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1323 전체글 (정상)ll조회 1618l 6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네 발음 귀여운 거 알지.
모르면 더 귀엽고.















수능을 끝냈다. 무려 12년간 인생을 괴롭히던 괴물을 물리친 것이다. 어쨌거나 목표를 이뤄냈으니 지구멸망이나 오라 기도했건만, 담임은 적어도 점심시간까지 학교에 붙어있어야 한다며 엄포를 놨다. 수능 끝난 고3 담임들은 좋겠다. 월급 루팡도 하고. 담요 밖으로 얼굴만 내민 짝지는 휴게실로 사라지는 담임의 뒷모습을 후린다. 시선이 따가운지 등을 벅벅 긁는 담임이 슬쩍 뒤를 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흩어졌다.




— 너의 결혼식 봄?

— 아직.

— 같이 보자.




이어폰을 나눠 끼고 오늘까지 몇 번째인지 모르는 영화를 본다. 지겹다. 그만 보고 싶다. 근데 박보영 인간적으로 너무 예쁜 거 아닐까? 키스신에 입맛을 다시며 잠시 까맣게 변하는 화면을 바라보자, 나와 짝지 뒤통수 위로 익숙한 얼굴이 방긋거린다. 아침부터 키스를 하다니. 건전하군. 짝지는 순간 개복치가 되어 악을 질렀다. 덕분에 모든 시선은 우리들 차지. 아주 고-호맙다 부승관.




— 메롱 우유 먹을 사람?

— 메롱이 아니라 메론이거든.

— 뜽가니 메롱 우유 머꼬띠포요.

— 시비 터냐?




짝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애교 시전 중인 부승관을 앉혔다. 너는 우리 반이지? 반 배정을 잘못 받았지? 일 년 내내 타 반은 제 반처럼 들락날락한 녀석을 향한 팩폭이었다. 짝지 대신 궁둥이를 붙이고 지폐를 살랑거리던 녀석은 때마침 울리는 종을 가리켰다. 오직 쉬는 시간에만 매점 출입이 가능한 터라 굶주린 영혼들은 뛰쳐나갔고, 그보다 먼저 빠져나온 나는 매점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올랐다. 흐릿한 하늘 아래, 언덕배기 매점이 보인다. 아싸, 내가 첫빠…….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어디 가니?

— 미친, 언제 옴?




매점 뒤에 숨어있던 녀석이 긴 다리로 떡 하니 입구를 막는다. 너는 잠깐만 기다리세요. 미친놈아, 다리 안 내려? 기어가면 반칙. 좋게 말할 때 나와라. 대놓고 싸움 거는 부승관은 날 비웃기라도 하듯, 이내 양팔로 덥석 끌어안았다. 매점 입구로 돌진하는 학우들에게 다정히 인사까지 건넨다. 몇 아이들은 녀석을 향해 얼굴을 붉혔다. 추위에 이기지 못했거나 부승관을 좋아한다 거나. 전자가 조금 더 신비성이 있지만.




— 얘들아, 어서 와.

— 몽쉘 다 팔린다고!

— 안타깝게도 여주가 많이 아파. 딱 봐도 그래 보이지?




하늘에 낀 미세먼지만도 못한 녀석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물고기 방생하듯 매점 안으로 등을 밀었다. 부승관이 꼭 마스크로 백만 원 탕진하길 기도하며 한 바탕 전쟁을 치른 카운터로 발을 옮겼다. 돈을 세던 주인은 마지막 용사인 내게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몽쉘 남았죠? 냉동실에 얼려 두셨죠?




— 아까 다 팔렸지. 재고도 없으이.

— 거짓말이죠? 제 눈을 봐 주세요.

— 빨리 오지 그렸어.

— 쟤 때문에……!




교복 바지에 손을 꽂고 느릿하게 걸어오는 부승관, 넌 오늘 뒤졌어. 어깨엔 주먹 빵과 정강이엔 신발 빵을 먹여 분노를 표현한다.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낄낄대는 건 분명 머리에 이상이 생겼음이라. 수능 볼 때 답안지에 정신까지 마크하고 온 거 아니야? 너라면 하고도 남잖아?




