯 서점안쪽에 있는 자신의 방문에 걸터앉아 가방을 뒤적이고 있었다. 짠, 할아버지 이거보여요? 성적표를 하늘 높이 들어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는 소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무얼하든 예뻐보이시는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넌 뭘해도 잘될거여, 당연하지 할아버지 손녀인데! 헤헤. 방문앞에 가방을 놔둔뒤 쫑쫑쫑 할아버지 곁으로 다시 오더니 오늘부터 방학이니까 할아버지 일 도울거야! 하며 뭐든지 시켜주세요- 라며 쳐다보았다. 허허, 웃음을 지으시던 할아버지는 책한권을 쥐어주며 준면이한태 전해주고오라고 부탁하셨다. 할아버지는 맨날 준면오빠만 아끼는것같아! 붉은 뺨이 부풀어오르더니 이내 씨익씨익거리며 밖에 나갈 준비를 하였다. 신발 신기가 귀찮았던건지 꾸깃꾸깃 꾸겨신더니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다녀오겠습니다-!하며 할아버지께 꾸벅 인사를 한 후 준면이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점과 2분거리내로 있던 준면이네에 다다르자 대문을 쾅쾅 두드리며 준면을 불렀다. 누구세요-,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녀는 나야나!하며 문을 다시한번 쾅쾅 두드렸다. 아이고 문부서질라! 활짝 대문을 열어주는 준면에게 대뜸 인사가 아닌 책을 전달해주었다. 이거 할아버지가 준면오빠한태 갖다달래, 문제집이네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녀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그런 손길이 싫지만은 않았지만 발그레해진 소녀의 볼과는 다르게 행동은 팔을 툭툭 치며 치워달라고하였다. 부끄럽냐-, 아‥ 아니거든! 소녀는 그럴거면 문제집을 돌려달라며 뺏어가려고하자 준면은 대문을 닫으며 늦었으니 얼른 집이나 가라며 손짓하였다. 두고봐! 힝, 울먹이며 쾅쾅 발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를 보며 준면은 괜시리 힐끔 쳐다보고는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준면오빠가 있잖아!"

"준면이가 또 놀렸구만"

허탕하게 웃으시는 할아버지는 족집게처럼 소녀가 하고자했던 말들을 쏙쏙 뽑아 말하였다. 맞아! 오빠가 또 놀렸어! 나도 오빠보다 더 키크고싶은데, 시무룩해진 소녀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툭툭 쳐대며 책장옆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할아버지는 소녀의 모습을 보시더니 할아버지가 책한권 추천해줄까? 하며 말을 걸어오셨다. 응!, 금새 행복이 가득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 쾌쾌하지만 할아버지와 추억이 남아있는 소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이다. 어렸을적 매일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수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던 곳, 할아버지와 함께 책장 정리를 하기도 했던 곳, 그리고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곳이였다. 오늘 또 어떤 책이 발굴될까, 중얼거리며 책을 둘러보던 소녀는 할아버지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갔다. 

"할아버지, 이거 아무것도 안적혀져있는데?" 

"그래서 손녀한태 주는거여"

이유를 모르겠다는듯 할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띄우시더니 책을 소녀에게 쥐어주며 앞으로 여기에다 쓰고싶은거 일기처럼 채워넣으라고 주는거여, 하며 등을 탁탁 치셨다. 일기? 일기 귀찮은데…, 한숨을 쉬던 소녀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주신거니까 최대한 열심히 써보도록 노력할게!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보시더니 마지막 장은 할아버지가 손녀한태 쓰는 미래편지여, 요즘 이런게 유행이라고 하던디, 쑥쓰럽다는듯 머리를 긁으시며 다른곳을 쳐다보셨다. 소녀는 히히 웃더니 그럼 언제 읽으면 되는데?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10년뒤, 그렇게나 멀리?! 놀란듯 토끼눈으로 쳐다보던 소녀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신거니까 꼭 십년뒤에 읽어보도록 할게! 라며 할아버지를 쳐다보았고 할아버지도 손녀를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중한 책인것마냥 품에 꼭 안고 들어온 소녀는 일기장의 첫장을 펼치며 연필을 잡아들었다. 오늘은 방학식한거, 그리고 할아버지 심부름, 또 준면오빠…. 볼이 발그레해진 소녀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줄을 그었다. 또 할아버지한태 일기장 선물받은거! 라며 히히 웃어보였다. 소녀는 어두컴컴한 좁은방에 스탠드만 킨채 어둑어둑한 밤을 따스한 손길로 하나하나 써내려갔다. 글도 그림도 삐뚤빼뚤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했으리라. 한동안 소녀의 방에 켜져있던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않은채 밤은 깊어져갔다.

