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브금: National Anthem Of The USA
때는 1980년대 초,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의 강대국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아가는 새도 재수 없으면 전봇대에 머리 박고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죠.
그 똥이란 베트남전 패망, 워터게이트 사건, 그리고 안드로메다급으로 치솟고 있었던 미국 경제의 빚, 실업률 등 이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고 있던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이런 미국의 상황을 두고..
소련 왈
: "자본주의? 민주주의? 하더니 쌤통이다. 니들에게도 한계가 찾아온 거란다. 겸허히 받아들이거라"
미국과 더불어, 2차 대전을 승리로 장식했던 소련은 막강한 군사력과 우주/핵 개발, 공업 생산력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에 미국과 유일하게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공산주의 체제에 문제가 발생했고,
그들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의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며 슬슬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던 터라, 이런 미국의 상황은 소련 입장에선 호재였죠.
1970년대까지 전 세계에 큰 소리를 빵빵 쳤던 미국인들은 80년대가 되자, 늘 낙관적이고 자신감에 차있던 그들의 '내셔널리즘'은 큰 타격을 입었죠.
그리고 1981년 봄, 로널드 레이건이 전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를 크게 누르고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당선된 레이건이 가장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은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일이었습니다.
레이건은 대표적인 보수주의자이자,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그는 만 70세가 되었죠.
놀랍게도 그의 전 직업은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는 라디오 스포츠 해설자, 할리우드 배우 등으로 활동하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죠.
그리고 곧 공화당의 스타가 됩니다. 그의 자신감 넘치고 세련된 연설 스타일에 미국인들은 큰 매력을 느꼈죠.
<레이건의 연설>
연예인 출신이라 그런지 그의 연설은 늘 위트 넘치고 정력적이었고,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 미국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레이건 왈
: "싹 다 바꿀게. 포드? 카터? 지난 암울했던 순간은 지금부터 전부 잊자."
레이건의 초기 정책은 거의 혁명적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 카터 정부(민주당)는 당시 부유한 보수주의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었는데요.
당시 보수주의자 왈
: "아놔~ 니들(민주당 정부)이 시장 경제를 다 망쳐놨음."
1970년대 일어난 오일 쇼크로 미국의 경제는 대략 안습인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물가가 치솟자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언급하기 전에 잠시 흥미로운 경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바로 42P로 이동하셔도 무방합니다)
살면서 알아두면 결코 손해볼 일은 없으니 차근차근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은행은 기본적으로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예대마진'으로 돈을 법니다. 여기서 금리란 '돈의 이자율'을 뜻합니다.
그래서 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출 금리가 높고 예금 금리가 낮아야 은행에 수익이 많이 나겠죠.
은행 입장에서 대출 이자는 고객에게 '받는 돈'이지만, 예금 금리는 고객에게 '주어야 하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음.. 만약 여러분이 은행을 경영하고 있고, 예대마진이 5%로 1년 수익이 500억이 난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런데 젠x.. 물가가 겁나게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3백원주고 살 수 있던 샤프심이 이젠 3천원 주고도 못 사는 암울한 상황이 찾아왔죠.
이런 상황에서 지금 3천원은 예전의 3천원이 아닌 돈이 됩니다. 즉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이죠. 그럼 아까 여러분의 은행이 1년 수익이 500억 났다고 했죠?
이와 똑같은 논리로 생각하면, 여러분이 번 500억(예대마진 5%)은 예전의 500억의 가치보다 떨어지게 될 겁니다.
그럼 돈을 벌어도 번 것 같지 않은 찝찝함이 여러분을 엄습하겠죠. 그럼 여러분이 예전과 같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금 금리가 높아졌으므로 일반 사람들이 더 많이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할 것이고,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지므로 회사는 돈을 빌리는 것을 꺼리게 되겠죠.
즉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시중에 있는 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당연히 시중의 화폐가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시중의 화폐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수단(화폐)이 점점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줄어들므로 화폐 가치가 상승하여, 최종적으로는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물가가 치솟으면 정부는 금리를 높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것은 금리를 높였을 때, 처해지는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상황입니다.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아졌으므로 아무도 대출을 받으려 하지 않겠죠. 그래서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를 꺼리게 되고, 그로 인해 투자활동이 위축되어 전반적으로 경기는 '침체'됩니다.
물론 금리를 높인다고 해서 반드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제와 금리는 적어도 이러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죠.
그리고 1970년대 말, 미국의 상황이 이와 유사했습니다. 오일 쇼크로 물가가 상승하자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금리를 높여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죠.