— 그러니까 누가 시험 끝나고 토끼래? 메롱 우유 사준다며? 교문 앞에서 달이랑 같이 승천하는 줄 알았다?

— 참나, 누가 토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 거거든?

— 수능 망하고 집에서 불닭 볶음면 두 개 끓여 먹은 게 중요한 일이세요?

— ……어떻게 알았으세요?"

— 말이나 똑바로 하세요.




‘#불닭_2개 #행복 #수능_꺼져 #데일리 #학교_가기_싫어’. 부승관은 핸드폰을 들이밀어 증거를 제시했다. 요새는 인스타가 숨긴 부계정도 막 알려줘. 역시 함께하는 소셜 네트워크. 탈탈 털린 인스타에 좋아요 폭탄을 던지는 녀석은 피드가 인상적이라는 댓글과 함께 팔로우까지 걸었다. 한 마디로 망했다. 비빔면 세 개씩 끓여 먹은 거 존나게 올렸는데. 젠장.




— 아저씨, 어제 부탁한 거 주세요.

— 두 박스 맞지?

— 네, 얼린 거요.




주인이 두툼한 종이백을 카운터에 올렸다. 학생이 자주 오니까 큰맘 먹고 숨겼지. 알 수 없는 물품과 지폐를 교환하는 것이 딱 비밀 거래다. 잔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녀석은 대뜸 내게 그 종이 백을 건넸다.




— 맘껏 먹어라.

— 이게 뭔데?

— 몽몽이.




멍청한 표정으로 종이 백을 살핀다. 꽝꽝 언 몽쉘 두 박스다. 죽도록 때릴 데는 언제고 인제 와서 치대는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누가 보면 떼인 돈 받은 줄. 말은 저렇게 해도 뿌듯한 표정은 숨기지 못하는 승관아,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지금 내가 제일 행복해.




— 맛있냐? 대답은 끄덕이지 말고 말로 해.

— 존맛탱.

— 하나 더 사주면 오늘 같이 토낄거고?

— 도랏멘.




가운뎃손가락을 살포시 올린다. 부승관은 역시나 쌍으로 화답했다. 오해하지 말자. 수화로 산을 의미하는 거다. 이것이 산입니다요, 산. 그러더니 슬슬 뒷걸음질 치며 눈치를 본다. 외투는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교복 셔츠만이 겨울바람에 치댔다.




— 메론 우유 먹을래? 나만 받기 좀 그래서.

— 메롱 이제 매점에 안 들어옴.

— 진짜? 근데 메롱이 아니라 멜론이거든.

— 두음 법칙 모르심?

— 미친아, 국어 쌤한테 죄송하다고 백 번 해라.




손목시계를 확인한 녀석은 서둘러 돌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은 왜 이렇게 높아서, 넘어지면 최소 기절 각, 일부러 넘어지면 학교 안 나와도 되는데 따위의 헛소리를 해댄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계속 앞만 보고 내려가던 녀석은 휙 뒤를 돌아 내 팔목을 잡았다.




— 서로 넘어지려고 하면 도와주자.

— 잡고 있으면 한 명 넘어질 때 같이 넘어지지 않아?

— 그럼 팔짱 낄래?

— 그게 그거 아니야?




삐낀 얼굴로 남은 계단을 먼저 내려가는 녀석의 팔을 잡는다. 팔짱 말고 팔을 잡을게. 그게 그거 아니냐는 반박을 가뿐히 무시하고 발을 맞춘다. 부승관은 어깨를 치대며 장난을 걸었다. 직각 어깨 김여주 씨는 어릴 때 수영을 배웠나? 이런 헛소리만 빼 주면 완벽할 텐데.




— 야 씨, 학주 떴다.

— 어디?

— 눈 마주침.




