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영민-, 아직까지 자?"
"......"
어제 밤, 곡 작업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잔 영민은 오늘 새벽에서야 일을 겨우 마치고 잠에 들었음. 그런 영민이 안쓰러운 여주는 가끔 영민의 집에 놀러와 밥을 차려 주기도 함.
여주는 아침일찍 집에 와서 밥을 차린뒤, 영민을 깨우러 방에 들어감. 하지만 여주의 깨우는 손길에도 불구하고 피곤했던 영민은 미동도 없었음. 아이처럼 곤히 잠들어있는 영민의 모습에 여주는 영민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침대맡에 걸터앉았음.
"어제 진짜 많이 피곤했나보네."
"......."
"영민아, 이제 일어나봐."
여주가 살며시 영민의 어깨를 흔들자, 영민은 눈도 못뜬채 뒤척이며 잠결에 여주의 손을 잡음. 이게 웬 떡이니ㅡ 생각치못한 영민의 스킨십에 여주는 베시시 웃으며 그대로 영민의 손에 바로 깍지를 껴버림. 그리고 여주의 머릿속에는 문뜩 어제봤던 드라마가 생각이남.
아침에 자고있는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뽀뽀해줘서 깨우는 그런 장면. 여주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영민의 손을 잡은채 뽀뽀를 하려 고개를 숙임.
"......"
"…어,"
하지만 여주의 입술이 채 닿기도 전에 칼같이 눈을 뜬 영민 때문에 여주는 입술이 닿기 직전 그대로 굳어버림. 당황스런 마음에 고개를 빼지도, 뽀뽀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여주가 쩔쩔매자 그런 여주를 보던 영민은 픽하고 웃더니 여주의 뒷목을 잡고는 짧게 입을 부딪힘.
"이래 하면 되지. 뭐하러 몰래하노."
자다깨서 그런가 영민은 평소보다도 더 낮은 목소리로 여주에게 말했고, 그렇게 벙찐 여주를 밀어내고는 유유히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감. 여주는 어쩐지 자신이 영민의 손바닥 안인거 같아 분한 기분을 느낌.
"영민아, 내가 해줄까?"
양치질을 하고난 영민은 면도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을까, 여주는 화장실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채 말함. 사실 여주의 로망 중 하나가 아침에 자고 일어난 남자친구 면도 대신해주기 였음. 그런 여주를 아는지 모르는지 영민은 고개를 젓더니.
"됐다."
"아, 왜! 해주고 싶었단 말이야."
"다친다."
"내가 다칠까봐?"
"아니, 내가."
진지하게 말하니까 진심같잖아ㅡ 여주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영민이 얄미웠음. 그렇게 악을 쓰고 떼를 썼을까. 여주를 이기지 못하는 영민이 결국 허락을 하고는 마지못해 여주에게 면도크림과 면도기를 쥐어줌.
"조심해라, 진짜."
"아, 진짜. 나 믿어 봐. 잘한다니까!"
양손에 면도기와 크림을 쥔 채 굳게다짐하는 여주를 보던 영민은 헛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여주를 들어 선반장 위에 앉힘. 자신을 가볍게 들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영민의 손길에 볼이 붉어지는 여주임.
그렇게 선반장에 올라간 탓에 영민을 내려다볼 수 있게된 여주는 영민의 턱에 거품같은 면도크림을 바름. 그리곤 후ㅡ 하고 심호흡을 하고는 면도를 하기 시작함. 영민은 여주가 면도를 할동안 여주의 얼굴을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봄. 여주는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입술이 앙 다물어지는데, 사실 여주에게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영민은 그런 여주의 습관을 좋아했음.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여주의 입술을 쳐다보다 결국 짧게 입을 맞춰버림.
"아, 임영민!"
"왜. 계속해라."
영민이 여주에게 입을 맞춰버려서 여주의 볼에도 거품이 묻어버림. 그런 여주를 보던 영민은 큭큭대며 웃더니, 다시 정색하며 아무렇지않게 계속하라고 말함. 그리고 장난끼가 발동한 영민은 그 후에도 여주에게 짧은 뽀뽀를 했고, 얼굴 곳곳에 거품이 묻어버린 여주 때문에 결국 서로 마주보며 세수를 함. 그렇게 그들의 평화롭고 일상적인 아침이 시작됨.
2.
"잘 갔다와, 빨리 와야 해!"
"알았다."
영민은 어제 작업했던 곡을 전해주기 위해 잠깐 나갔다와야 했었음. 한 3-4시간 걸린다는 영민의 말에 여주는 괜찮다며 조심히 갔다오라고 배웅함. 그렇게 영민이 없는 집에서 여주는 혼자 티비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음.
