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신촌역 앞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곱게 뻗은 긴 생머리에 아담하고 가녀린 체형, 그리고 맑은 미소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나를 처음 보는 그녀의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가 자리 잡았고, 그 어색한 미소는 비단 나라고 다르진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뭐 어찌 됐든 나는 늘 그렇듯 첫 만남으로 무난한 선택지인 회전 초밥집에 그녀를 안내했다.
나만의 바보 같은 성향일지는 몰라도 어색한 첫 만남에서 여성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보단 회전초밥집처럼 나란히 옆에 앉아 대화하는 게 편하다.
그렇게 초밥집에 들어선 우리는 나란히 옆에 앉아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 대화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나는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고, 그녀가 하는 대답을 통해 우리의 대화거리를 풍부하게 만들 몇가지 공감 포인트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여행 이야기와 맛집 이야기를 통해 나는 무난히 그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나와 그녀의 앞을 일정한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스시들처럼 우리의 대화도 일정한 흐름으로 무난하게 이어져갔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면 우리는 신이 난 듯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신들의 반응을 눈빛과 손짓 등을 통해 상대에게 전달했고, 이렇게 밝은 미소와 함께 우리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곗바늘은 9시 30분을 가리켰고, 우리는 장소를 이동해 근처 카페로 향했다. 일차에서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친근해지기라도 한 듯 서로에게 좀 더 장난기어린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진솔한 이야기도 간혹 꺼내며 좋은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11시를 가리켰고, 나와 그녀는 서로를 처음 마주했던 신촌역 2번 출구 앞에 서서 오늘 하루 동안 이어진 새로운 인연에 대한 마무리를 고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우리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자리 잡았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오늘 우리의 만남은 딱히 나쁘게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도..또 나에게도..
늘 그렇듯 무난했고,
무던히 즐거웠던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 유플렉스 앞을 지나쳐갈 때 그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한 청년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의 서투르지만 열정적인 목소리를 들으니
문득 옛 추억들이 떠올랐다.
서투르지만 열정적이었던 옛사랑 속에서의 나의 모습과 순간..그리고 항상 부족했던 나로 인해 힘들어했던 잊지 못할 그녀의 모습들이..
오늘도 집을 향하는 나의 공허한 발걸음과 함께..
나의 사랑에 대한 기억은 마음 속 깊이 점점 바래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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