**


"…할아부지-"

방학도 끝나고 학교에 가기위하여 새벽 6시에 기상한 소녀는 일어나자마자 할아버지를 찾았다. 평소 5시에 일어나셔서 가게 열 준비와 소녀 나갈 채비를 도와주실 시간인대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고요하고 조용한게 이상할만큼 무서웠다. 할아버지 방문을 두드리던 소녀는 안계신건가 싶은 마음에 할아부지 문열고 들어갈게! 하며 방문을 열어재꼈다. 할아버지는 아직 깨지않으신건지 이불속에 누워계셨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보통 소녀의 목소리가 들리면 잠에 드시더라도 항상 깨셔서 반응해주셨는데 오늘은 대답도 미동도 없으셨다. 할아부지 일어나봐,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곁으로 다가간 소녀는 차가운 손에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됬는데…, 중얼거리던 소녀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볼에 스쳐 내려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폴더폰을 열어 자판에 119를 입력하였다. 저기요, 우리 할아버지가 숨을 안쉬는것같아요. 살려주세요.

"8월 20일 오전 9시 30분 사망하셨습니다."

믿기지가 않았다. 어제까지만해도 웃어보이시며 말을 걸어오던 할아버지는 차가운 침대위에 하얀천을 덮고 계셨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나셔서 서점으로 가자고 하실것같은데…, 목이 매인 소녀는 끝끝내 참아오던 눈물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 날의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것이다. 혼자서 이 많은 짐들을 앉고 가야하는것도 일이지만 사실상 할아버지의 부재가 소녀에게 있어 가장 힘든 일이였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도 모르던 소녀를 자신의 자식처럼 키워주신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왔기때문에 하나밖에없는 소중한 유일한 가족이였다. 항상 틱틱거리고 장난끼 많은 밝은 아이로 키워주셨던 사랑만 주려고 했던 할아버지. 벌써부터 보고싶을것같애-. 가슴이 자꾸 미어져오는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가슴을 툭툭 쳐내며 팅팅 부은 눈에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었지만 눈물은 계속해서 쏟아져나왔다.

가족도 친척들도 한번도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때 찾아오지도 연락하지도 않았다. 더더욱 소녀는 그들의 연락처도 몰랐다. 휑한 장례식장에 혼자 상복을 입고 사진 옆에 앉아있었다. 준면이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소녀는 너무 울고 힘들었던게 화근이였던건지 헬쓱해져있었다. 착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차근차근 소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초점이 없는 눈동자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득 담겨져있었다. 자신에게 의지가 되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으니까,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소녀에게 예의를 갖추어 절을 올리고 소녀를 안아주었다. 나오지않을것만같던 눈물이 또 터져나와 소녀의 눈을 따끔따끔 아프게했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준면은 아무말없이 더 꽉 안아주었다.

그 이후로 소녀를 보지 못했다. 소녀의 집으로 찾아갈까싶었지만 찾아가질 못했다. 괜시리 마음이 미여져오고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몰랐기때문이다. 시간은 지나면 지날수록 소녀를 더 애타게 찾고 생각나게 만들었다. 이미 한달이 지난 이후지만 더이상 소녀를 보지못한다면 자기 자신도 힘들어질것같아 소녀의 집앞까지 찾아갔다.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던 저녁노을에 빚춰진 허름한 서점. 안에는 불이 꺼져있었고 자물쇠가 걸려져있었다. 준면은 집뒤쪽으로 들어가 쪽문을 두드렸다. 여주야 집에 있니?, 돌아오는건 정적뿐이였다. 혹시 너무 상심이 컸던걸까 아무와도 안만나고 혼자 지내는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점점 더 커져갔다. 아이고, 이게 누구여? 준면이 아니여!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준면을 불렀다. 혹시 여주 지금 집에 있나요?, 준면은 소녀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채워져 인사보다 먼저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아, 그 학생 이제 더이상 이 집에서 안살아.