한참동안 티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여주는 왠지 싸한 느낌이 들었음.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달려갔더니, 아니나다를까 한달에 한번씩하는 그 날이 시작되고야 맘. 늘 가방 안에 생리대를 들고다니는 습관 때문에 대충 일처리는 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음.
"아, 왜 하필 여기서…."
원래 여주는 예민한 편인데 특히 그 날이 되면 더욱 신경질적이게 됨. 그래서 생리를 할때만큼은 영민과 만나는것을 피하는 여주였는데,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지금은 여름이라 습한 날씨에 더욱 기분이 안좋아져버렸음. 여주는 쇼파에 엎드리지도 못하고 등을 세워 앉은채 심기불편한 얼굴로 이 모든 상황을 탓하고 있었음.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볼 일을 마친 영민이 도어락을 풀고는 집에 들어옴. 집에 오는 길에 빵집을 지나가다 딸기타르트를 좋아하는 여주가 생각이 나 가게에 들러 한 상자를 사들고 온 영민임.
"왔어?"
평소같으면 자신이 도어락을 채 풀기도 전, 현관문으로 달려와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영민을 반기는 여주인데, 어쩐지 조금 분위기가 다운 된채로 거실 쇼파에 앉아 고개만 돌려 영민을 쳐다보는 여주의 모습에 낯선 느낌을 받음.
혹시나 자신이 늦게온 탓에 삐진건가라고 생각이 든 영민은, 아까 베이커리에 들려 사온 타르트 상자를 들어보이며, 이거ㅡ라고 말함.
"…식탁 위에 놔둬."
평소에 딸기타르트를 사주면 미친듯이 달려와 허겁지겁 먹으며 영민에게 감동의 눈빛을 보내는 여주인데, 지금의 여주는 마치 관심도 없다는 눈으로 티비만 쳐다보고 있음. 무언가 이상하다라고 느낀 영민은 적응이 안되는 분위기에 쭈뼛쭈뼛 딸기타르트를 식탁에 놓고는 옷을 갈아입고 나옴.
"뭐하고 있었는대."
"그냥 티비 보고 있었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하는 여주의 모습에 당황한듯 할말을 잃어버린 영민임. 아침까진 기분 좋드만 갑자기 뭐고ㅡ 그리고 영민의 머릿속에는 수천가지의 생각이 스쳐지나감.
일찍 온다해놓고 늦게 와서? 딸기타르트가 아니라 망고타르트를 더 좋아하나? 항상 여주는 자신의 손바닥 안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도통 왜저러는지 알 길이 없던 영민은 쭈뼛거리며 계속 여주에게 말을 검.
"니 배 안고프나."
"별로 안고파."
"…아까 내 나갈때 밖에 진짜 덥드라."
"오늘 덥다고 그랬어."
"…그래."
평소라면 수고했다뭐다 하면서 자신의 팔을 꼭 붙든채 애교부리기 바쁜 여주인데 어쩐지 차가워진 분위기하며 자신이 온뒤로 손끝도 대지 않는 모습에 어쩐지 여주가 낯설게 느껴지는 영민임.
기분이 좋아보이지않는 여주를 달래주려 영민은 한참이나 여주의 옆에 앉아 툭툭 말을 내뱉으며 눈치를 봤음. 마치 평소에 그들의 모습이 지금은 바뀐듯, 영민은 계속해서 여주의 눈치만 보고 여주는 무심하게 티비에만 시선을 고정시킴.
평소에 스킨십을 너무 안해줘서 그런가ㅡ 영민은 고심끝에 자신이 스킨십을 안해줘서 그렇다,라는 이유 하에 여주가 삐진걸로 판명되어 자신이 먼저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음. 그리고 슬며시 티비를 보고있던 여주의 손을 잡았을까.
"나, 더워."
자신이 잡은 손을 슥하고 빼내며 무심한 표정을 짓는 여주의 모습에 쿵,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영민임. 오늘아침까지만해도 영민에게 면도를해주며 애교란 애교를 다 부리던 여주였는데, 자신이 볼 일을 보고 온 사이에 왜이렇게 달라졌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영민임.
사실 여주도 영민이가 먼저 손을 잡아준 사실에 기뻐하고있었음.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않는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영민을 쳐내버리게 됨. 여자들이라면 다 공감할거임. 그 날이오면 아무도 만나고싶지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것을. 여주의 상태는 딱 그랬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그 날이 되면 단게 땡긴다고, 아까부터 계속 초콜렛이 먹고싶었던 여주는 영민에게 사달라고 부탁할까하다가 자신이 그 날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앓음. 연애를 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은 영민에게 그 날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게 부끄러운 여주임.
