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고민(성고민X)
그리 날 못살게 굴던 일들이 이제서야 다 끝나버린 것 같아
너무 후련하고 나 자신한테 '잘 견뎌내줘서 고마워' 스스로 다독이는 기회를 삼고싶어서 글 쓰는거야 !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의 이야기야
연년생이었던 오빠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다른 형제, 자매는 없었어.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 까지도 우리 앞에서 애정표현을 서슴없이 하셨어.
아버지가 출근을 하실 때면 어머니는 "여보 잘 갔다 오셔요~~" 하고 애교있는 말투와 함께 늘 현관까지 배웅하셨고, 아버지는 늘 입맞춤을 해주셨어.
친구들도 그렇고, 같은 아파트 아주머니들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은 지긋하게도 신혼같다고 말씀하셨어.
오빠와 내가 보는 앞에서 싸운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이었을 거야. 평소 등산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산악회에 가입하셨고, 일주일에 서너번이 넘는 등산을 하셨어.
어머니는 그 때 옷가게를 하셨고, 오빠와 나는 예체능 계열이라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늘 늦은 시간에 귀가를 했었어.
네 식구 모두 바빠지는 탓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함께하는 일도 잘 없어졌어.
이런 저런 얘기 다 건너뛰고 말하자면
산악회 활동을 1년 넘게 하시던 아버지가 산악회 회원과 바람이 났고, 몇 개월 가까이 숨기시다가 결국 어머니가 알게 되셨어.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었던 걸까, 어머니가 거의 반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몇날 몇일 밤을 새우셨어.
심증은 물론이고 산악회 활동을 하며 찍힌 사진, 아버지 휴대폰으로 온 문자메세지나 카톡 내용 등
아버지는 불륜을 한게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발뺌하셨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계셨을거야.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싫으셨던 걸까, 어머니는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OO아, 아빠 진짜 바람핀 거 아니겠제?' 하고 자주 물으셨어.
바람을 핀게 맞는데, 누가 봐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잠시 외면했던 건 확실한데, 어머니가 더 이상 힘들어하는 걸 보기 싫어서 늘 같은 대답을 했어.
'에이, 아닐거에요. 절대 아니에요 진짜.'
어머니는 그 순간 잠시나마 안도하시는 것 같았어. 과연 이게 맞는걸까 하면서도 늘 아버지의 잘못을 덮어줬었지.
어머니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아버지의 불륜은 없었던 일이 돼야 했으니까.
하지만 의심이라는게 한 번 시작하면 끝도 없는 거잖아?
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아버지를 의심하고, 매일 밤 원망하듯 아버지께 큰소리를 치셨어.
니가 날 어떻게 생각했길래 바람을 폈냐며
산악회 하하호호 웃으며 다니던게 다 그 여자 때문이었냐며.
처음엔 어머니를 어르고 달래듯 하시던 아버지도 매일같이 숨통을 조이는 어머니에 지치셨는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셨어.
"됐다, 그냥 잠이나 자라.", "도대체 똑같은 얘길 몇 번이나 하는데?나 좀 살자 숨 막혀 죽겠다."
정작 편하게 자고싶고, 숨 막히는 건 어머니였을텐데 말야.
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으셨나봐.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부터 1년이 넘도록 일주일에 서너번은 세 식구가 모두 잠든 새벽 중에 발소리 하나 안 내고 베란다로 향하셨어.
난 원래 잠을 깊게자고 밤귀가 어두운 편이었는데, 어느 날 편히 자던 도중에 불현듯 어머니가 흐느끼시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뒤척일 새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이 활짝 열린 베란다로 달려갔어.
어머니는 에어컨 실외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계셨어.
"OO아, 엄마 좀 따뜻한 곳으로 가고싶다. 너무 춥다."
난 그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너무 놀랐고, 또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어. 그렇게 한 시간을 가까이 엄마를 다독여 안방으로 들여보냈어.
그러다가 같은 일이 이틀 뒤에도 한 번, 그 다음 날에도 한 번.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넘도록 쭉 엄마는 땅을 향해 날고싶어 하셨어.
덕분에 난 잠귀가 굉장히 밝아졌고, 아버지는 늘 내가 나서서 어머니가 뛰어내리려 한다며 큰소리를 내야만 일어나셨어, 그제서야 어머니를 방으로 데려가셨지.
오빠는 이런 상황이 지긋했는지 어머니 아버지 두분 다 진절머리 난다는 듯 대했어.
어머니 아버지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는 것도 다 나의 몫이었어.
혹여나 어머니가 베란다로 향하실까 그 추운 날 거의 매일을 베란다 문 앞에서 잠을 잤었어.
아버지의 불륜, 어머니의 우울증세, 오빠의 무관심 이 모든 게 나를 힘들게하는 요소였지.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웃고, 또 남을 웃겨주고, 밝고 낙천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어. 속으로 항상 생각하는게 있었어.
내가 힘든 걸 털어놓으면 이상하겠지? 난 매일 웃는 애고, 웃겨주는 애니까.
