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찬바람이 몰아치며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평일 저녁에
사무실로부터 아주 머나먼 부산 서면까지
굳이 가야 하나 싶어 꽤 망설였다.
그런데 지난 11월 19일 부산 서면에서 출발하여
연산동 로터리에서 거행한 마무리 집회 때
"매일 서면 집회에 나와서 박근혜 퇴진 구호를 함께 외치실 거죠?"
하는 젊은 대학생의 물음에
몇 만이 되는 참가자들이 열정 어린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던 장면이 자꾸만 떠올라
내 '양심'을 맹렬히 괴롭히는 게 아닌가.
물론 그때는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대답했을 뿐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지낼 게 뻔한데
나는 뭐가 그리도 마음에 걸렸던지
비가 퍼붓던 지난 금요일에도
내처 서면 집회에 참석하는 '만용'을 부리더니
결국 어제도 다시 서면까지 달려가고야 말았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거의 주도하다시피 하며 집회를 이끌어나갔다.
이들이 들려주는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 소리에
3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는 물론
무심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적잖이 붙들 정도로
흥겨운 시간이 펼쳐졌다.

늘 그랬듯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담은 구호와 노래를 쏟아내며
서면 중심가 곳곳을 쩌렁쩌렁 울리게 만드는 것으로
집회의 끝을 장식했다.
내일부터 한동안 한겨울 맹추위가 계속 엄습한다는데
평일에 집회 참가자가 더욱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계속 밟히는 걸 보면
당분간 영락없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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