아주머니는 소녀가 어디로간것까지는 자세히 모르겠다며 미안해하셨고 준면은 고개를 휙휙 저으며 애써 괜찮은척 표정을 지어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무척이나 씁쓸하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평생 동네 가족같던 동생일줄알았는데 이제는 그런 타이틑마져도 무색해졌다. 소녀가 씩씩거리며 걸어갔던 길과 자신의 대문을 새차게 쾅쾅내리치던 모습마져도 이제는 볼 수 없을거라는 것도, 준면이 가지고 있던 어떠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까봐 무서웠다.


**


윤현상 - 언제쯤이면 (Duet. IU(아이유)


Prologue - 2


남부러울것 없이 자라왔다. 혹여나 밤새 아프면 비싼 응급실이라도 대려가야한다며 아이를 업고 뛰어가셨고, 학부모 참관 수업이나 준비물이 필요하다면 그것만큼은 잊지않고 챙겨주셨다. 아침밥을 거르지 않도록 새벽같이 일어나 거친손바닥으로 쌀을 씻어내며 먹을것을 내어주셨고, 친구들을 대리고오는 날이면 근사한 저녁을 만들어주시거나 외식을 대려가주셨다. 소녀는 부모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만큼 사랑받으며 예쁘게 자라주었다. 오히려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않았다. 알고있었다, 어렸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이란걸. 그래서 할아버지가 더 챙겨주시고 있으시단걸. 사실은 제 자식처럼 챙기시는것을 좋아하시기도하고, 워낙 소녀를 아끼며 소중하게 키워주시는 분이시라는걸 알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왜 날 이곳으로 두고 간건지에 대해 알턱이 없었다. 아니, 알고싶지않았다. 언젠간 알게 될 이야기, 인연이 있다면 다시한번 스쳐지나가리. 그리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우리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어찌됬건 할아버지는 이해심이 넓으셨고, 또한 편견없이 소녀를 대해주시려 노력했다. 소녀도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씩씩하게 자라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잘하고있다는걸 보여주고싶었다. 시험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온다던가, 할아버지를 도와 서점일을 한다던가, 도란도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소녀의 노력을 알고있으신걸까, 항상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항상 생각했다. 서로에게 있어 이별이 머지않아 닥쳐올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생각하지 않고 싶었다. 지금이 너무나도 좋고, 사실이 변하지않을것이란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한순간이였다. 사실은 좀 더 늦을거라 생각했다. 아니, 대학에 입학할때까진 함께 하리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차가운 침대에 올라가 계셨던 모습, 그리고 화장하는 그 모습까지. 감정이 복잡해져왔다. 내가 너무나도 의지했던걸까? 이런 날이 올까봐 혼자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없는 밤을 지내며 다짐하고, 스스로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이 모든게 무너져버렸다. 아주 처참히. 눈물이 또 눈치없이 뚝뚝 떨어져나왔다. 입술을 꾸욱 깨물며 나오는 눈물을 닦았다.

납골당에 안치후 집으로 돌아가던길, 늦여름밤 특유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직 재개발예정지역이라 아무것도 허물지않은 오래된 집들사이에 서있는 허름한 서점만이 나를 반겨주고있었다. 허겁지겁나오느라 서점문을 잠그지도 않은채 나왔지만 준면이 장례식장으로 오던 날, 그녀를 대신하여 문을 잠궈준뒤 열쇠를 화분밑에다 두고 갔다. 화분을 들쳐올린후 열쇠를 가져가려던 찰나 포스트잇 한장을 발견했다. [힘내]라는 말과 함께 옆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열쇠. 미묘한 감정이 드는것도 잠시, 열쇠와 포스트잇을 집어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 청소를 안해서 그런가 쾌쾌한 먼지가 조금 쌓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발걸음을 옮겨 서점쪽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래 차라리 내일, 내일 청소하고 일단 자자.