그리고 매일 밤 어머니가 뛰어내리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애들은 우리엄마를 우울증, 정신병자 취급을 하겠지?
지금 내 상황에 대해서, 이 상황의 원인이 아버지의 불륜에 있다는 걸 얘기하기도 쪽팔렸어.
그럼 내가 거짓말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거든.
"우리 엄마 아빠는 아직도 신혼 같은데!" , "우리 엄마 아빠는 내 앞에서 싸운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힘든 걸 감추려고 일부러 또 다른 나를 지어내서 얘기했고, 가면을 썼어.
물론 누군가 나의 힘듦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힘든 걸 덜어내고 나면 내 고민을 들어준 사람이 그 고민을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
괜히 그 사람만 피곤해지고 그 사람 마음만 불편해지고, 되려 짐이 될까 선뜻 얘기하지도 못했어.
1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도 지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를거야.
난 그게 너무 싫었어. 이미 나는 웃긴 애, 매일 웃기만 하는 애로 낙인이 찍혀버려서
애들마저도 '넌 고민없이 사는 것 같아.' , '너도 힘든일이 있긴 있어?' 하고 날 고민 없이 사는 행복한 애 취급했거든.
너무 웃겼어.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고통을 짊어지고 살잖아. 그 무게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다 힘든 건 마찬가지야.
나는 잘 웃고 유머러스하고 낙천적인 친구이기 전에 사람이야, 근데 왜 모두가 나를 보이는대로만 판단을 했을까.
우리 엄마, 정말 힘들어하셨고 몸 건강, 정신건강 모두 너무 안 좋았어.
그리고 나도 너무 힘들었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지옥같았고, 때론 엄마를 놓아버릴까 하는 못된 생각도 했었어.
오빠마저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고, 나 혼자 남았을 때 아무 잘못 없는 오빠가 너무 원망스러웠었어.
한창 고3 입시때는 컨디션 관리가 필수였고, 내가 가려는 학과가 필사적인 노력 없이는 가기 힘든 학과라서 정말 열심히 해야 했어.
그런데도 나는 내 입시보다 우리 집 상황을 더 신경써야했고 그게 또 미칠듯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
내가 죽어버리고 싶었고, 우리 가족 모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시간이 약이란 말이 틀린말은 아니더라, 여차저차 시간이 흘러 어머니가 우울증세를 보이시는 게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어.
일주일에 서너번 꼴이었다면, 2주에 한 두번 정도? 그래도 아직 완벽히 치유된게 아니니까 걱정이 많았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고, 오빠와 나 둘 다 부모님과 멀리서 지내야했어.
내가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우리집을 5층에서 2층으로 이사했어. 혹시나 큰 일 날까봐..
서울로 올라오고 2달 쯤 됐었나..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어 어머니가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오시는 아버지를 베란다에서 쳐다보다가 2층에서 뛰어내리셨다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다치지 않게 받아서 다행이었지, 2층이라고 우습게 볼 높이는 아니잖아..자칫하면 큰일 날 수도 있는데.
그 전화 받은 날이 내가 서울로 와서 처음으로 운 날이었을거야.
가끔 고향에 내려올 때 마다 만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각자 가정사를 털어놓는데 난 한마디 뻥긋하지 않았어.
옹졸하게도 걔네가 털어놓는 고충에 대한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고, 가엾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힘든 걸 꾹꾹 삼켜내고 견뎌내니까 참 독해지더라.
근데 사람이 참 웃긴게 자기 힘든 걸 은근스레 티내려고 하더라?
그러면서 남 힘든 건 묻질 않아. 진짜ㅋㅋ 너무 웃기더라
자기들 힘든거 털어놓으면서 은근스레 '아 근데, 너보단 내가 더 힘들어' 하는 뉘앙스로 말하는게ㅋㅋ
차라리 난 혼자 견뎌냄으로써 더 강해지고 성장한거라고 생각해.
물론 누구한테 털어놓을 줄도 알아야 하고, 혼자 꽁꽁 감추는게 멍청하고 바보같은 짓이지만
이제라도 털어놨잖아ㅎㅎ
정말 정말 다행인게 나 서울 오고 10개월 정도 지난 지금은 어머니 아버지 사이가 예전처럼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뭐..기분도 좋고, 지난 시간 힘들었던거 훌훌 털어놓고 싶어서 글 썼어..
내가 진짜 내 주제에 부탁 하나만 하자면
주변에 있는 성격 좋고, 늘 웃고, 힘들어하는 내색조차 보인 적 없는 친구들한테 기회되면 꼭 진지하게 물어봐.
힘든 일 없냐고, 없었냐고.
그리고 힘든 일 털어놓지 못하고 늘 꽁꽁 숨기고있는 익인들아, 정말 믿는 사람, 한 두명 쯤은 괜찮을 것 같아. 담아두면 병 된대.
두서없이 써내려가서 무슨 말을 한 지 모르겠당ㅋㅋ여튼 그냥 너무 기특해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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