"야, 김여주."
여주가 영민에 대한 미안함과 초콜렛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해져있었을까, 영민은 자신의 손을 뿌리친 여주에게 섭섭한 감정이 들며 울컥하는 마음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함. 결국 이유도 안말해주고 자신에게 틱틱거리며 대하는 여주의 행동에 마음이 상해버린 영민임.
"니 뭔일있나. 아침에는 괜찮드만 갑자기 왜이러는데."
"내가 왜."
영민은 여주가 왜이러는지 이유를 알고싶은 마음에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싱거웠음. 그 이유 알려주는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ㅡ 결국 영민도 답답한 마음에 말소리가 점점 커지게 됨.
"니가 봐도 안이상하나. 왜그러는데, 니."
"…그냥 이유 없어."
"내 니 남자친구다. 뭐 있으면 있다고 말해주면 안되나."
"......."
"뭐가 그렇게 어려운데 그냥…,"
"아, 나 생리한다고!"
여주가 폭탄같은 발언을 내뱉자마자 거실에는 소름끼칠정도로의 정적이 흘렀음. 그리고 점차 영민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목까지 물들기 시작했음. 물론 그 말을 발언한 여주도.
"....."
"…그건 뭐 어떻게해야지 안아픈데."
영민은 계속해서 헛기침하며 붉어진 얼굴로 여주에게 말을 건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여주도 부끄러운 마음에 무릎에 고개를 파묻음.
"…그냥 초콜렛이나 사줘."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 웅얼거리며 말하는 여주의 목소리에 영민은 쇼파에서 어기적하고 일어나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가버림.
3.
"받아라."
초콜렛, 초코바, 떠먹는 초코, 초콜렛 아이스크림…. 나간 뒤 한참동안 들어오지않아 여주가 전화를 걸어볼까하고 고민했을때, 두 봉지 가득 초콜렛으로 채워 돌아오는 영민임.
"그리고 이거."
영민은 아직도 여주를 보는 것이 부끄러운지 여주를 쳐다보지도 않은채 손만 내밀어 다른 봉투를 쥐어줌. 그 봉투 안에는 생리통 약과 여주가 좋아하는 게살죽이 담겨있었음.
"헐, 영민아…."
"저번에도 말했다이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근데 이건 아픈게 아니…,"
"아니, 그만 얘기해라…."
자신의 눈을 가리며 붉어진 귀를 감추지못하는 영민의 행동에 여주는 참지못하고 웃어버림. 웃지마라ㅡ 붉어진 귀를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하는 영민의 모습에 여주는 기분이 안좋았던게 다 잊혀지는 느낌이었음.
그리고 여주는 고마운 마음에 영민의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대며 허리를 끌어안았음. 영민이가 최고야ㅡ 생각해보면 영민은 이유도 모른채 자신의 투정을 받아줘야했는데 큰 화도 안내고 이렇게 서툴게 자신을 챙겨주는 영민의 행동에 또다시 영민에게 반한거 같은 기분이 듬.
"영민아, 미안해.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랬어."
"부끄럽긴 뭐가."
"너가 제일 부끄러워하는 거 같은데?"
"놀리지마라."
이제서야 평소같이 웃어보이며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대는 여주의 모습에, 영민도 같이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줌. 앞으로는 뭔일이든 바로바로 얘기 좀 해라, 속 썩이지말고ㅡ 여주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하고 밀치며 퉁명스레 말하는 영민이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여주였음.
"..근데 그건 언제 끝나는데."
"한 일주일 정도 걸려."
"…미쳤네."
그 뒤로 영민은 일주일 동안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핫팩을 데워 여주에게 갖다주질 않나, 여주 집 문 앞에 초콜렛 한 상자를 놔두질 않나. 그렇게 영민이의 일주일 조공이 이어졌음. 가끔 여주가 그때 영민이가 목까지 붉어졌던 일을 꺼내면서 영민을 놀리는데, 영민은 그때마다, 하지마라ㅡ고 근엄하게 얘기하며 또다시 귀가 붉게 물들어가곤 함.
암호닉 신청 방 만들어놨습니다 ٩(๑`^´๑)۶ !
오늘까지 암호닉을 받을 예정인데,
제 주제에 감히 커트라인을 끊어도 되는지 의문이지만
기한은 오늘까지(6월21일)까지 받습니닷!
얼른 달려가시길 허허. ♡
+. 암호닉은 실시간으로 눈물흘리면서 확인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