아침 6시, 주말인대도 불구하고 눈이 번쩍 떠졌다. 본능적으로 할아버지를 찾으려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들을 틀어막으려 손으로 입을 덥석 막아버렸다. 아, 이제 계시지않잖아. 공허한 눈으로 자신의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해야할것, 해야할것들. 일단 제정신이라도 차리고싶은 마음에 주방에 나가 차가운 물을 꺼내어 한모금 들이마셨다. 조용한 집안 사이 어디쯤 쌓여있을 추억과 소리들. 4일전에는 분명 맑은 소리로 울려퍼졌을텐데,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 해야할일을 적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연필을 들어 사각사각 써내려갔다. 우선 서점 청소, 그리고 항상 해왔던 책발굴.

할아버지가 깨끗하게 빨아두어 널어두셨던 걸레를 집어들며 반듯한 책장들과 사람이 드나들지않아 쌓인 먼지들을 털고 닦아내었다. 앉아계셨던 의자도, 카운터도. 동네 주민들과 함께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박힌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저때 참 재미있었는데…. 다시 돌아오지않을시간이라는걸 너무나도 잘알기에, 고개를 돌려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실은 할아버지가 아끼셨던 책들, 아니면 구하기 어려웠던, 그리고 할아버지가 공부하신다며 들여놓으신 한켠에는 책상과 그위에 올려져있던 옛날 책들이 즐비했다. 이제는 오래되어 불이 깜빡깜빡 잘들어오지않는 스탠드를 켜놓은뒤 책한권을 읽어볼까 싶어 쾌쾌하게 뒤덮힌 책장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아!, 비집고 들어가다 어깨를 책장에 부딪히면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책한권이 떨어졌다. 아이고, 어깨 나가겠네. 아픔이 밀려오는 탓인지 한쪽손으로 어깨를 감싸안으며 표정을 찡그린채 떨어진 책을 주웠다. 크로우북? 달과 태양이 그려져있는걸 보아하니 정말 옛날에 만들어진 그런 고전서같은걸까. 한순간이였다, 주변으로 원이 만들어지며 바람이 몰아쳐왔다. 그리고 감싸안으며 바닥에 그려지는 선들. 그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정체모를 무언가가 자신을 집어삼키는것같은 기분에 공포에 떨어버렸다. 그 순간, 책이 펼쳐지며 맨위에 올려져있던 9장이 어디론가 날라가버렸고, 그녀의 눈앞에는 열쇠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거 잡아야하는거 맞지?

곰곰히 생각했다. 이건 도대체 그녀에게 있어 뭘 의미하는걸까. 짧은 시간이였지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었다. 할아버지 서재에서 나왔으니까. 할아버지 손에 거쳐갔던 물건임은 틀림없으니까. 이걸 쫓아가면 흔적을 찾을 수 있지않을까. 사실 그져 아직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어색할만큼 시간이 오래 지나지않아 보고싶었을뿐이겠지만. 하고싶었던 말들도 듣고싶은 말들도 수없이 마음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끄러워 하지못했던 말들이 폭팔할것만 같았다. 헛된것일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지금같이 힘든상황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괜찮을거리라 믿었다. 열쇠를 놓치지않고 잡았다. 잡은 열쇠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머릿속에 새로운 기억이 삽입되듯 박히는 말들. 그 모든것이 흘러넘치듯 울려왔다. 

**

몇번째 여름이 찾아온걸까. 이제는 새는걸 포기한듯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하며 창문을 쳐다보았다. 잘웃지않던 그녀의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갔다. 얼씨구, 쟤 웃는거봐. 피곤한듯 축처진 눈가와 산만한 머리카락들을 정리하며 느릿느릿 걸어오던 사내는 강의실에 혼자 남아있던 그녀를 향해 중얼거렸다. 문을 벌컥 열어재껴 놀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급히 전화가 오는게 어찌 실습 준비해달라는 소리인것같기도하고. 액정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쉬더니 이내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끝까지 밀어넣었다. 뭐어때 한번 혼나면 되는거지 뭐. 흠흠, 흥얼거리며 강의실문을 열어재꼈다.