녀석의 똔똔한 광대가 볼록거린다. 굵은 막대기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학주를 피해 학교 정원을 가로지르는 순간, 팔이 아닌 손을 잡고 함께 달리는 이 순간, 어떠한 것이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사실, 이 증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확한 병명은 ‘짝사랑’.
















OFF ON OFF
; 빙그레,당신의 메롱 우유
















우리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새 학기 기념 큰맘 먹고 산 지갑을 단 세 시간 만에 잃어버려 시내 일대를 뒤지는 나로부터 시작됐다. ‘지갑 다리 존재설’을 믿는 것도 그때부터였다. 엄카 찬스로 3개월 할부로 주고 산 고가가 이렇게 막을 내리다니. 믿을 수 없다. 이건 트루먼 쇼다. 누군가 날 농락하는 거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근처 경찰서에 들어가 분실 신고를 마쳤다. 내 눈물은 퐁퐁 거품인가? 좀처럼 끝나질 않아 늦은 밤, 길거리에 주저 앉아 눈물을 빼고 있을 때였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 어흐유으느에…….

— 시간이 지나야 돼요. 그래야 잊혀져요.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빨리 잊어버려요. 그래야 돼요. 교복 무리 중 한 명이 쪼그려 앉아 눈을 맞췄다. 그게 부승관이었다. 당사자보다 더 심각한 얼굴로 안색을 살폈다. 그때부터 오지랖이 심했던 거다. 주머니에서 다 뭉개진 초콜릿을 쥐여주고 등을 토닥였으니까.




— 이거 힘 나는 초콜릿이에요. 내가 정했어요. 근데 효과는 좋아요.

— 감사합니다아…….

— 괜찮아요. 다 괜찮을 거예요.




힘 내요! 힘! 졸지에 이별한 사람으로 만든 녀석은 남색 떡볶이 코트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채 함박눈이 내리는 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언 빙판길에 미끄러져 주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지금과 똑같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굶주린 배를 달래려 급식실에서 제육을 왕창 퍼먹고 있을 때였다. 맞은 테이블에 앉아 넋 놓고 나를 바라보는 부승관이 있었다. 턱으로 흘러내리는 제육과,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피하고 싶은 욕구가 한데 엉켜 시간을 정지했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헐. 이별, 맞지?

— …….

— 대박. 미친. 안녕하세요?




친구들을 버리고 내 앞으로 다가와 통성명을 하던 녀석과 나는 지금까지 친구로…….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야, 뭐하냐.

— 라디오.

— 같이 듣자.

— 꺼져.

— 아 왜에, 좋으면서.




……친구는 무슨. 위로받던 그때처럼 마음이 울렁거렸다. 담임의 신경이 느슨해질 때마다 옆자리에 앉아 방해하는 녀석은 늘 내 옆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 꼈다. 가지고 온 노트와 필기구 쓰임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때, 녀석은 핸드폰 음량을 높여 청각을 차단했다.

소리 너무 커. 라디오는 이런 맛으로 듣는 거지. 너 때문에 힐링을 못 하잖아. 언제는 했냐? 속을 박박 긁는 녀석은 이어폰 줄이 짧다는 이유로 껌딱지처럼 붙어 앉았다. 라디오에서 웃긴 사연이 나오면 내 손등을 두드리며 웃는 얼굴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도대체 입술은 몇 번을 보는 거야. 김여주, 도대체 너 뭐 하는 거냐고. 자아와 분열, 그 한 가운데서 갈등하다 노트에 글을 끄적거리는 녀석의 손을 주시한다.




[가을방학 앨범 빌려도 됨? YES/NO]




망설임 없이 부정에 무한대를 그리는 펜. 부승관은 펜을 뺏어 ‘YES’에 반듯한 동그라미를 쳤다.




— 넌 발언권이 없어. 수능 날 나 버리고 도망갔잖아.

— 뒤끝 봐.

— 메롱도 안 사주고.




