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나
먼지 덮인 많은 기억 시간 지나면서
내 몸에 쌓인 독 자유롭고 싶은 게
전보다 훨씬 더 심해진 요즘
난 정확히 반쯤 죽어있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난 믿은 것
그게 날 이끌던 걸
느낀 적 있지 분명
그 시작을 기억해
나를 썩히던 모든 걸 비워내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지금까지의 긴 여행
꽉 쥔 주먹에 신념이
가진 것의 전부라 말한 시절엔
겁먹고 낡아 버린 모두를 비웃었지
반대로 그들은 날 겁 줬지
나 역시 나중엔
그들같이 변할 거라고 어쩔 수 없이
그러니 똑바로 쳐다보라던 현실
그는 뛰고 싶어도
앉은 자리가 더 편하대
매번 그렇게 나와 너한테
거짓말을 해
그 담배 같은 위안 땜에 좀먹은 정신
어른이 돼야 된다는
말 뒤에 숨겨진 건 최면일 뿐
절대 현명해 지고 있는 게 아냐
안주하는 것 뿐
줄에 묶여있는 개 마냥
배워가던 게 그런 것들뿐이라서
용기 내는 것만큼
두려운 게 남들 눈이라서
그 꼴들이 지겨워서
그냥 꺼지라 했지
내 믿음이 이끄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집이며
내가 완성되는 곳
기회란 것도 온다면
옆으로 치워놓은 꿈 때문에
텅 빈 껍데기뿐인 너 보단 나에게
마음껏 비웃어도 돼
날 걱정하는 듯 말하며
니 실패를 숨겨도 돼
다치기 싫은 마음뿐인
넌 가만히만 있어
그리고 그걸 상식이라 말하지
비겁함이 약이 되는 세상이지만
난 너 대신 흉터를 가진
모두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깊은 구멍에 빠진 적 있지
가족과 친구에겐 문제없이 사는 척
뒤섞이던 자기 혐오와 오만
거울에서 조차
날 쳐다보는 눈이 싫었어
1996년 아버지를 잃은 아이.
사랑 독차지 한 막내 곁 떠나시던 날.
믿기지 않고, 꿈 같은, 꿈이기를 바랐고
그 다음 날, 엎드린 나. 푹 꺼지던 땅.
기억해 아파트 계단 앞 모여준 내 친구들.
힘내란 말이 내 앞에 힘 없이 떨어지고.
고맙다고 하기도 이상한,
나만 달라진 듯한 상황 받아들이기 복잡한
위로의 말, 기도를 아마 그 때 처음
했어 아빠가 다시 낚시터 데리고 가면 이제는 절대
지루한 티 안낼께 3545 번호
주차장에 세워진거 다시 보여줘.
우리 가족. 적어진 웃음. 저녁 식탁에
모여 앉은 시간에 조용해지는 집안.
달그락 거리는 설거지 소리.
원래 그 쯤엔 내가 아버지 구두를 닦아드렸지.
1000원을 주셨지. 구두는 엉망인데도.
현관앞엔 신발이 다섯에서 네켤레로.
우리 민호. 이제 집에 하나있는 남자네?
니가 엄마 지켜야지, 빨리 커라 강하게.
야, 내가 많이 변했냐?
살다보니까 다 변하더라 말들
믿을 놈 없는 곳이라 조심하라는 말들
반나절 넘게 걸려 도착 할
그 곳을 그려보며
괴로운 비행도 참아
날씨도 좋았으면 좋겠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적당한
비도 내리고 갑자기 천둥도 치고
물길 거세지고 흙탕물에 흰 거품 콸콸콸
Sleep tight
깨고나면 여기가 아닌 다른곳이길 바라지만
난 여기있고
좋지도 싫지도 않어
난 여기있어
나사 하나 빠져봬도 내 인생 다 책임졌고
후회도 하는 채 지내봤어 don't judge me
내 삶은, 쉽게 뱉는 니 말보다 무거우니
나는 남들 보기좋으라고 사는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