"아, 깜짝이야! 죽고싶냐 김종대"

"강의실 문 연거 가지고 죽고싶냐가 뭐냐, 죽고싶냐가!"

"넌 임마, 의대로 빠진 놈이 저승사자처럼 디자인동 배회하는데 당연히 안놀라겠냐? 아니 그리고, 사람이 조용한곳에 있다 소리들리면 집중깨진다고."

허이구, 잘나셨어요. 예상은 했지만 놀랐다는것만으로 흡족한 종대는 기분이 좋은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만지지말랬다, 새끼야. 여자가 무슨 입이 이렇게 험해?, 김종대니까. 어이가 없다는듯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차가운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그래도 너 밥사주면 다풀릴거잖아. 킥킥 웃어대며 시계를 쳐다보니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덮밥 어때? 귀가 쫑긋 새워진 그녀는 생기가 도는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니가 사주는걸로"

"너 취직하기만 해봐. 그때 가만안둬!"

*

서로가 처음만났던건 4년전 봄. 아름다운 벚꽃들이 절정에 이르던 그 날, 둘은 같은 과 같은 학번 동기로써 마주하였다. 디자인과다보니 과특성상 매년 신입생 비율은 여성으로 기울여져있었다. 그렇다고 남성 비율이 완전히 없다는건 아니였지만. 입학식날, 그녀는 자신의 과이름이 적혀져있는 펫말을 찾아 운동장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을때쯤이였다. 수많은 인파에 묻혀 제시간내로 못가 선배들이 화를 내지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하고있던 찰나 종대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펫말이 잘안보이면 대신 찾아줄까?, 얼떨결에 물어와서 그런걸까 당황한 나머지 "응"이라고 대답해버렸다. 그러자 좋아좋아! 하던 그 아이는 어디과야?라며 물어왔고, 디자인과. 라는 심플한 대답을 해주었다. 두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자신도 같은 과라며 좋아하던 그 아이. 이후 얼마 지나지않아 대면식때도 술자리를 가질때도 대신해서 흑기사를 자처하며 매번 그녀를 구해주고 또, 그녀에게 아무런 보상없이 도와주곤 했다. 솔직히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과제에 시험에 눈코뜰새없이 공부하느라 챙겨준적이 거의 없는편인데. 그런 종대는 그럼 너가 한번 밥사!라며 등을 토닥여줬었다. 그래, 언제 한번 시간 나면 이쪽으로 연락해. 포스트잇에 번호를 적어주며 그에게 건내주었다. 평소에 이런 행동도 표정도 짓지않던 사람이 아니여서 그런가. 종대는 그녀의 행동에 멍하니 서있다가 그녀가 등을 툭툭치며 나중에 봐- 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듯 강의실을 나가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실 처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느날 종대에게 날라왔던 카드가 그녀가 근처에 있을때마다 마법처럼 반응을 보였다. 반짝 빛이 날때도 있었고, 꿈틀꿈틀 몸이 간지러운듯 조금씩 진동이 오듯 미세하게 움직였다. 처음에는 핸드폰이 울렸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였다. 움직임은 핸드폰이 아니라 카드였다는 걸. 요즘은 카드때문만은 아니였다. 그녀와 함께 지내는게 싫지만은 않았다. 언뜻보면 무뚝뚝해보이지만 사실 내면적으로 무언가 꾹 눌러오고 있다는게 보였다. 그래서 더 친구처럼 잘 챙겨주었던것도 있었다. 친구로써 지내는것도 나쁘지않을지도. 그리고 그 전에-.

[여주야, 오늘 저녁 시간되?]