이로써 열 두 번째 딜이 성사됐다. 부승관은 항상 앨범을 빌렸다. 한정판도 아니고 시중에 팔고 있는 앨범을 왜 그리 빌리느냐 물으면, 녀석은 귀찮아서, 또는 현질하느라 돈이 없다는 둥 자신의 불행을 논했다. 내일 아침 정문 앞에서 보자는 말과 함께 점심시간이 울리는 종이 치자마자 교실을 빠져나갔다. 즐거워 보이는 뒷모습이 어째 불안하다. 얼굴이 좀 붉은 것 같기도 하고.















*

















12월의 한파였다. 녀석이 부탁한 앨범을 가방에 넣고 앞주머니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앨범인 척 꺼내려는 멜론……, 아니 메롱 우유도 확인한다. 자나 깨나 메롱 타령하는 거 듣기 싫어서 주는 거야. 그래, 이렇게 말하면 아직은 친구인 척하기 좋겠지.

학교까지 총 세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니 이번만 건너면 도착이다. 패딩을 껴입어도 얼어 죽을 날씨다. 건너편에서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는 익숙한 뒷태가 보인다. 볼이 볼록한 걸 보아 아마도 추위에 미쳐 웃고 있을 듯했다.

손에 들린 무언가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며 걷는 녀석이다. 건너편에 서 있는 날 보지 못하고 정문 앞에 서 있다. 약속 시각은 여덟 시. 지금은 삼십 분 전. 집이 코앞인 애가 벌써 나와 있다. 횡단 보도를 건너 교문 옆 벽에 붙었다. 오직 손에 들린 물건에만 시선을 둔 녀석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혼잣말을 지껄이며 역할극도 한다. 무려 1인 2역을 시작하는데, 대화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 김여주, 저번에 네가 빌려준 앨범.

— 돌려줘서 고마워.

— 정말 좋더라. 너도 오랜만에 한 번 들어 봐.

— 같이 들을까?




……쟤 뭐하냐? 드디어 미친 걸까? 발 연기로 연극 동아리에 들지 못한 서러움을 보여주는 거니? 얼굴을 붉히는 녀석을 지켜보다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자, 내 쪽으로 몸을 돌려 급히 입을 막는다. 너, 딱 걸렸어.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아유, 야 잠깐만. 언제……, 언제 왔어?

— 방금.

— …….

— 그거 뭐야?




순간 뒤로 앨범을 숨기다 한 걸음 다가와 그것을 내민다. 저번에 빌린 거. 어울리지 않는 개미 목소리다. 뻘쭘히 앨범을 받아 들고 가방 안에서 녀석에게 전해줄 다른 앨범을 생각하다, 앞주머니를 열어 메론 우유를 꺼냈다. 꺼냈다기보다 밖으로 쳐올린 것이 맞다. 순발력 빠른 녀석이 잡아챈다. 당황함이 서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주고 싶었던 거니까.




— 배구 하냐?

— 어? 그게 왜 여기 있지?

— 뭐 하는데?

— 실수다 실수. 정말 실수야.

— 로봇임?

— 내 껀데 네가 받았으니 안타깝지만 너를 줘야겠네.




정 가운데 빨대를 꽂는 철두철미함을 녀석의 반달 눈으로 덮는다. 그래, 맞네. 실수다 실수. 우유와 깔맞춤한 연두색 빨대가 입술에 닿는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린 앨범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내가 돌려주면 들어 보긴 하냐? 아니, 열어는 봐?

— 시간 없어.

— 들어 봐. 시대를 초월한 명곡인데.

— 나중에.

— 오늘.

— 집착하지 마.




저 말에 녀석의 뿔이 솟았다. 오늘 좀 들어보라니까? 설마 내가 여태 빌렸던 앨범 집에 가서 안 들어 봤어? 야, 완전 좋은데? 삼시 세끼 들어도 모자라. 진짜 내 말 믿고 한 번만 들어봐, 어? 너 후회한다? 사이비 냄새가 나는 긴 대화를 대충 정리하면 이 정도 되시겠다.




