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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의 시작
: 진정한 세계 최강대국을 가리자.
그것은 '냉전(Cold war)'였습니다. 2차 대전이 나치 독일이라는 세계의 반란세력을 잠재우는 전쟁이었다면,
냉전은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미국과 소련이 경쟁했던 총성 없는 전쟁이었죠.
2차 대전의 최대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은 전쟁 기간 중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전쟁을 이용한 군수산업과 공업 생산력으로 어마어마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난 후에 양국은 전 세계가 자신들의 손바닥에 있음을 직감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십 개의 나라를 자신의 '위성국가'로 만들 수 있는 파워를 지니게 되죠.
양국 왈
"세계인들아. 잘 듣길 바란다. 너네 자본주의(미국)를 따라올래? 아니면 공산주의(소련)로 따라갈래?"
이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존망이 걸린 매우 위험하고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세력들로 '양분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양국은 자신들의 이념에 반하는 나라를 정말이지 '시룸'했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말을 잘 들으면 맛난 당근을 주었고,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고 불이익을 주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국 세력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무려 45년 가까이 지속되었죠. 우리는 이를 '냉전 시대(1947 - 1991)'라고 부릅니다.
▣ 냉전의 종결
: 소련은 왜 몰락했을까?
2차 대전이 끝난 후, 소련은 공산주의 체재를 채택하여 동유럽 일대를 모조리 '위성국가'로 발돋움시키며 미국과 세계를 양분화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실 2차 대전 이전까지, 소련은 유럽에서 별볼일 없는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농업과 상업 분야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뤘던 반면, 세계는 공업 중심의 문명을 추구했죠.
그래서 소련 입장에선 무조건 공업을 발전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소련의 지도자인 '스탈린'은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하여 서둘러 공업 산업화를 추진했고,
곧 세계 2위의 경제/공업 대국으로 발전합니다. 또한 냉전 시대 초기, 소련의 중공업과 과학기술은 경쟁국인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등극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소련은 1930년대까지 연 20%대의 고-성장률을 기록하다가 1950년대까지는 10%대를 기록했고 1960년대는 8 ~ 10%, 급기야 1980년대에는 2%대로 떨어졌죠.
이는 뭘 의미할까요? 일단 소련은 1920년대부터 '소비에트 계획 경제'를 시행하여 중공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염을 토하며 톡톡한 효과를 맛봅니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고 60년대에 들어서는 경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죠. 이는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이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소련이 채택한 공산주의/사회주의는 자유를 제한하는 대가로 평등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청렴결백한 부처님이 되어줘야 가능한 일이었죠.
그러나 소위 공산 귀족들은 일반 국민들을 갈취하여 '관료주의'를 부추겼으며, 부정부패는 날로 심각해졌습니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도 중공업 분야에만 강세를 보일 뿐, 경공업이 매우 빈약해 생필품과 식량 부족 현상이 빈번했고, 일반 국민들은 늘 빈곤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은 여러 좋지 않은 정치적 사건들을 경험했지만 꾸준히 소련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죠.
1980년대 중반이 되자, 소련의 막장 테크트리에 심한 멘붕을 겼었던 한 지도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소련 공산당의 6대 서기장으로 취임한 '고르바초프' 였습니다.
고르바초프 왈
: "공산주의 별로 안 좋은 것 같다능. 우리도 이제 공산주의를 버리고 서양의 사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야 함"
고르바초프는 서기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소련 공산주의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에 몸서리를 쳤던 사람인지라, 공산주의의 억압적인 측면을 개혁하려 하죠.
그가 내놓은 정책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됩니다. 먼저 그 동안 소련의 억압적인 체제(언론 탄압, 표현의 No자유)에서 벗어나자는 골자의 '글라스노스트 정책'과,
그 동안의 계획경제와 과도한 국방비 지출을 확 줄이고 자유시장경제와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도입한다는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었죠.
그러나 이 개혁안들은 너무 무리하게 실시되었던 탓에 정작 실속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온 공산주의를 몇 년 만에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죠.
1986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벌어지면서, 소련의 경제는 거의 요단강으로 향하는 KTX에 탑승하게 되죠.
또한 냉전 시대 동안, 소련의 충실한 충복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이 198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심상치 않았습니다.
1989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왈
: "미안한데 우리 독립할래. 아무리 생각해도 너네 공산주의 임"
급기야 헝가리 정부는 공산당 지지자들을 숙청하며 민주주의를 선언했고, 체코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며 민주 연합정부가 수립되죠.
마지막으로 그 동안 소련 진영에서 가장 번영했던 '동독'의 베를린 장벽이 시민들에 의해 무너지며 소련의 공산주의의 심장부에 비수를 꼽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냉전의 산물이었던 베를린 장벽은 보통 시민들에 의해 붕괴되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은 전세계를 통해 생중계되었는데, 이를 지켜봤던 당시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1990년대.. 더 이상 소련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나라가 될 수 없었습니다. 동유럽의 리투아니와 같은 위성국가들은 스스로 독립을 선포하며 소련의 몰락에 불을 지폈죠.
결국 고르바초프는 1991년 12월 25일 사임을 발표했고, 이로써 1900년대를 풍미했던 소비에트 연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 소련의 몰락,
그리고 그 이후의 러시아.
아직도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는 옛 소련 혁명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광장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레닌과 같은 소련의 혁명가들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죠.
얼마 전, 본 에디터가 직접 방문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레닌 광장의 사진인데요. 광장에는 사람들 대신 비둘기 떼만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레닌 광장에서 옛 소련의 국기를 들고 있는 러시아인들. 소련의 번영과 몰락 과정을 몸소 겪었던 이들은 레닌 광장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실제로 제가 가본 러시아는 이제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몰락은 러시아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숙제로 남겼죠.
1990대 러시아의 화폐인 루블화의 가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1992년 여름에는 식량 부족 현상으로 많은 러시아인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새롭게 건국된 러시아 연방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떠안아야 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의 첫 지도자인 보리스 옐친은 급진적인 경제 개혁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경제는 악화되었고,
의회와 큰 갈등을 빚어, 결국 1993년에 전차부대로 의회를 해산시키는데 이릅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혼란한 나라 사정에 서서히 삶의 의욕을 잃어갔고,
경제 부분도 국가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결국 '모리토리움(돈 나중에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를 선언하며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