이 카드에 대한 것부터 정리해야하지않을까. 글자를 입력한후 전송버튼을 꾹 눌렀다. 이제 답장만 오기만 하면되!, 띠링. 오, 왠일로 빨리 답장을 해주냐. 의아한 표정으로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답장은 [응, 안되]. 야이씨 쪼잔하게 너 오늘 공강인것도 과제도 없는거 다알거든?. 종대는 조심스레 자신의 지갑을 열어보더니 그녀에게 답장하였다. [그럼, 저녁에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나와]. 띠링-, 폰이 경쾌하게 울렸다. 답은 보나마나 뻔하겠지만 그래도 예의상. [그래^^]. 그럼 그렇지! 그녀에게 카톡으로 만날 장소를 이야기해준뒤 겉옷과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근사한 레스토랑까진 아니여도 조용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한군데 있다. 디자인동 옥상. 그녀는 얻어먹는거니까 그닥 뭐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굉장히 다른것같다, 너. 관리좀 하지? 과자와 안주, 그리고 술을 바닥에 깔아놓고 돗자리를 펴놓은뒤 그곳에 주저앉아있었다. 그녀도 금새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고요했다. 정적을 깰만한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정적이 흐르는것을 막고싶었던걸까. 그녀는 폰을 들며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고있었다. 아니야 굳이 안그래도되. 종대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뭐 불러낸 이유라도 있을거 아니야. 

"너 이거 뭔지 알지"

그렇게 시작된거였다. 그의 물음에 답하지않았더라면 난 아마 이 세상에서 사라질수도 있었던 존재일것이다. 알고는 있었다. 9명의 소셜을 찾아야한다는것쯤은. 근데, 쉽게 찾아지지도 현실에 순응하기도 바빳던지라 그런 생각할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지지않기 위하여, 하늘에서 보고계실 할아버지 마음 아플까봐, 부모없다는 소리는 듣지않기위하여 제 스스로 모든 인연들을 지나치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정말로 소셜을 다 찾아낸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지도 솔직히 잘모르겠다는 생각도 겹쳐왔다.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어떠한 느낌도 오지않았으니까. 모른채하기 바빳던 그녀의 억눌렸던 마음을 종대가 끄집어내주었다. 그가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는 잘모르겠지만.

열쇠와 크로우북을 꺼냈다. 사실 종대에게 있어 반응한다는것쯤은 열쇠나 가지고다니던 카드들의 반응에 의해 조금은 감이 섰다. 근데, 잘못말했다간 어찌될지 모르잖아. 조금은 핑계아닌 핑계를 둘러대며 종대에게 말하였다. 그럼 내가 물어보길 잘했네! 히히 웃던 종대는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신과 계약해줬음 좋겠다며 그녀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만약 이것을 거절한다면 내 존재자체도 그들은 크로우북과 관련된 모든기억들이 사라진다. 하지만 반대로 계약이 성사될시 조금은 불편한 생활을 해야할수도있는것이였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할수도있고. 한참을 다른곳을 쳐다보던 여주는 그를 향해 쳐다보며 말하였다.

"정확히 소셜을 하고자하는 이유가 뭐야?"

"너가 사라지는것보다 이게 훨배 좋은것같아-. 그리고, 그 소원. 이루고싶은게 있어서."

토끼눈이 된 그녀를 보던 종대는 등을 몇번 토닥여주었다. 뭘 이런걸가지고 감동먹은건가?, 도랏네 김종대. 말은 험하게 나와도 사실 속은 달랐다. 어쩌면 종대의 그런 흔들림 없는 결심에 종대가 어떠한 길을 나아가고자하는건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확고한것만큼은 깨달은것같았다. 열쇠를 목에 걸고 카드를 품에 안은채 그를 껴안았다. 하얀 빛이 그들을 감싸들며 카드는 하나로 합쳐졌다. 열쇠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커다란 봉으로 바뀌었고, 종대의 몸한쪽엔 소셜의 증표가 새겨져있었다.

소셜과의 첫번째 계약이였다.

***

프롤로그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번편은 준멘님과 죤대파티네요'w'
다음편부터는 월급쟁이 여주와 칭구들로 진행하지 않을까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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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ㅠㅠ 잘보고갑니다:-) 아직 이해가 좀 어렵긴 하지만 저만 어려운걸로ㅎㅎ 잘 읽고 갑니다♡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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