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병실에 계실 때

손 한 번이라도 잡아드릴걸. 너무 아파 보이셔서 옆에서 그냥 울고만 있었는데. 후회된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손이라도 잡아드리지 나 왜 그랬을까.

[익인1]

손 잡아드렸으면 말 한번 못건낸게 아쉽고 말 한번 건냈으면 못 안아드린게 아쉬워서 후회해.. 아무리 잘해드려도 지나서 생각하면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
분명히 할아버지한테는 손주가 예쁘고 살갑게 굴던 좋은 추억이 더 많이 남아 있을거야 기운내..!

[글쓴이]

나를 그 어느 누구보다 좋아해주셨던 분이라서 더 슬프다. 맨날 먹을 거 사먹으라고 돈 쥐어주시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면 많이 먹으라고 반찬 올려주시던 분이었거든. 명절 때마다 한복 입고 계시는 거 겉으로는 할아버지 불편하게 왜 입고 있으세요 말했어도 속으로는 너무 잘 어울리신다 생각했었는데 알고 계실까 모르겠다. 휴대폰에 전화번호 저장하시는 법을 몰라서 종이에 자식들 전화번호 하나하나 다 적어놓으시고 자식들 생일에 태어난 시간에 자기 꼼꼼한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렇게 다 적어놓으셨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못 키우게 돼서 갖다 드렸는데 말로는 싫다 하셨으면서 결국에는 예쁘다 예쁘다 하시면서 성견될 때까지 잘 키우셨고 자식들 잘 안 될까봐 그거 제일 걱정 많이 하시던 분이었어. 어릴 때 노트에 꾹꾹 눌러쓴 시 갖다 드렸을 때 가장 좋아하시던 분이었고 학교에서 백점 시험지 받아오면 가장 좋아하시던 분이었어. 내가 여기서 주절주절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익인아 미안해. 그냥 무시해도 돼.

[익인2]

아니야 괜찮아! 읽어보니까 쓴아ㅠㅠ 내가 판단한 것보다 할아버지가 쓰니 굉장히 예뻐하셨을거 같아. 쓰니는 못말한거 같고 표현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할아버지는 쓰니가 건내는 말 하나에서 열을 아시고 또 백을 느끼셨을거야 그런 좋은 할아버지의 좋은 손녀일 수 있다는거 정말 행운인거고 그러니까 못해준거에 대해서 생각말고 좋았던 추억들 잘 간직했음 좋겠어 너무 슬퍼하지 말고ㅠㅠ

[글쓴이]

너익 덕분에 위로가 많이 됐어ㅜㅜ 진짜진짜 고마워. 좋은 하루 되기를 바라!

[익인3]

쓰니도 꼭!!