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내가 좋아하던 댄서가 있었다.
그 댄서의 무대를 인터넷으로 처음 접한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의 춤동작 하나하나는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열아홉살의 나에게, 스무살의 그는 내가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존재였다.
항상 그의 무대를 인터넷으로 볼 때마다 졸업하면 꼭 공연을 보러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졸업한 직후 그는 갑작스럽게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활동중단한 댄서 권순영 X 신입기자 너봉
prologue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열아홉살의 나는, 스물여섯살이 되었고, 신입기자가 되었다.
그 댄서는 점점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는듯 했다.
"여주씨, 이번에 취재 한번 나가줘."
"저 혼자요?"
"응, 이거 제대로만 하면 페이 대박이거든. 근데, 웬만하면 잘 안 만나줘서 좀 힘들긴 할거야."
힘든건 꼭 나만 시키지,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취재할 사람, 혹시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권순영이라고, 그 댄서 알지? 활동중단한."
오랜만에 듣는 그의 이름이었다.
"그나저나 그 분은 왜 활동중단 했대요, 돈도 잘 벌땐데."
"여주씨 모르는구나. 하긴 기자들도 다 쉬쉬했으니까."
애써 침착한척, 팀장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죽었거든. 그 댄서 여자친구가."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의 작업실 앞에 있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잊혀졌는지 작업실 앞의 기자는 나 뿐이었다.
잠시 망설여졌지만, 곧 문을 두드렸다.
"권순영씨, 안에 계세요? 권순영씨?"
대답이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손도 시렸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비닐봉지와, 그 안에 든 초록색 병들이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검은 비닐봉지의 주인과 마주보았다.
내 기억속의 그의 모습보다 초췌해졌지만, 그는 분명히 권순영이었다.
***
"취재하러 오셨나봐요."
나를 작업실로 들여보내준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꽤 무덤덤했다.
목소리와는 달리, 초췌해진 그의 모습과 술병들이 널부러진 작업실이 눈에 띄였다.
"아직도 가끔 찾아오시는 분들 계신데, 그냥 다 돌려 보냈어요. 제 근황 궁금해 할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직 그를 보고싶어하고 응원하는 팬이 여기 있다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얼마전에, 몇년만에 제 이름 검색해보니까, 아직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
"그냥, 잘 지낸다고, 춤은 아직 출 생각 없다고 써주세요."
"......"
"미안합니다."
작가의 말 |
잘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