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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90l 7
이 글은 7년 전 (2017/2/03) 게시물이에요


열넷, 혀 위에 아무리 굴려도 떫은 풋내만 나는 나이에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담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시답잖은 소리는 입 밖에 내고 싶지조차 않다. 그 아이가 처음 나와 눈을 맞추었다거나 손을 맞댄 '첫 순간'에는 나를 홀릴 법한 마력 하나 없었다. 책 속 줄리엣과 같은 나이에도 동화 속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기에는 한창 현실을 마주한 터였다. 당시의 나는 로미오나 프린스 차밍을 기다리며 다소곳하게 앉아 있을 여자아이의 역에 적합하지 않았다. 직접 사랑을 찾아 나서는 주도적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는 분명 별것 아닌 같은 반 남자아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너에게 이성적인 감정이란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인정하기 싫은 첫사랑에 빠진 날, 나는 판에 박혔답시고 그렇게 비웃던 드라마의 한 장면에 있었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잔디 한가운데에서 너는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그날 네가 걸친 건 분명 무채색의 남방이었는데.

왜 그 순간의 너는 사랑에 담뿍 젖은 분홍 남방을 입었어, B?

연갈색 머리칼과 사뿐히 내리 앉은 주근깨, 하이얀 피부나 발간 볼 위 홍조. 아니, 그걸 넘어서서 너를 이룬 색 모두가. 네가 걸친 색 전부 혀가 아릿할 정도의 단내가 났다. 그날의 너는 그리도 달콤한 색을 걸치지 말았어야 했다. 불가항력으로 마음에 스미던 분홍빛은 네가 입었던 남방의 색과 꼭 닮아 있었기에, 오 년간 숨죽여 사랑을 읊던 머저리는 오로지 너만을 탓한다.

너무 달아서 그랬나. 너무 달아서 그랬다. 너를 적시고 적신 사랑이 너무 달아서, 그 달고 단 감정을 꿀꺽 삼킨 내가 치통을 앓는다고 생각했다. 맨 끝자락에 누워 있는 아이의 존재를 부득불 무시하며 금방 깎아낼 수 있는 상처라고 생각했다. B, 나는 어제 치과에 들렸다. 누구에게 한 번 말해 보지 못한 그 이름,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화면 너머 사람에게도 차마 보여줄 수 없던 네 이니셜을 되씹으면서. 
스크린 위 검고 허연 사진은 참 우습게도 내 치부를 비춘다. 첫사랑니 아닌 짝사랑니가 되어버린 채, 힘겹게도 누운 마음의 말로는 감히 예측할 수 있는 존재였다. 

B, 오늘따라 볼이 참 아프다. 입 안쪽의 여린 살을 밀고 올라왔던 게 널 향한 사랑일지 아닐지. 그리고 그 텅 비어버린 자리를 혀로 훑는 나도 이제 널 정말 포기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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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1
옹 귀여운 글이닿ㅎㅎㅎㅎ 봄냄새 나는것 같아ㅎㅎㅎㅎ
7년 전
낭자2
나 첫사랑 생각난다 잘 읽구 가 ㅜㅜ!!
7년 전
낭자3
헐 분위기 좋아ㅠㅠㅠ이 새벽에 읽는데 아주 좋구먼
7년 전
낭자4
❤️ 좋다 ! 넘 좋다
7년 전
낭자5
글에서 단내 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스러워
7년 전
낭자6
최근 본 글중에 제일 좋다
표현도 정말 좋네 책 많이 읽었나봐

7년 전
낭자7
글 좋다 풋풋한 마음이 아련하고 사랑스럽게 표현되었어
7년 전
낭자8
이 글을 스크랩한 지 10개월이 됐는데, 이게 생각나서 여기에 들어올 정도로 예쁘다. 글도 마음도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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