— 아아, 알겠어.

— 교실에서 들을래?

— CD를 어떻게 들어?

— 컴퓨터 실?

— 수업도 없는데 어떻게 가.

— 열쇠 쌔벼 줌.




집착증이 도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다. 등교를 시작한 아이들의 틈 속으로 몸을 숨기자, 녀석은 뒤를 쫓아 가방끈을 잡는다. 만화책이 한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쑥 올렸다가 자비 없이 놓아버린다. 딱콩 한 대를 맞고 나서야 순순히 짐을 덜어주는 녀석이다.




— 가방이 너 같이 생겼네.

— 그냥 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해.

— 메롱 우유 값 하는 거임.

— 메롱 말고 멜론.

— 메에-롱-.















*















여주야, 진동 좀 어떻게 해 봐. 담요를 뒤집어쓴 짝지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짜증을 부렸다. 코난이 알아챈 범인이 보석 가게 주인인지 알아보려던 것은 난리 부르스를 추는 핸드폰 덕분에 다음 장을 넘기지 못했다. 엎어 놓은 핸드폰으로 문자를 확인하니 더욱 짜증이 치민다.




— [뭐해]

— [몽쉘 다 먹음? 또 사줄까?]

— [대답 좀]

— [바쁜 척하지 마]

— [김여주, 신성한 학교에 코난 사이 19금 들고 옴 졸라 야함 -NASA 인증-]




NASA 인증은 개뿔, 네 머리에 나사가 빠졌겠지.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더니 여기서 티가 난다. 혼잣말 파티인 카톡 방에 다정한 욕을 뿌린다. 바로 역습하는 녀석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참았던 웃음을 흘린다. 입꼬리가 당겨 아파오는 것도 모르고 녀석이 무슨 말만 하면 두근대는 내가.




—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 올 때 메로나.

— 콜.




학주의 눈을 피해 도서관으로 발을 들인다. 녀석이 돌려준 앨범과 함께.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구석에 자리한 랩탑을 켜 부팅을 기다린다. 케이스를 열어 CD를 꺼낼 찰나, CD 앞에 붙은 작은 포스트잇이 시선을 끌었다. 노란 포스트잇, 익숙한 글씨체, 반듯한 자음과 모음, 그리고 녀석의 문장.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열한 번 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마지막 곡이 너랑 참 닮았어
잊지 못한 그 겨울 바다, 우리들의 여행

가사 예쁘지
나도 너랑 같이 여행 가고 싶다

언제쯤 이 편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음, 그다음에도 또 보낼래













오늘도 좋아해














열한 번 째 편지……. 오늘도…….

급히 CD를 챙겨 들었다. 학교를 뒤로하고 집으로 달리기 위해. 열 번째, 아홉 번째……. 너는 언제부터……. 여태 녀석에게 빌려준 앨범들을, 책장 구석에 대충 끼워 넣은 그것들을 되새기며 가빠오는 숨을 참았다. 문고리를 돌려 거실 책장 앞으로 다가가 모두 쏟아냈다. 끝 문장은 항상 같았다.










네 번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9와 숫자들 너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되게 신기해
같이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오늘 다운 받아서 내일 너랑 같이 들어야지
그럼 너는 중독됐냐고 하면서 또 웃겠지

나는 그런 너를 보고 있고

오늘도 좋아한다













아홉 번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새벽에 잠 안 올 때 옥상에 노트북 가져가서 네가 좋아하는 곡 들으면 진짜 좋다
달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너도 생각하고

수능 잘 봐
아니야 잘 못 봐도 돼
괜찮아
그래도 넌 최선을 다하겠지만

보고 싶다
좋아해 정말













여섯 번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추운 날씨가 좋아
메론 우유를 메롱 우유라고 하는 널 볼 수 있잖아

네 발음 귀여운 거 알지
모르면 더 귀엽고













첫 번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이 앨범 빌린 거
가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네가 좋아서

어떤 노래를 듣는지 궁금해서
그냥 다 궁금해

너도…… 날 궁금해했으면 좋겠어
그건 너무 욕심인가?