그래서 1979년에는 금리가 14%가 올랐으며 1981년엔 21%나 금리가 올랐습니다. 그 결과 물가는 안정되었지만, 실업자는 넘쳐나고 경기는 침체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1980년대에 당선된 레이건 대통령은 경기를 부흥시키기 위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레이건 왈
: 투자자들아! 세금 확 감면해주고 여러 혜택들 많이 퍼줄테니까 많이 투자들좀 하라능~
레이건은 법인 회사에 대해서 3년 동안 30% 세율 감축이라는 (기업으로서는) 경이로운 제안을 합니다.
이러한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레이건의 정책에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보수주의자들은 쾌재를 불렀죠.
보수주의자 왈
: "늴리리~ 아 좋다! 카리스마도 있는 사람이 여러모로 참 고맙네. 대통령님 짱 먹으셈"
더 나아가 레이건은 정부 예산을 400억 달러나 삭감하며 국민들의 복지를 줄이는 대신에, 경제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보수주의자들의 호감을 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1982년 미국의 실업률은 11%에 달했지만 1년이 지나자 8.2%로 떨어졌고, GNP(국민총생산)도 한 해에 3.6%나 성장하며 1970년대 이후로 가장 큰 성장 가도를 달렸죠.
또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1982년 8월에는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777 포인트를 찍었으며, 5년 후에는 2,000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레이건에게는 해결하지 못했던 큰 숙제가 있었습니다. 경제는 회복되었지만, 엄청난 액수의 예산 적자와 국가 부채율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고 있었죠.
여담으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2007년 299조였고, 2013년에는 489조, 2015년 현 정부에서는 569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가 채무 액수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표는 바로 'GDP 대비 몇 퍼센트의 국가 채무를 지고 있는가' 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까지 GDP 대비 20% 후반대의 국가 채무를 기록하다가, 현재 계속 상승하여 35%대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경우는 국가 채무가 GDP의 246%를 웃돌고 있고, 미국은 105%입니다. 즉 선진국들도 60 ~ 100%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OECD 평균은 114.6%)
또한 일본은 해외 재산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부채를 소화할 여력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어쨌든 레이건의 경제 정책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를 부활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는 매우 형편없었죠.
실제로 레이건 취임 3년이 경과할 무렵,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예산은 의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당시 레이건 정부는 미국에 대항하는 나라에게는 매우 무자비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소련'이었죠.
레이건 행정부 왈
: "니들(소련)은 테러리스트야. 우린 너희가 항복할 때까지 싸울 것임"
<소련 대외정책 요약 영상>
레이건의 언조만 봐도 얼마나 강경한 정책을 펼쳤는지 알 수가 있죠.
당시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가장 첨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문제는 다름아닌 '미사일 문제'였습니다.
미국 왈
: "소련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공중에서 격추시켜야 함"
당시 미국과 소련은 당장 핵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긴장 상태에 있었습니다. 특히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엄청난 위협이었죠.
그래서 미국은 소련이 ICBM을 본토로 날리면 이를 공중에서 격추시킨다는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ce)'를 구상합니다.
이 MD 시스템을 두고 레이건 행정부는 '전략적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 SDI)'이라 명명했죠.
그러나 SDI는 다소 공상과학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만일 소련의 미사일 발사가 탐지되면 바로 지상의 레이저 발사기지에서 인공위성으로 빔을 쏘고,
인공위성에서 반사된 빔이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격추시킨다는 시나리오였죠. 이는 당대 인류의 과학기술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계획이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 참모진들 왈
: "난 레이건이 이 계획을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과연 끝낼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이처럼 고위 정부 인사들도 레이건의 다소 허무맹랑한 미사일 방어 계획을 회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이 계획은 사람들 사이에서 '스타워즈(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SF 영화 시리즈)'라고 풍자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소련은 미국의 SDI가 오히려 위험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미국이 SDI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죠.
그러나 이런 여러 웃지 못할 비판과 스캔들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인들은 레이건의 위트 넘치고 낙관적인 성격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테플론(프라이팬의 코팅 재료 : 음식물이 잘 눌어붙지 않고 잘 타지도 않음) 대통령'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일하는 스타일은 다른 전임자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일들을 아랫사람에게 위임하길 좋아했으며,
자신은 전체적인 맥락만 대충 이야기며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었죠. 이런 무관심한 성격 덕택에, 그는 좌파 진영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곤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