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의 마지막 날을 부산 서면에서 거행한 촛불집회와 함께했던 만큼
2017년의 첫 평일도 그 자리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서면 쥬디스 태화 거리를 향해 갔다.

사무실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곳이지만
워낙 퇴근 시간이 늦어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집회를 시작한 뒤였다.
월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예상했던 대로 집회 참여 인원은 2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적은 상황이었다.
이후 조금 인원이 늘어서
집회를 마무리할 즈음엔
나처럼 서서 보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40명 안팎을 헤아릴 정도는 되었지 싶다.

'자유 발언' 신청자가 나오지 않자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일일이 참가자에게 다가가서
'즉석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 인터뷰어 가운데는
문재인 성대 모사로 제법 유명세를 탄 20대 회사원이 있었는데
역시 문재인의 목소리를 절묘하게 흉내 내는 바람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 붙잡게 만들기도 했다.

거의 매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24살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열정으로 가득한 말을 거침없이 뿜어내다가
자신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여서
잠시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인원이 아무리 적어도
촛불집회의 묘미인 거리 행진은 빠뜨릴 수 없는 법 아니겠는가!
서면 번화가 일대를
'박근혜 퇴진'과 '황교안 등 부역자 처벌'을 주장하는 외침을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게 하는
알찬 거리 행진을 펼친 뒤에야 비로소
2017년 1월 2일의 서면 촛불집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워낙 평일 집회에 자주 참석한 탓인지
얼마 전엔, 평소 자주 보던 어떤 시민단체 관계자가 다가와서
어느 단체에서 나왔냐고 넌지시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당황했는지 나도 모르게 다니는 회사 이름을 댔다가
졸지에 회사 노조 지도부로 오해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은 집회 참석자 몇 명이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적잖이 당혹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래도 '신변 보호'를 위해서라도
앞으론 평일 집회 참석은 조금 줄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했던
2017년 1월 2일, 서면의 밤거리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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