아침부터 잠들고 나서 꿈속까지 계속 네가 나와
생각하지 않아도 네가 보여

조용한 밤이다
네가 불어오는 밤이야




















— 내가 돌려주면 들어 보긴 하냐? 아니, 열어는 봐?

— 시간 없어.

— 들어 봐. 시대를 초월한 명곡인데.

— 나중에.

















*


















지금? 기다려. 빨리 갈게. 앞뒤 없이 정문으로 나오라는 전화에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온다. 달려오지 말고 천천히 걸어오라는 문자도 무시하고. 방긋 웃는 얼굴이 아른댔다. 너는 앨범을 돌려줄 때마다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기대를 했고, 또 얼마나 실망했을까. 지금도 내가 아침에 건네준 앨범을 들고 숨을 헐떡거리는 네가…….




— 어디 갔다 왔어?

— …….

— 아, 이거 같이 들으러 갈래? 도서관에 컴퓨터.




처음 앨범을 빌렸을 때, 그리고 오늘 열 두번째 앨범을 가리키며 웃는 녀석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인제서야 비밀 같은 고백을 알아버린 나는 케이스를 열어 포스트잇을 살폈다.













열두 번 째 보내는 편지

오늘 고백할래
널 좋아한다고

그래도 넌 나를…… 봐줄까.















— 야…… 잠깐만…….

— 안 어울리게 이런 거나 하고.

— …….

— 어디에 답하면 되는데?

— ……지금?




뒤꿈치를 들어 볼에 입을 맞춘다. 입술로 차가운 볼을 녹인다. 바짝 언 녀석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앞만 바라봤다. 하나 둘 셋 하면 땡 하는 거야. 어색함을 이기려 농담을 던지면, 내 팔을 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 네 심장 너무 빨리 뛰어.

— 뽀뽀했잖아.

— 애야?

— 입술에다 하면 때릴 거지?

— 응.

— 이마는?

— 날 존경해?

— 백 년 전부터.




누가 볼세라 재빨리 이마에 입을 맞추고 멀찍이 도망간다. 아아악! 김여주 날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해! 미끄러운 빙판길을 달리며 운동장으로 달려가던 녀석이 다시 돌아와 내 앞에 선다. 반짝이는 눈동자, 새파란 하늘, 서로의 온기로 녹이는 이 겨울.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좋아한다고.
— 죽을 만큼.















+

— 날 언제부터 좋아했어?

— 급식실에서 제육 먹을 때.

— 학교에서 처음 본 날?

— 존나 예뻤지. 천사인 줄.

— 미쳤냐?

— 숟가락으로 고기 퍼먹는 거 너밖에 없었는데, 그게 또 특별하게 보인 거지.

— 취향이 독특하네.

— 너는?

— 길거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 그때 완전 짧게 봤잖아.

— 그냥, 따뜻했어.

— 내가 따수운 사람이자녀. ‘부따숩’이라 불러라.

— 지랄한다 또.

— 메롱 우유 마실래?

— 왜 자꾸 멜론을 메롱이라고 하는데?

— 예전에 나랑 통화할 때, 네가 잠결에 멜론을 메롱 우유라고 했었어. 밤새서 게임 했다고 하면서 갑자기 메롱 우유 먹고 싶다고. 솔직히 좀 귀여워서 내가 막…….

— 아, 그만.

— 하필이면 멜론을 메롱이라고 하냐? 겁나 귀엽게.

— 별걸 다 귀엽다고.

— 자기, 나랑 메롱 땡기러 갈까?

— 아니.

— 뽀뽀는?

— 됐어.

— 키스는?

— ……집에서.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빙그레, 당신의 메롱 우유 | 인스티즈

— 오, 이젠 안 빼는데.


— 나 혼자 간다?


— 오, 귀여운 척이 아니라 진짜 귀여운데.


— 야!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안니 작가님ㅠㅠㅠㅠㅠ 넘무ㅠㅠㅠㅠㅠㅠ조아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
5년 전
독자2
아악 선생님 아침부터 이리 와주시다니 제가 오늘 늦잠자느라 오시는 거 마중도 못가고 아악 앞으로 오래오래 글 써주셔야하는 거 알져
5년 전
독자3
아아악 진짜 저 작가님 글 좋아한다니까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작가님 사랑이예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제가 이 글 진짜 좋아해서 아끼고 또 아껴서 한자 한자 천천히 읽었었다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최고네요 오늘도!!!! 감사히 읽고갑니당❤❤❤❤❤
5년 전
독자4
부승관 설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백하는것도 누가봐고 부승관이야ㅜㅜㅜㅜㅜㅜ
5년 전
독자5
작가밈 다시봐도 승관이가 너무 설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진짜 너무 사랑해요 오늘도 최고애요!!!!!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5년 전
독자6
승관이 너무 설레고 귀여워요 진짜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이렇게 설렘사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7
진짜 너무 좋아서 하루에 한 번씩 보고있어요.. 진짜 글이 너무 퀄리티 좋아서 솔직히 놀랐구요 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작가님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95 넉점반 06.10 02:44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때홍클 일상> | 02 그 때 그 세봉고 시절4 넉점반 05.29 00:48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85 넉점반 05.28 21:16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때홍클 일상> | 이기적임을 미워하지 말아줘13 넉점반 04.22 15:56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어지러운 동거 078 넉점반 03.26 16:13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63 넉점반 03.11 23:37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55 넉점반 03.11 13:17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47 넉점반 03.05 01:02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310 넉점반 03.03 20:49
세븐틴 [세븐틴] 어지러운 동거 0214 넉점반 03.03 00:42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어지러운 동거 0116 넉점반 02.28 19:05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렌디웰> 10 | 익숙함은 두려움을 낳는다4 넉점반 08.13 02:00
세븐틴 [세븐틴] 사랑의 무게3 넉점반 08.09 13:52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렌디웰> | 09. 지키기 위함은 고통을 수반한다3 넉점반 07.17 00:47
세븐틴 [세븐틴/몬스타엑스] <세렌디웰> | 08 독점욕이 강한 사람들6 넉점반 07.06 02:05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렌디웰> | 07. 진심은 어렵다는 걸 알아서8 넉점반 07.04 02:17
세븐틴 [세븐틴/몬스타엑스] <세렌디웰> | 06. 가진 게 나 뿐이라, 버릴 것도 나 뿐6 넉점반 05.15 22:57
세븐틴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下)5 1323 04.05 19:05
세븐틴 [세븐틴/지훈] OFF ON OFF _ 전교 1등 이지훈 x 전교 꼴등 나 (上)3 1323 04.05 19:04
세븐틴 [세븐틴/버논] 최한솔이 나 먼저 좋아해서 이상하게 꼬셨음 좋겠다…2 chwewing 02.22 23:09
세븐틴 [세븐틴/지훈] 아악 작가님 순영이 너무 귀엽고........ 좋아 죽어요......... 그런데 희..4 1323 02.01 00:50
세븐틴 [세븐틴/순영] 친구에서 애인이요? (희망편)11 1323 01.25 23:39
세븐틴 [세븐틴/원우] OFF ON OFF _ 브이로그 합니다8 1323 01.17 17:50
세븐틴 [세븐틴/지훈] 도련님 이지훈 (하) 2 1323 01.13 18:12
세븐틴 [세븐틴/지훈] 도련님 이지훈 (중) 3 1323 01.08 14:49
세븐틴 [세븐틴/지훈] 도련님 이지훈 (상) 3 1323 01.05 18:08
세븐틴 [세븐틴/홍일점] <세렌디웰> | 05 원하지 않아도7 넉점반 12.31 05:07
급상승 게시판 🔥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